기사상세페이지

<인터뷰> 한동만 재외동포영사 대사 "북중 국경지대 각별히 주의해야"

기사입력 2016.05.25 01:04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北식당 종업원 집단귀순 이후 안전 우려 커져…접경지대 여행자제 요청"
    北위협·지진·테러 등 잇단 현안에 노심초사…"재외국민 보호 최우선"

     

    14641057326715.jpg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귀순, 북한의 보복 위협….

     

    연초부터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자아내는 사건이 숨 가쁘게 이어지자 북중 접경지대의 긴장도 팽팽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중국 선양(瀋陽)총영사관에는 우리 국민 2명의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재외국민 보호'라는 헌법상 국가의 의무를 최일선에서 수행하는 한동만(55) 외교부 재외동포영사 대사의 심경도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 23일 오후 집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던 도중에도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의 추가 탈북 소식이 전해졌다.


    한 대사는 "지난 4월 7일 북한식당 종업원의 집단 귀순 이후 북한은 10여 차례 보복 조치를 언급해 우리나라 재외동포와 여행객의 안전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면서 "지난 16일 처음으로 국내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안전수칙 준수를 요청하는가 하면 휴대전화 로밍 문자를 보내 여행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3일 재외동포영사 대사로 부임한 그는 "테러, 지진 등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늘어남에 따라 첨단 시스템 도입, 인력 확충, 대국민 홍보 강화 등에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하며 내외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를 호소했다.


    다음은 한 대사와의 일문일답.

     

    14641057352649.jpg
    -- 현 정부 재외동포정책의 핵심 목표와 특징은 무엇인가.

    ▲ 정부는 재외동포 사회와 모국의 상생·호혜적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전 세계 720만 동포사회를 권역별로 나눠 북미에는 정치력 신장과 차세대 단체 육성, 일본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심 체제의 발전적 유지, 중국은 차세대 역량 강화와 국내 체류 동포의 생활 여건 개선,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는 생활 기반 취약 고려인에 대한 법률 지원 및 경제 기반 강화 등 '맞춤형 동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 부임한 지 40일을 막 넘겼다. 소감이 어떤가.

    ▲ 사건의 연속이어서 날짜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부임 이튿날 일본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일어나 신속대응팀을 급파했다. 현지는 물론 다른 지역의 동포들에게도 우리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에 적극 나선다는 믿음을 심어주자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 중국 관광객 유치에도 한몫했다고 들었다.

    ▲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 1년에 해외로 나가는 국민이 1천900만 명인데 들어오는 외국 관광객은 1천300만 명이어서 관광 수지가 적자다. 법무부 협조를 얻어 3년간 복수비자를 내주기로 하고 이달 초 중국 중마이그룹 직원 8천 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비자를 받으면 다른 나라 비자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의전 관례를 무시하고 내가 직접 인천공항에 나가 영접했다. 삼계탕 파티를 펼친 뒤 리다빙 중마이그룹 총재가 "한류 관광이 최고"라고 소문을 내겠다고 내게 약속했다.


    -- 지난번에 외국에 나가 보니 휴대전화에 안전 관련 정보가 문자로 뜨더라.

    ▲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폰 보급 속도 덕분이다. 지난해 10월 로밍 문자 서비스를 도입해 단계별 여행 경보, 감염병과 안전 관련 정보 등을 해외 도착 즉시 제공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부러워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개소 10년을 맞은 영사콜센터도 자랑할 만하다. 연중무휴로 하루 24시간 상담해주고 있는데 연간 26만 건의 상담 실적을 기록했다. 영어·중국어·일본어·스페인어·러시아어·프랑스어로 3자 통역도 해준다.


    -- 테러나 지진 등이 자주 일어나 재외동포나 여행객 등의 안전이 우려되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피해도 걱정된다.


