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키워드'로 본 미국 대선…판세 영향 예측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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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키워드'로 본 미국 대선…판세 영향 예측불허

노련한 베테랑 정치인 힐러리 vs 아웃사이더 트럼프 대결
히스패닉-러스트벨트-이메일스캔들-트럼프대학-차악의 후보-여성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는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예측불허라는데 이견이 없다.


양당의 경선 과정에서부터 '아웃사이더' 돌풍이 휩쓸면서 이변이 속출된데다가, 본선 대진표가 대표적 제도권 정치인과 아웃사이더의 대결로 짜이면서 본선 전망 역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안갯속 형국이기 때문이다.

14653466756205.jpg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연합뉴스 DB>>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의 공고한 벽을 넘는 데 실패했으나, 공화당에선 트럼프가 기존의 유력 제도권 주자를 포함해 16명의 경쟁자를 차례로 꺾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웃사이더 돌풍 측면에서만 보면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퍼스트레이디, 연방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친 노련한 '베테랑 정치인' 클린턴 전 장관과 기득권 타파를 내세우는 '부동산 재벌' 출신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본선 대결이 어떻게 결판날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현 시점에서 이번 대선의 판세를 좌우할 주요 키워드로는 아웃사이더, 히스패닉, 러스트벨트, 이메일 스캔들, 트럼프대학, 차악의 후보, 여성 등이 있다.


◇아웃사이더 표심 어디로

이제 막 끝난 민주, 공화 양당의 경선판은 아웃사이더 열풍 그 자체였다.


지지율 1%에서 시작한 트럼프는 기라성 같은 주자들을 꺾고 경선을 승리하는 대이변을 연출했고, 무소속 출신으로 민주당 경선판에 뛰어든 샌더스 의원은 아직 "7월 전당대회까지는 경선이 끝난 것이 아니다"며 막판까지 클린턴 전 장관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 같은 아웃사이더 돌풍은 소수의 기득권층,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밥그릇 다툼만 하는 기성 정치권, 즉 워싱턴 정가에 대한 성난 유권자들의 분노 표출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관심은 트럼프가 과연 본선에서도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키며 클린턴 전 장관을 꺾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양당의 아웃사이더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힐러리-트럼프의 팽팽한 현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는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샌더스 의원 지지자, 이른바 민주당 아웃사이더들을 포섭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4653466706157.jpg힐러리 클린턴<<연합뉴스 DB>>

◇히스패닉과 트럼프의 인종차별주의 발언 영향은

미국의 인구분포도로 볼 때 이번 대선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 유리한 측면이 크다.


이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성향의 백인 인구 비중은 줄어들고 민주당 성향을 보이는 히스패닉계 등 소수계 유권자들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 인구는 총 3억1천874만 명이며 이 중 백인 62.2%(1억9천810만 명), 히스패닉 17.4%(5천541만 명), 흑인 13.2%(4천203만 명), 아시아계 5.4%(1천708만 명)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흑인을 제치고 2위로 부상한 히스패닉계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과 범죄자로 취급하고 이들의 불법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히스패닉계 단체들이 '반(反)트럼프'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클린턴 전 장관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는 트럼프대학 소송 담당 멕시코계 판사에 대한 비판 발언과 관련해 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으로부터도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는 비판을 받는 등 안팎의 공격을 받는 처지다.


더욱이 '모든 무슬림 입국금지' 등 무슬림에 대해서도 차별발언을 일삼아 미국 내 무슬림도 트럼프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러스트벨트와 보호무역 변수 부상

'러스트 벨트'(Rust Belt)는 한때 부흥했다가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지금은 쇠락한 중서부 및 북동부 공업지역을 뜻한다.


미시간, 일리노이, 위스콘신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 지역에서 트럼프는 승리하거나 선전했고 클린턴 전 장관은 일리노이를 겨우 건졌으나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은 패배했다.


경제 불평등과 일자리 감소 등 열악한 경제상황에 대한 분노와 정치개혁 열망이 겹친 결과다. 트럼프와 샌더스 의원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논리를 펴 성과를 거뒀고, 트럼프는 본선에서도 이 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유무역 지지론자인 클린턴 전 장관마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통상 업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서는 등 미국 사회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보호무역으로 흐르고 있어 러스트벨트의 표심이 역대 어느 대선보다 큰 변수로 부상한 상태다.

14653466810169.jpg도널드 트럼프<<연합뉴스 DB>>

◇이메일 스캔들…힐러리 발목잡나

클린턴 전 장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메일 스캔들은 국무장관 재직시절 관용 이메일 대신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고, 여기에 기밀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이는 사건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의 관리상 부주의를 인정하면서도 국가안보 차원의 위험은 없는 것으로 믿는다며 사실상 두둔하고 있음에도 미 연방수사국(FBI)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결과를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기소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더욱이 미 워싱턴DC 연방지법의 에밋 설리번 판사가 원고 측인 보수 시민단체 '사법감시'의 요구에 따라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법정 소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여서 본선 내내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메일 스캔들은 마땅히 기소돼 사법처리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대학…트럼프 아킬레스건으로

트럼프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떠오른 이슈다.

트럼프가 지분 93%를 투자한 트럼프대학은 2004년부터 대학 인가를 받지 않은 채 '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부동산 투자 비법을 가르쳐 논란이 일었으며 일부 학생들은 트럼프의 부동산 투자 성공 비결을 배우려고 3만5천 달러(약 4천47만 원)를 냈는데 모든 게 가짜로 드러났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와 뉴욕 두 곳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데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의 곤살레스 쿠리엘 판사는 최근 트럼프에게 오는 11월 28일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라고 결정한 상태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당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가 트럼프 대학 때처럼 이번에는 미국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악의 후보…비호감도 역대 최고 수준

이번 대선에선 '최상의 후보'가 아니라 '차악의 후보'를 뽑는 선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 두 사람에 대한 '비호감도'가 역대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NBC 방송의 지난달 여론조사(5월16∼22일·1만6천710명)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싫어한다'거나 '혐오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58%였고, 트럼프에 대해 같은 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63%였다.


다른 조사에선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무려 47%에 달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두 사람에 대한 비호감도가 충격적일 만큼 높다. 선거 당일 누구의 비호감도가 더 높은지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여성…서로 '여성카드' 활용 공방

클린턴 전 장관이 본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여성표가 충분히 움직일만한 소재다.


더욱이 트럼프가 폭스뉴스의 여성 간판앵커 매긴 켈리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에 대한 비하 또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낸 터라 여성표의 향배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현재 트럼프의 여성비하 발언에 실망한 공화당 내 여성표를 공략하는 등 '여성 카드'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의 멕시코계 판사 비판 발언을 겨냥해 "트럼프가 매우 뛰어난 연방 판사를 모욕하고 음해하고 있다. 그가 곧 여성 판사를 공격할 것 같다"는 클린턴 전 장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맞서 트럼프 "클린턴이 여성이 아니었으면 지금 레이스에 있지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여성 카드'를 역이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아울러 클린턴 전 장관이 후보로 확정된 전날에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여성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도 먼저 여성들을 대신해 건설업계의 유리 천장을 깬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견제와 함께 여성표 공략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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