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그 많던 오락실 어디 갔을까?…"애들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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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위클리 스마트> 그 많던 오락실 어디 갔을까?…"애들은 몰라"

2014년 2천500여곳 '영업 중'…아케이드 게임 하락세도 '뚜렷'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 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최근 초등학생인 조카와 이야기하다 깜짝 놀랐다. 요즘 어떤 게임이 재밌는지 서로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A씨는 '겜저씨'(게임과 아저씨를 합친 말)로서의 위용을 뽐내며 새로 출시된 모바일 게임에 대해 말하다 무심결에 물었다. "그래도 게임은 손맛이지, 너흰 오락실 가니?"


한참을 고민하던 조카가 던진 한마디, "삼촌, 오락실이 뭐야?". 한때 동네 오락실을 주름잡았던 A씨도, 어린 조카도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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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오락실' 모습 [연합뉴스 자료 사진]

100원짜리 동전 하나가 소중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여기저기 굴러다녀도 쳐다보지 않는 100원이지만 예전에는 동전 하나만 있어도 10분, 20분도 거뜬하게 놀 수 있었다.


'철권' '뽀글뽀글' '스트리트 파이터' '테트리스' '메탈 슬러그' 등 저마다 좋아하는 게임은 달랐지만, 게임 순위에 들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누구나 같았다.


학교 앞이나 시내 번화가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오락실이 어느 순간 하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넘어 스마트폰으로도 게임을 쉽게 할 수 있게 된 탓이다.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친 한 교사는 "'오락실 가지 마라' '걸리면 혼난다' 이런 것도 다 옛말"이라며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PC 게임에 주의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펴낸 '2015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을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영업 중인 청소년게임제공업소(오락실)는 전국에 2천528곳에 불과하다.


특히 '전국 게임제공업소 신규 허가·등록 추이'를 보면 새롭게 생긴 청소년게임제공업소 역시 2009년 3천398곳에서 2014년 567곳으로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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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게임제공업소 신규 허가·등록 추이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

대학원생 이모(29)씨는 "오락실에 마지막으로 갔던 게 3~4년 전"이라며 "당시 오랜만에 오락실을 발견하고는 친구들과 '철권' '펌프' 등을 하며 신났다"고 떠올렸다.


하나둘 사라지는 오락실처럼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아케이드 게임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고 향후 성장률은 0%대로 전망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오락실, 만화방 등 놀이 문화로 손꼽던 것들이 컴퓨터가 많은 부분을 흡수하면서 이제는 게임 시장 자체도 스마트폰, PC 등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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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게임시장 성장률 전망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

점차 잊혀가는 오락실을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블로그, 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오락실 성지' '추억의 오락실' 글이 종종 보인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요즘에는 시내 중심 번화가에서도 오락실을 찾기 어렵다"며 "동전 몇 푼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가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락실은 정말 '나쁜 형, 누나'가 모이는 탈선의 장소였을까. 많은 이에게 오락실은 친구와 놀 수 있는 곳, 학창 시절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소통 공간이었다.


직장인 허모(35)씨는 "오락실은 놀이를 떠나 만남의 장소였다"며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없었던 때에는 오락실에서 친구를 만났고 함께 어울리곤 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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