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요람' 배화여고 본관·과학관, 문화재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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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요람' 배화여고 본관·과학관, 문화재 지정된다

문화재청에 신청서 제출…"내년 1월 정식 등록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일제강점기 독립사상 고취와 민족계몽의 현장인 100년 역사의 배화여고 과학관과 본관이 문화재로 지정될 전망이다.


15일 서울시와 학교법인 배화학원에 따르면 배화학원은 최근 종로구 필운대로 1길 배화여고 교내 과학관과 본관에 대한 등록문화재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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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제공] 배화여고 본관(왼쪽)과 과학관(오른쪽)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말 서울시 문화재위원들이 현장 조사를 벌여 시 차원에서는 두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라며 "문화재청 심의를 거쳐 내년 1월까지는 정식 등록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화여고 과학관은 1915년 지은 건물이다. 당시 2층 건물로 신축해 1922년 2개 층을 증축, 현재의 지상 4층, 연면적 968㎡ 규모를 갖췄다. 본관은 1926년 신축해 1978년 중수한 지상 4층, 연면적 2천138㎡ 규모의 건물이다.


서울시 문화재위원 조사 결과 두 건물은 서울의 대표적인 근대 신식 학교 건물로 손꼽을만한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식 벽돌쌓기를 적용한 건물로 근대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자료라는 평가도 받았다.



작년 시작된 두 건물의 문화재 등록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작년 6월 배화학원 이사회는 배화여대 기숙사 신축 등을 위해 과학관을 철거하기로 의결했다. 이 소식을 들은 동문과 학부모, 학생들이 반발, '100년 역사 배화과학관 지킴이'를 결성해 철거에 맞섰다.


당시 동문·학생 등은 과학관이 여성 개신교 선교사인 조세핀 캠벨 여사가 지은 건물이자 1910년대 한국 건축물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구성원들의 반대에 학원 측은 작년 9월 임시이사회를 열어 과학관 철거 계획을 취소하고, 방향을 바꿔 과학관과 본관의 문화재 등록을 추진했다.


일제강점기 지어져 10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민족의 수난과 해방을 함께한 두 건물은 여성 독립운동사에도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공부한 학생과 교사들이 일제에 맞서 활발한 국권 회복 운동을 벌였다.


독립운동가 남궁억(1863∼1939) 선생은 1910∼1918년 배화학당에서 학생들에게 조선의 역사와 지리 등을 가르쳤다. 무궁화·태극기 자수 보급, 애국가사 보급 등을 통해 애국·독립사상을 고취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차미리사(1880∼1955) 선생도 배화에서 영어·성경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민족정신과 함께 근대적 가치관을 심어줬다.


1919년 3·1 독립운동 당시 배화여학교 학생 다수가 차미리사 선생 등의 영향을 받아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만세운동을 벌이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벌였다.


1920년 3·1 운동 1주년을 맞아 배화여학교 학생 60명 중 이수희·김경화 등 24명이 만세운동을 벌이다 붙잡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고, 배화여학교도 학교 폐쇄, 교장 인가 취소 등 고초를 겪었다.


1927년 배화를 졸업한 김노득은 소설 '상록수'의 실제 모델인 최용신·황애덕 등과 1930∼1940년대 농촌 계몽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배화학원은 이 같은 학교 역사를 기리기 위해 교내 생활관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배화학원 관계자는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설립자 가족, 동문회, 동창 등을 상대로 배화의 역사와 관련한 자료를 모아 기념관에 전시해 학교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알리고 독립·애국 정신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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