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출전 이보미 "올림픽? 완전 나가고 싶죠!"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US여자오픈 출전 이보미 "올림픽? 완전 나가고 싶죠!"

"지카 바이러스 안 무섭다'…"올해 목표는 5승, 통산 20승 채우고파"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는 이보미(28) 천하다. 29일 현재 상금랭킹, 올해의 선수 포인트, 평균타수 등 주요 기록 선두 자리는 모조리 이보미 차지다. 이보미는 작년에 이미 일본여자프로골프 무대를 평정했다.

14671547281106.jpg
모처럼 경기복 대신 화사한 투피스 차림으로 연합뉴스를 만난 이보미.

시즌 7승을 거둬 다승왕에 올랐고 상금 2억3천49만 엔을 벌어 상금왕을 차지했다. 일본 프로골프에서 시즌 상금 2억 엔을 넘긴 선수는 남녀 통틀어 이보미가 처음이다. 작년에 이어 상금왕 2연패가 유력하다.

 

이보미는 특히 일본에서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류 스타 못지않은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이보미는 지난 26일 JLPGA투어 어스 먼다민컵을 제패했다. 시즌 두번째 우승이다.


이보미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7일에는 재학 중인 건국대 대학원 학과 시험을 치렀다.


28일부터 스승 조범수 코치의 지도 아래 다시 샷 연습에 매달렸다. 다음 달 1일에는 미국 샌프란시코로 떠날 예정이다.


우승의 기쁨과 상금랭킹 1위를 되찾은 여유조차 누릴 짬이 없다.


이보미는 다음 달 7일 개막하는 US여자오픈 출전하느라 이런 숨 가쁜 일정을 감수했다.


이보미는 지난 26일 우승 인터뷰에서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1%라도 있는 한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US여자오픈 출전은 1%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나 다름없다.


바쁜 일정 가운데 짬을 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응한 이보미에게 올림픽 얘기를 꺼내자 "올림픽이요? 완전 나가고 싶죠!" 라는 대답이 쏜살같이 돌아왔다.


그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왜 그렇게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 하느냐는 질문에 이보미는 "운동선수라면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건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어릴 때부터 올림피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올림픽은 어떤 분위기인지 알고 싶다. 태극마크는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 때 달아보긴 했다.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한다는 게 너무나 설렌다."


일본 선수들도 올림픽 출전 경쟁이 치열하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런 분위기에 뛰다 보니 알게 모르게 더 의욕이 생겼다며 깔깔 웃었다.


그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이유를 백 가지도 더 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몇년 전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채택됐다는 뉴스를 나오자 아빠가 삼바 춤을 추시면서 '보미 덕에 리우데자네이루에 가보겠네'라고 말씀하셨다. 그땐 아주 어릴 때라 올림픽 출전을 꿈꿀 처지도 아니라서 농담으로만 여겼다. 아마 큰 꿈을 가지라고 일부러 그러셨던 모양이다. 정말 올림픽에 나가게 되면 아빠가 아주 좋아하실 거다."


이보미의 부친은 2014년 9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보미는 "아빠 얘기 하면 '눈물 팔이'라는 댓글이 달리곤 해서 늘 조심스럽다"면서도 "요즘은 꿈에도 잘 나타나지 않으시고, 왜 그렇게 빨리 가셨나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애틋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보미는 지카 바이러스도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선수들은 다 나름대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니까 이해한다. 그렇지만 나는 기회가 주어지면 지카 바이러스는 개의치 않겠다."


그는 또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앞 순위 선수들이 부상 등으로 출전을 포기해 기회가 돌아온다면 반갑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자존심을 내세워 그런 기회를 거절하면 나라를 배신하는 거잖아요."


세계랭킹 14위 이보미는 박인비(28·KB금융), 김세영(23·미래에셋), 전인지(22·하이트진로), 양희영(27·PNS), 장하나(24·비씨카드), 유소연(25·하나금융)에 이어 7번째다. 올림픽에 자력으로 나가려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길밖에 없다.