    ▲ 재외공관 사건·사고 담당영사 보조인력 11명을 지난해 처음 배치한 데 이어 올해 23명을 늘렸다. 여행경보 단계별 해당 국가 목록, 해당 국가 여행 시 유의사항 등의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을 기르기 위해 공관마다 재난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안전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해외에 나가기 전에 반드시 목적지의 치안 상황 등을 확인해 위험 지역 방문은 자제하고, 다중 밀집 시설이나 야간 통행은 피해야 한다. 혼자 다니는 것도 위험하다. 또 가족 등에게 여행 일정과 이동 경로를 알려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영사콜센터나 현지 공관에 신속하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해 달라.


    -- 남북한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북중 국경지대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의 북한 정세와 관련해 지난 16일 처음으로 국내 주요 여행사와의 간담회를 개최해 북중 접경지대 여행 자제, 안전수칙 안내와 각별한 주의 등을 요청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SNS 등으로도 안전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선양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중국 동북 3성 당국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언론인단체나 선교단체 등에도 신변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선양총영사관에 신고된 실종자는 여전히 소재 파악이 안 된다.


    -- 최근 필리핀에서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사망, 납치 등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올해 3명, 지난해 11명의 우리 국민이 살해되는 등 강력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인도·일본 등 다른 나라 국민들도 많이 피해를 보고 있다. 여행객 등 방문자보다는 현지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다. 필리핀 경찰과 협력해 코리안 데스크를 늘리고 우리 경찰을 추가 파견하는 한편 CCTV 등 방범 시설을 확충하고 한인회 방범단도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면 여러 문제를 낳으므로 민다나오는 흑색경보(여행 금지) 및 특별여행경보(즉시 대피), 팔라완은 적색경보(철수 권고), 마닐라 등 대부분 지역은 황색경보(여행 자제), 보홀은 남색경보(여행 유의) 등 지역별로 구분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출국해 필리핀에 입국한 뒤에는 정부가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지난 9일 필리핀 대선에서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는 5차례나 방한했을 만큼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치안 확립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우리 국민의 안전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 재일동포들은 일본의 우경화로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이나 민족 등을 겨냥한 혐오 시위나 발언), 코리아타운 경기 침체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지난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과 양국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 등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지난 13일 헤이트스피치 금지 법안이 일본 참의원을 통과했다. 이달 중 중의원 가결을 거쳐 법제화되면 재일동포들의 시름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 8월 5∼21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도 고민이 많겠다.


    ▲ 첫째 걱정은 지카바이러스, 신종플루, 황열병 등 각종 감염병의 창궐이다. 치안도 불안하고 현지 공관도 없는 형편이다. 대회를 전후해 코트라 무역관에 임시 영사사무소를 설치, 신속한 영사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의료진도 파견할 방침이다.


    -- 10월에 큰 행사를 치른다고 들었다.


    ▲ 10월 25∼27일 인천 송도에서 제3차 세계 영사 고위급회의가 열린다. 전 세계 50여 개국 영사담당 차관보 또는 국장들과 관련 국제기구·기업 인사 등이 참석해 위기관리, 이주노동자 보호, 안전여행 문화 확산 등의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 직업외교관으로 일하며 재외국민 보호와 관련해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 평소 외교부 관료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는 신조를 지니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근무할 때 동포들이 총영사관을 찾기가 어려워 순회영사 제도를 확대했다. 방문객이 폭주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노인들은 인터넷에 익숙지 않아 한두 시간 기다리기 일쑤였다. 변호사, 회계사, 교육전문가, 의사·한의사 등에게 부탁해 상담 코너를 만들었다. 민원인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한의사가 침을 놓아주는 게 가장 인기였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각 분야 전문가들도 네트워크가 넓어져 도움이 된다고 만족해했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순회영사 서비스'로 2014년 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은 전 세계 175개 외교부 공관 가운데 '행정 개선 우수 사례' 최우수상을 받았다.

     

    14641057382239.jpg
    경기도 평택 태생의 한동만 대사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외무고시(19회)에 합격해 외교관의 길로 들어섰다. 알제리·영국·호주대사관을 거쳐 외교부 안보정책과장·통상홍보기획관·국제경제국장, 뉴욕 영사,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등을 역임했다.


    통상외교정책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글로벌 메가트렌드의 변화와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소개한 저서 '한국의 10년 후를 말한다'를 2011년 펴내기도 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