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신비 간직한 연천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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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신비 간직한 연천 주상절리

눈 앞에 펼쳐진 산수화…시간이 빚어낸 작품들 '수두룩'

(연천=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주상절리(柱狀節理). 아주 오랜 옛날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표면으로 흘러내리며 식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겨 형성된 틈들을 말한다.


제주 주상절리는 바닷가 바로 옆에 우뚝 서 있고, 경주 주상절리는 활짝 편 부챗살 모양으로 바다에 누워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이런 비경이 내륙에도 있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 떨어진 경기도 연천이 그곳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경기도 한탄강과 임진강 일대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제주도 지질공원(2012), 울릉도·독도 지질공원(2012), 부산 지질공원(2013), 강원 평화 지역(DMZ) 지질공원(2014), 청송 지질공원(2014), 무등산권 지질공원(2014)에 이어 7번째 국가지질공원이다.


임진강과 한탄강 주상절리는 3억5천만년 전에서 50만년 전까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빚어낸 작품들이다. U자 라인의 긴 협곡을 따라 절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자연사 박물관이자 암석 백화점으로 불리는 연천의 대표적인 주상절리 4곳을 소개한다.


이번 여름에는 청정자연 연천에서 고대의 신비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 연천의 대표 주상절리…재인폭포

연천지역 명소 중 으뜸이다. 길이 100m, 너비 30m, 높이 18m에 아름다운 폭포 아래 숨겨진 주상절리의 멋진 비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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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재인폭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곡읍에서 안내표지판을 따라가면 재인폭포 옆 스카이워크(Sky Walk)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높이가 아파트 10층쯤 되는 27m다. 투명한 유리바닥 위에 서면 발아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재인폭포의 생성 시기는 27만 년쯤 된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맑은 물줄기는 검은 현무암의 주상절리와 대비돼 더욱 빛난다.


재인폭포는 한탄강 본류에서 350m 정도 들어가면 있는데 현무암으로 이뤄진 절벽의 주상절리가 조금씩 침식되면서 현재의 위치로 물러선 것이다.


움푹 팬 협곡에 조성된 재인폭포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주공간도 볼거리지만 협곡을 따라 길게 이어진 현무암의 수직 주상절리도 장관이다. 4계절 언제든 찾아도 비경을 만날 수 있다.


◇ 다양한 얼굴을 가진 주상절리…백의리층

백의리 마을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주상절리 모양이 정말 특이하다. 세로도 아니고 가로도 아니며 크기도 제각각이다. 교과서에도 나올 만큼 백의리 층에는 다양한 주상절리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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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백의리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탄강을 사이에 두고 주상절리가 양옆으로 도열하듯 늘어서 있다. 전형적인 6각형 주상절리는 물론 3각형, 5각형, 8각형 등 생김새가 정말 다양하다.


이곳에는 3차례 용암이 흐른 것으로 추정된다. 자갈 위로 용암이 흘러 현무암 주상절리를 만들고, 자갈과 모래가 굳어지지 않은 채 퇴적층을 만든 것이다. 맨 아래층 자갈은 50만년 이전, 그 위는 50만년, 평지 쪽은 13만년 전의 것이다.


지질학자들은 이곳에서 당시 한탄강을 흐르던 물길과 유속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강 건너편은 더 재미있다. 3억5천만년 전 현무암 위에 1억5천만년 된 현무암이 무려 2억만년의 시차를 두고 층을 이룬다.


◇ 수백개의 베개가 차곡차곡 올려진 듯…베개용암

천연기념물 542호로, 그 생김새가 둥근 베개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37번 국도를 따라 백의리 쪽으로 4㎞쯤 가다가 좌회전하면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궁신교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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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베개용암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다리를 건너 신답리 방향으로 내려가면 볼 수 있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강 건너편을 바라보면 베개용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상절리 아래쪽으로 수백 개의 베개가 차곡차곡 올려진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베개용암이라 불린다. 뜨거운 용암이 한탄강을 따라 흐르다 찬물인 영평천을 만나 급속하게 굳어진 암석이다.


흘러내리던 용암이 찬물을 만나자 동글동글해졌다. 물을 만난 용암은 베개 모양이 되고, 물을 만나지 않은 용암은 직선의 주상절리로 굳어졌다.


이런 현상은 대개 깊은 바다에서 용암이 분출할 때 생기는데 베개용암은 바다와 전혀 상관없는 강가에서 발견돼 더욱 희귀하다.


◇ 마을 수호신 주상절리…좌상바위

베개용암에서 다시 한탄강 하류로 1㎞를 가면 한탄강 건너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좌상바위로 불리는 이곳은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인 약 9천만년 전 화산 폭발로 생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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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좌상바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탄강이 한 차례 크게 휘도는 강변에 60m 높이로 우뚝 솟아 멀리서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고생대부터 신생대까지 다양한 암석을 관찰할 수 있어 지질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좌상바위는 마을 앞 '장승 왼쪽에 있는 바위'라는 뜻인데 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자살바위'로 잘못 알려졌다.


궁평리 사람들은 이 바위를 마을 수호신으로 여겼다고 한다. 강변을 향한 쪽은 수직 절벽이고, 반대편은 둥글고 완만한데 바위를 반으로 뚝 잘라놓은 것 같다.


주변에는 같은 시대의 응회암층과 신생대 4기의 현무암, 그리고 하천 바닥에 고생대 미산층이 함께 관찰돼 야외 지질체험 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 주변 숙소도 남다르네!

이곳을 찾는 휴가객과 관광객은 연천읍 애심목장(www.welovefarm.com)과 조선왕가 염근당에서 머물 수 있다.

2만㎡의 애심목장은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목장이다. 송아지 우유주기 등 젖소 체험과 함께 유가공 제조시설에서 스트링 치즈, 우유아이스크림 만들기까지 다양한 목장체험도 할 수 있다. 또 가족형 텐트와 펜션을 예약해 캠프파이어와 참숯 바베큐도 즐길 수 있다.


전곡읍에서 재인폭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 잡은 이 조선왕가는 서울 명륜동에 있던 99칸 고택을 경기도 연천으로 옮겨 고쳐 지은 한옥 호텔이다.


19개의 객실과 수영장, 카페테리아 등을 갖추고 있으며 약선음식과 한방 비빔밥, 연잎밥정식, 쇠고기 갈빗살 바비큐 등을 먹어볼 수 있다.


또 전곡읍에 국내 3대 캠핑장으로 손꼽히는 '한탄강 오토캠핑장'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다.


차량 105대를 수용할 수 있고, 49대의 고정식 캠핑용 캐러밴을 갖추고 있다.


민물 매운탕이 유명해 캠핑장 입구에 매운탕이나 해장국을 하는 음식점도 여럿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전곡리 선사유적지와 허브 아일랜드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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