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경찰·군인·교사…공직자 성범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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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경찰·군인·교사…공직자 성범죄 잇따라

'임용 과정 엄정한 심사…임용 초기 성폭력 예방교육 강화'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 담당 부서장이 지인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철창신세를 질 입장에 처했다. 여성·청소년 관련 범죄와 성범죄를 수사하고 범죄 예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부서 책임자가 성범죄 용의자가 된 것이다. 이 사례는 공직사회 내 무너져내린 성 도덕·성 윤리 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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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성폭력 담당과장 성추행 혐의 조사. [ 연합뉴스 자료 사진 ]

경찰공무원 조직뿐만이 아니다. 행정·군인·교육 등 일선 공무원들의 성범죄도 최근 들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품위유지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임에도 하루가 멀다고 부도덕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임용 면접 과정에서 인성 등에 대해 더욱 엄정한 심사를 하고, 임용 초기에 성교육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누굴 믿나" 경찰관 잇단 성범죄…최근 1년 '51명' 징계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여학생 성관계 사건 수사가 마무리도 되기 전에 이번에는 일선 경찰서 성 관련 범죄 담당 부서 책임자가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기 남부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는 강제추행 혐의로 모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A 경정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경정은 올해 2월부터 6월 말까지 자신의 차량 등에서 지인인 20대 여성의 손을 만지거나 허리를 감싸 안는 등 수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찰부서는 지난달 11일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아, 다음날 A 경정을 대기 발령한 뒤 성범죄수사부서에 직무고발 조치했다.


술자리에서 동료 여경을 성추행한 경찰은 파면됐다.


경남 함양경찰서는 지난 1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동료 여경을 성추행한 혐의로 B 경사를 파면 처분했다.


B 경사는 지난 2일 부서 회식을 마친 뒤 동료 여경에게 강제로 입맞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부산에서는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각기 자신이 담당하던 학교 여학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어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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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자료 사진 ]

경찰관이 저지른 성범죄는 2012년 11건, 2013년 21건, 2014년 27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사건 관계자와 성접촉을 해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11명, 동료 여경을 성추행하거나 희롱한 경찰관은 40명에 달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시민들은 여성이나 청소년 담당 업무를 맡는 경찰관에게 고도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요구한다"며 "학교전담경찰관부터 여성청소년과장까지 성범죄에 연루된다면 이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라고 지적했다.


◇ 선출직·행정직 공무원도 성범죄 연루…시장직 잃기도

여성을 성추행한 뒤 돈을 주고 입막음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서장원(58) 경기 포천시장이 유죄가 확정되면서 시장직을 잃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강제추행과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 시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인정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전남 완도군 간부 공무원 C씨는 지난 5월 3일 모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술집 여주인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사건 직후 C씨는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성추행 사건이 퇴직제한 사유에 해당, 불허돼 현재 직위 해제된 상태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지하철역 안에서 여성 승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지난달에는 교육 중인 사무관이 30대 여성 교육동기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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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세요, 당신의 손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대합실에서 열린 지하철 성추행 예방 홍보캠페인에서 한 시민이 표어가 적힌 팻말 앞을 지나고 있다.2014.3.26 [ 연합뉴스 자료 사진 ]

해당 사무관은 회식자리에서 강제로 여성 교육동기생을 껴안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 부대 밖 성범죄도 '빈번'

군인 신분을 망각하고 영외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군인 성범죄 건수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6월 술에 취해 동료의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모 부대 소속 D(24) 소위를 붙잡아 헌병대에 넘겼다.


일행과 함께 휴가차 부산에 온 D 소위는 지난 6월 5일 0시께 해운대의 한 오피스텔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한 일행의 여자친구(21·여)를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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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자료 사진 ]

부산 모 부대 소속 E(33) 중사는 지난해 가출여중생(14)과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나 성관계를 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범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군 헌병대에 구속됐다. 전남에서 근무하는 한 육군 간부는 전임지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충북 청주에서는 지난 1월 5일 새벽 서원구 사창동의 한 술집 화장실에서 10대 여성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병사 F(21) 씨가 헌병대로 넘겨지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군사법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군내 성범죄 현황' 등 자료를 보면 성범죄는 증가 추세다.


자료에 따르면 영내·외를 모두 합친 성범죄 건수는 2012년 278건에서 2013년 349건, 2014년 501건, 2015년 508건으로 200건 이상 늘었다.


올해 5월 말까지 이미 208건의 성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 교육계마저 성범죄 '진흙탕'

지난 4월말 여학생 5명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최근 광주시교육청 감사를 받던 모 중학교 미술교사는 2010년부터 전임지 5곳에서도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사는 각 학교에서 1년 남짓 근무하며 매번 제자 성추행에 휘말렸지만 학교 측이 교육청 신고를 누락하는 등 쉬쉬하며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한 초등학교 50대 체육 교사는 구속됐다.


해당 교사는 올해 1학기 체육수업을 하면서 상습적으로 여학생들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이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5, 6학년 여학생 5∼6명이 피해를 본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사는 이전에도 다른 학교에서 성추행 문제로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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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자료 사진 ]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50대 교장은 최근 법정 구속됐다.


G교장은 지난해 4월 20일 오후 5시 30분부터 3시간 30분가량 교사와 학부모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화성 학교 인근에서 열린 회식자리에서 학부모(33·여)의 허벅지를 만지고 어깨를 주무르는 등 수차례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른바 '2차'로 간 노래방과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피해 여성을 끌어안는 등 추행을 계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공직사회 내 남성 지향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적으로 우월해야 능력 있는 것처럼 보이는' 왜곡된 분위기가 터 잡지 못하도록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남성 지향적이고, 성적으로 공격적인 것이 인정받는 것 같은 암묵적인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무원들이 각종 권한과 재량권을 갖고 있다보니 그것을 성추행하는 데 악용하는 부분도 있다"며 "성적인 농담도 잘해야 마치 능력이 있는 것으로 왜곡해 느끼는 행위 자체가 아예 발붙이지 못하도록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희롱 단계부터 징계를 강하게 하는 공직 문화를 조성하고, 공무원 임용 초기부터 직장 내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수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공무원들의 도덕성과 인성이 앞으로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임용 면접 과정에서 좀 더 엄정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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