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마 탄광이 가족같은 섬?"…서경덕, 반박영상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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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하시마 탄광이 가족같은 섬?"…서경덕, 반박영상 배포

영상에 일어 자막입혀 日정부각료·국회의원 등에 발송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일본 나가사키(長崎)시가 강제징용 탄광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섬을 미화하고 나선데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반박 영상을 일본어로 만들어 10일 유튜브(http://c11.kr/7iu)에 올렸다.


나가사키시는 최근 "하시마가 함께 놀고, 배우고, 일하고 의식주를 모여서 하는 하나의 탄광커뮤니티였으며, 한 가족 같았다. 섬은 지옥도가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징용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생활에 물타기를 하는 문서를 제작해 시 관광 담당 부서와 하시마 상륙 투어를 운영하는 업체 등에 배포했다.


한반도 출신의 징용 노동자나 강제연행된 중국인 등이 하시마 탄광에서 심한 차별을 받으며 극한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일본인의 시각에서 섬을 미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서 교수는 '하시마의 숨겨진 진실'이라는 제목의 일본어 영상을 제작해 SNS로 배포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 전원, 나가사키시 관계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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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마의 숨겨진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유튜브 캡처.

5분 분량의 영상은 지난해 12월 제작해 구글에 광고했던 영어 영상에 일본어 자막을 입힌 것이다.


영상은 하시마 등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후 약속된 '강제징용'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지난해 조선인 징용 현장이 포함된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앞서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영상은 또 사토 구니(佐藤地) 일본 유네스코 대사의 공개 발언 및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발언을 삽입해 말 바꾸기와 역사 왜곡을 반복하는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다.


사토 대사는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으로 강제로 노역했다. 일본은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 전략에 포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시다 외무상은 "하시마 탄광을 비롯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 산업시설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일한 것은 국민 징용령에 따른 것으로 강제노동으로 볼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영상 말미에는 최근 중국의 난징대학살 기록이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유네스코 분담금의 지급 정지를 언급하며 압력을 가한 사실을 포함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았던 점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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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마 섬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

서 교수는 "지난해부터 하시마를 6차례 방문했다. 일본의 이같은 역사 왜곡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특히 물의를 일으킨 이번 홍보자료는 나가사키시만의 자체적인 행동이 아니라 일본 중앙정부 기관인 내각관방의 감수를 거친 것으로 확인됐기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하시마에 관한 역사적 진실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하시마 및 다카시마 탄광을 지속해서 방문해 강제징용에 대한 사실을 감추고 역사왜곡을 하는 장면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고 있다. 그는 "이를 유네스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 보내 일본의 약속 불이행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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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시가 선전하는 하시마 탄광 내 아파트 생활 모습. 강제징용에 대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하시마 내에서 살았던 모든 사람이 좋은 시설에서 생활했다고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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