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담뱃값 물가연동제 앞서 해야할 일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합시론> 담뱃값 물가연동제 앞서 해야할 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종합금연대책 가운데 담뱃값 인상의 핵심내용은 두 가지다. 일단 내년 1월 담뱃세를 2천원 올려 현재 2천500원인 담뱃값을 4천500원으로 올리고 담뱃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담뱃세 인상안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등의 입법 예고를 통해 담배가격을 구성하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개별소비세 등을 30% 안의 범위에서 소비자 물가와 흡연율 등을 연동해 조정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담았다. 정부는 이어 법 시행령을 통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기준점을 5%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에 도달하는 시점에 이를 반영해 담배가격을 올린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을 2~3%로 가정할 경우 2~3년에 한번씩 200~300원 정도 오르게 될 전망이라고 한다. 물가상승률이 1.3%를 기록한 작년처럼 저물가가 이어지면 인상시점은 더 늦춰지는 방식이다.

담뱃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몇 차례 있었다. 담배 관련세금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의원입법안들도 나왔고 기획재정부도 작년 담배 세금ㆍ부담금 개편방안을 논의하면서 물가연동제를 검토한 바 있다. 정부는 우선 금연 효과의 지속성을 이유로 든다. 담뱃값이 오른 뒤 한동안 조정이 없으면 금연 효과가 떨어지지만,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담뱃값이 물가에 따라 계속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금연 효과가 지속되고 물가상승률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연동돼 가격 효과의 강도 역시 더 크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담뱃세 관련 법령들이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나뉘어 담뱃세 인상을 위해 관련 부처가 각각 법 개정안을 내야하고 이 과정에서 논란이 증폭되는 등 담뱃값 인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한국 조세재정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을 연 3%로 가정하고 담뱃세 인상ㆍ물가연동제 도입이 시행되면 10년 뒤 담배 한 갑이 6천 원이 넘고 담배소비량은 6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흡연자가 금연을 결정할 정도의 가격 인상 후 물가연동제로 담뱃값의 점진적 인상을 유도, 금연 효과의 지속성을 확보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미 최초 담뱃세 인상 폭을 둘러싸고 세수부족에 따른 `우회 증세', 흡연율이 높은 서민층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서민증세'란 비판이 거세다. 담배 가격을 구성하는 세금ㆍ 부담금 (현재 62% 수준) 가운데 담배소비세ㆍ지방교육세는 지방재정으로 들어갔다. 비중이 늘어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가운데 증액되는 금액은 최대한 금연사업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건강증진부담금으로 조성된 기금 가운데 연간 1.3%밖에 금연사업에 쓰이지 않았던 사례는 정부 스스로 이런 불신과 비난을 초래한 측면이 크다. 우선 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의 사용 분야를 목적에 맞게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물가연동제의 적용 대상 세금 및 부담금의 용도 역시 최대한 국민의 건강증진에 쓰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서민의 생활에 부담을 주는 가격인상수단인 만큼 재벌 등 부자감세 축소 등 조세의 공평성을 보여줄 수 있는 노력이 병행돼야 담뱃세 인상에 대한 불신과 비난을 해소할수 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