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이상을 받아라'…관람 등급에 울고웃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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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15세 이상을 받아라'…관람 등급에 울고웃는 영화들

'1천만 관객' 영화 17편 중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없어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지난달 26일 강남구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영화 '비밀은 없다' 제작보고회에서 이경미 감독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영화 '곡성' 처럼 자신의 영화도 그와 같은 등급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영화의 등급을 청소년 관람불가로 판정했다. 신체노출과 폭력 장면 등이 자극적이고 거칠게 표현돼 있고 주제와 대사에서도 청소년에게 해로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감독은 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기를 꺼렸을까. 영화의 만듦새나 상업성은 논외로 치고 등급 자체만 봤을 때에 등급이 영화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로 관객 수가 1천만명이 넘은 영화 17편 중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가 없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로 총 관객 수가 818만 명으로 1천만 명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말 극장가를 강타한 '내부자들'의 흥행 성적표도 비슷하다. 감독판 관객들을 뺀 본판의 관객 수는 707만 명이다.


사회적으로는 '베테랑'(1천341만명)이나 '암살'(1천271만명) 이상으로 이슈가 됐으나 흥행 성적은 이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의 영화에 크게 뒤졌다.


영화 '곡성'은 등급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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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만든 전작들은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나 감독 영화 특유의 잔인함이 두드러지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중 장편 데뷔작인 '추격자'(2007)는 '곡성'만큼이나 관객들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모두 505만 명을 끌어모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역대 흥행 순위 5위에 해당하는 좋은 성적이지만 전체 영화로 대상을 넓히면 순위는 한참 뒤로 밀린다.


15세 이상 등급을 받은 '곡성'은 어떤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막바지 관객몰이 중이던 지난달 12일 개봉했음에도 초반부터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현재 관객 700만 명 고지를 넘보고 있다.


'추격자'나 '곡성'이 영화적 만듦새나 사회적 이슈화 정도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결국 관람 등급이 흥행 스코어에 영향을 미쳤다고 불 수 있다.


'곡성'의 홍보사 퍼스트룩 관계자는 "15세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로 '곡성'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나 감독의 전작과 다른 성격의 영화라는 점이 관객들에 인지돼 심리적인 '허들'이 낮아졌다"라며 "아울러 나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본 10대들이 온라인에서 영화 이야기를 확산시킨 점도 흥행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14 한국영화산업 실태조사와 한국영화 투자 수익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등급에 따른 수익성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4년 상업적으로 기획·개봉한 한국영화 67편 중 15세 등급(26편)은 평균이익이 14억8천300만원인 반면 청소년 관람불가(21편)는 오히려 평균 13억8천400만원의 손실을 봤다.


15세 이상 등급의 평균 투자 수익률은 21.9%로, 전체 관람가(24.7%)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관람가의 영화가 투자 수익률이 높게 나온 것이 당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단일 영화가 보인 흥행 돌풍의 영향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투자 수익률은 15세 이상이 제일 높다고 볼 수 있다.


영진위 관계자는 "제작비를 많이 들여 만든 영화는 대부분 15세 이상이나 12세 이상 등급을 받을 것을 목표로 제작돼 '천만 영화'가 이들 등급에 집중됐다"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15세 이상 영화만큼이나 대중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수익성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아가씨'의 순제작비가 120억원인 점은 이런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한국영화 역사상 100억원 이상 들여 만든 영화는 '아가씨'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아가씨'는 흥행 질주를 하며 개봉 12일째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지난해 화제작 '내부자들'은 순제작비가 57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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