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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에 갇혀 있는 한반도…격화되는 新냉전구도

기사입력 2016.08.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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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TV 제공]


    '동북아 신냉전' 한반도 통일에 장애물…"갈등완화 전략 필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기류 형성

    <※편집자 주 =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8.15 광복이 71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해방 공간에서 치열한 이념 대립과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비극을 겪었지만 우리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아직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분단 상황을 극복하지못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의 대립도 여전합니다. 일본은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런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한반도 정세를 조망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여전히 아물지 않는 과거의 아픈 상처와 치유 노력을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이상현 김효정 기자 =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스로 쟁취한 독립이 아니었기에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구도 속에 한반도의 허리가 잘려나가는 비극을 막을 수단도, 힘도 없었다. 갓 해방된 약소국의 비애였다.

    수백만의 사상자를 낸 6·25 전쟁을 거치면서 분단은 굳어졌고, 미소 냉전은 더욱 격화했다.


    1990년 동구권 사회주의의 붕괴와 함께 또 다른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통일됐지만, 한반도의 대립구도는 여전하다.


    미소 냉전은 종식됐지만, 동북아에선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를 축으로 한 신냉전 구도가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신냉전 구도의 중심에는 분단된 한반도가 자리잡고 있다.


    광복 71주년인 올해 초부터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잇달아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를 했고, 미국과 일본, 유럽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 비핵화 없이는 남북 교류·협력도 없다는 원칙 아래에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꼽히던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14711345685703.jpg<광복 71년> 독립운동가들의 고통 서린 서대문형무소(서울=연합뉴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일제강점기에 4만여 독립운동가들이 고초를 겪었고 해방 이후엔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투사들이 옥고를 치른 공간이다. 2016.8.14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초강력 대북제재가 반년 가까이 시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대북제재 전선에 균열 조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사드 배치는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노동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성명 채택도 중국이 '사드 반대' 문구를 같이 넣자고 주장하면서 무산됐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중국과 미국을 축으로 한 한반도의 신냉전 구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중국은 이러한 미국에 대항해 '반(反) 접근 지역거부'(A2AD·Anti-Access Area Denial)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2AD 전략은 섬과 섬을 연결하는 선 내로 미군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지역 내에 들어왔을 때 힘으로 밀어낸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면 한미일 사이의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이 강화돼 A2AD 전략에 방해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 직후 강대국들의 충돌 속에 한반도의 분단이 굳어진 것처럼 최근 동북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강대국들의 충돌은 한반도 통일에 이롭지 않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외교·통일 분야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14711345650087.jpg<광복 71년> 남북대치(판문점=연합뉴스)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우리군과 북한군 병사들이 서로를 주시하고 있다. 2016.8.14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해방공간기에 동북아에서 중국, 소련, 미국 등의 대치로 분단이 고착화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이념에 근거한 강대국의 대립 속에서 한반도가 분단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은 아니고 강대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한반도 분단이 굳어지고, 전략적 이익을 둘러싼 대립 구조를 김정은이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책임연구원은 "전체적으로 한반도가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장벽으로 갈라지는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미중 간 전략적 이익을 둘러싼 갈등 구조 속에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이 협소해지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과 손을 강하게 잡으면서, 중국과 대치할 수밖에 없는, 중국과 대결구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도 "미중 관계가 남중국해 문제로 점점 첨예화되고 중일 관계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도 (사드 배치 결정으로) 신냉전 구도 형성에 일부 기여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사드 배치는 한쪽 진영에 우리 자신을 스스로 몰아넣어서 한미일 3각 군사동맹 형성에 기여했고 한미동맹의 반중국동맹으로의 기능변경에 우리가 끌려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동북아의 갈등 구조를 완화하고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장 책임연구원은 "북한은 동북아의 갈등 구조를 이용해 핵무장을 비롯한 전략적 목표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갈등 구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차원에서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구도를 끌어낼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실장은 "안보는 단순히 군사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그러면서 방어력도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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