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T-헬로비전 M&A>-① 죽느냐 사느냐…이통 3사 이전투구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 SKT-헬로비전 M&A>-① 죽느냐 사느냐…이통 3사 이전투구

이동통신 1위·유료방송 2위 만남에 업계 촉각
"글로벌 경쟁력 강화" vs "시장 독과점 심화"

<※편집자주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가 6개월 이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경쟁업체 KT, LG유플러스의 결사적인 반대와 여론몰이가 영향을 미치는 모습입니다. 정부도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자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SK와 CJ는 사업추진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으며 정부 정책은 경제논리보다 여론 눈치보기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의 쟁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과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4개 기사로 정리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M&A)은 지난 7개월간 방송·통신시장의 최대 화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2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인수를 의결한 이후 관련 업계는 거대 방송·통신기업의 탄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치열한 논리싸움을 벌여왔다.


이동통신사들 공방전의 본질은 간단하다. 두 회사의 M&A로 SK텔레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나눠먹기를 해야하는 KT, LG유플러스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고 불법 보조금도 불사해온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어느 한 곳의 명확한 경쟁력 우위를 그냥 지켜볼 수 없는 셈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방송, 통신의 독과점 체제를 만들어 국민의 편익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해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이 과연 국익을 위한 것인지, 개별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 방송·통신 '공룡' 탄생하나

이번 M&A는 전통적인 통신과 방송사업자 간 최초의 인수·합병인 데다 지배적 기업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파장은 여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종 승인이 나면 SK텔레콤은 CJ오쇼핑[035760]이 보유한 CJ헬로비전(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지분 30%를 5천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고,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IPTV 사업자)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할 계획이다.


CJ오쇼핑이 가진 CJ헬로비전의 나머지 지분 23.9%는 향후 콜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풋옵션(주식매도선택권) 행사를 통해 인수할 수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SK텔레콤은 국내에서 최초로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과 IPTV 사업 면허를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 IPTV·위성방송을 합한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는 2위에 올라있다.


유료방송시장 2위 업체를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갖게 되는 것이다.

14645034703818.jpg
◇ '성장 동력 확보' vs '공정 경쟁 제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을 찬성하는 진영은 이번 M&A가 글로벌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내 방송·통신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통신산업의 성장은 정체됐고, 케이블TV 역시 IPTV에 밀려 자생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번 M&A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기회"라며 "방송·통신산업의 구조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동종 산업 내 수평적 결합이라는 점에서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하고, 방송이 가진 공적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IPTV와 케이블TV는 플랫폼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서비스"라며 "합병으로 인해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 SK텔레콤의 지배력만 늘어날 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외국 사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SK텔레콤은 최근 미국·독일·프랑스 등에서 방송·통신 사업자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주력 사업을 고려하면 이번 M&A는 이종 간 결합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가 합병한다는 점에서 유료방송사업자 간 인수·합병으로 볼 수 있고, 외국에서 동종 분야 내 인수·합병은 원칙적으로 불허된다고 반박했다.


◇ 통신·방송시장 지배력 전이 논란


합병을 둘러싼 공방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시장 지배력 전이다.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을 함께 묶는 결합상품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방송과 통신시장 간 상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합시장에서 이동통신과 유료방송의 영향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장 지배력 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통신업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수는 2008∼2014년 연 평균 16% 성장해 지난해 6월 1천199만 명에 달했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무선결합상품 가입자는 전체의 41.4%였고, 이동전화를 제외한 유선 상품 가입자 비중은 58.6%였다.


특히 2012년 이후 이동통신 결합상품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난 반면, 유선결합상품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14645034881306.jpg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는 이동통신 결합상품 비율이 늘고 있는 만큼 SK텔레콤이 가진 이동통신 지배력이 유료방송으로 옮겨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서비스를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와 묶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료방송시장을 잠식하고,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KT 김희수 상무는 "CJ헬로비전 가입자 가운데 이동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은 1% 미만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SK텔레콤의 결합상품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이동통신시장과 유선방송시장에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유료방송시장에서 최강자인 KT의 시장지배력이 오히려 이동통신 쪽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한다.


이동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이 여전히 유선 서비스보다 낮고, 유료방송시장이 케이블TV에서 IPTV 중심으로 재편되는 만큼 IPTV와 초고속인터넷 1위 사업자인 KT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 윤용철 전무는 "무선결합이 시장을 독식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은 적다"며 "2008년 SK텔레콤이 유선통신업체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때 경쟁사는 유선 시장에서 우리의 지배력 확대를 우려했지만, 여전히 KT가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요금 인상·방송 중립성·공적 책임 이행

일반 소비자의 관심사는 합병에 따른 요금 인상 여부다.


KT와 LG유플러스는 합병으로 인해 유료방송의 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유료방송 기업 간 합병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인 SK텔레콤이 수익성 좋은 IPTV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CJ헬로비전 케이블TV의 가격을 올려 전환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면, SK텔레콤은 현행법상 사업자가 유료방송 요금을 임의로 인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합병법인이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공적 책임 이행과 관련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합병 후 5년 동안 총 5조 원을 방송·통신 인프라와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다른 이통사들은 5년간 5조 원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과거 투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의미를 절하했다.


20대 국회에서 논의될 통합방송법 적용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현행 방송법에는 유선방송과 IPTV 사업자 간 지분에 대한 규제가 없지만, 통합방송법은 지분 제한을 담고 있다. 통합방송법이 시행되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