이보미는 그러나 "US여자오픈이 우승하고 싶다고 우승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지 않느냐"며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말 밖엔 못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US여자오픈은 올림픽 출전 티켓이 아니라도 이보미는 꼭 나가보고 싶은 대회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진출하면서 목표가 일본 상금왕이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해외 대회 출전을 자제했다. 작년에 상금왕 목표를 이뤘으니 올해부터는 메이저대회는 가능하면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더 나은 선수가 되려면 이런 수준 높은 대회에서 경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보미의 US여자오픈 출전은 2011년 이후 이번이 5년 만이다. 그는 "US여자오픈에 두번 나왔는데 성적은 별로였다"면서 "올해는 각오가 다르니 성적도 좀 나아져야지 않을까"라고 살짝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본 투어로 화제를 바꿨다.


JLPGA투어에서 올해 이보미의 목표는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2연패다. 특히 상금왕과 별도로 대회마다 성적에 따라 포인트를 매겨 수상자를 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은 꼭 2연패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작년에 워낙 성적이 좋아서 이번 시즌 시작하기 전에 좀 부담도 됐다. 그래서 3승 정도만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2승을 달성하고 나서 5승으로 목표를 올렸다."


"선수로서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잘하고 싶다"는 이보미의 또 다른 목표는 JLPGA 투어 20승을 채우는 것이다. 지난 26일 어스 먼다민컵 우승으로 17승을 채워 이제 3차례 우승만 더 보태면 이룰 수 있다.


이보미의 목표 달성에 최대 걸림돌은 얄궂게도 동갑 친구들이다. 1988년생 동갑인 신지애(28), 김하늘(28·하이트진로)은 상금왕, 올해의 선수를 놓고 이보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다. 상금, 올해의 선수 포인트, 평균타수 등 주요 부문에서 이보미에 이어 신지애, 김하늘이 2, 3위에 포진했다.


"사실 이 친구들 덕에 동기부여가 된다. 작년 성과에 취해 자칫 나태해질 뻔했는데 친구들이 워낙 잘하니 나도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자극을 받게 됐다. 경기장 밖에서야 다들 친하게 지낸다."


일본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끈 비결을 물었다. 이보미 팬들의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하게 웃는 이보미를 '보미짱'이라고 부른다. 국민 여동생으로 여긴다. 이보미는 팬과 눈이 마주치면 늘 미소를 짓는다. 또 인터뷰는 능숙한 일본어로 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성원에 보답하려고 최선을 다한다는 진정성을 팬들의 알아주는 것 아닐까. 진심이 통한 것 같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에게 주는 조언을 부탁했다.


"일본에서 선수로 뛴다면 한국인을 대표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양국 간에 좋지 않은 감정도 있다. 한국인의 이미지가 나 때문에 나빠지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그리면서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 골프 실력도 물론 갖춰야 한다."


이보미의 성공은 일과 휴식이라는 균형을 잘 맞춘 덕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보미는 "맞다. 경기장에서는 골프 선수 이보미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그냥 인간 이보미로 돌아간다"고 시인했다.


그는 휴식을 취할 때는 골프는 다 잊는다.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낼 때 골프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여가는 친구들과 만나서 맛있는 음식 먹고 수다 떨기다.


"카페에서 온종일 앉아서 수다 떨 때도 있다. 하하. 수다 주제는 영화, 드라마, 연예인 등등이다. 자주 만나는 친구들도 다 선수 출신인데 골프 얘긴 않는다."


14671547251411.jpg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응한 이보미.

우리나라 나이로는 내년이 서른인 이보미는 "아직은 결혼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프로골프 선수로서 생활이 너무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설명이다.


'지금이 행복하냐'고 묻자 이보미는 잠시도 주저 없이 대답했다.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