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아픔 마주한 '소록도 특별재판' 수술 강제성 놓고 공방(종합2보)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한센인 아픔 마주한 '소록도 특별재판' 수술 강제성 놓고 공방(종합2보)

14664374393358.jpg소록도에서 열린 특별 재판(고흥=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20일 오전 전남 고흥군 소록도병원 별관 소회의실에서 한센인들의 단종·낙태 피해 실상을 현장에서 직접 듣는 특별 재판이 열리고 있다. 피해 한센인 500여명은 2011년부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5건의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단종피해 3천만원, 낙태피해 4천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2016.6.20 hs@yna.co.kr
'정관절제·낙태 한센인' 국가상대 소송…정부 "강제 아니었다"
 

(고흥=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기계를 넣어서 (낙태 수술을) 했어요. 마취를 안 했으니 그렇게 아팠겠죠. 하혈을 많이 했는데, 약을 주거나 어떻게 하란 것도 없이 그저 그게 끝이었습니다."(한센인 원고 A씨)


"저도 정관절제 수술을 집도했지만 모두 환자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수술을 안 해서 소록도 밖으로 내몰렸으면 사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잣대로만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김인권 여수애양병원 원장)


20일 전라남도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 별관 2층. 법정으로 꾸며진 소회의실을 한센인 80여 명이 빼곡히 채웠다. 별관은 과거 한센인 정관절제·낙태 수술이 이뤄진 자리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수십년이 지나 바로 이 곳에서 수술 피해 한센인들의 국가 상대 소송 특별 재판이 열렸다.


한센인 139명의 국가소송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3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이날 소록도병원에서 특별 기일을 열고 한센인들 수술의 강제성 등에 대한 양측 주장을 심리했다. 한센인들은 2011년부터 5건의 국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직접 사건의 배경인 소록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664374430996.jpg'소록도의 아픔…현장 재판' (고흥=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20일 오전 전남 고흥군 소록도병원 별관 소회의실에 마련된 한센인 단종·낙태 피해 현장 법정 변호사석에 소록도병원 80년사를 기록한 책이 놓여 있다. 피해 한센인 500여명은 2011년부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5건의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단종피해 3천만원, 낙태피해 4천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2016.6.20 hs@yna.co.kr

한센인 측 박영립 변호사는 "국가는 해방 이후에도 한센인 강제 격리수용, 단종·낙태, 학살 등 수많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법적 구제를 통해 한센인들의 사무친 한을 치유하고 불법행위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 박종명 변호사는 "낙태·정관 수술은 강제가 아니었고 불법행위를 했다고 지목된 당사자도 한센인을 평생 돌본 의료진들"이라며 "한센인의 아픔엔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위로는 특별법에 따른 보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70대 한센인 원고 A씨는 자신이 23세이던 1960년대 소록도에서 당한 낙태 경험을 진술하며 "당시엔 소록도에서 살기 위해선 낙태 수술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반면에 1970∼1980년대 소록도에서 일했던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원장은 "소록도는 당시 한센인의 아이를 키울 물적·제도적 여건이 전혀 안 됐다"며 "국가가 피해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환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증언했다.


소록도에서 70여년 간 산 한센인 원고 남모(88)씨는 재판을 모두 지켜본 뒤 "나도 재판부에 한 마디 증언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고 아쉬웠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 내용을 바탕으로 7월25일 오전 10시 마지막 재판을 열 계획이다.

 

국내에서 한센인 단종·낙태가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낳은 정책이었다. 소록도에서는 1936년 부부 동거의 조건으로 단종수술을 내걸었다. 인천, 익산, 칠곡, 안동 등지에서도 많은 한센인이 천부적 권리를 잃고 뱃속 아이를 떠나보냈다.


피해 한센인 500여명은 국가가 수술을 강제했다며 2011년부터 1인당 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5건의 국가 소송을 제기했고 그간 법원은 단종 피해자에 3천만원, 낙태 피해자에 4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수술의 강제성을 부인하며 항소를 이어가는 중이다. 5건 소송 중 아직 확정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