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탄생 1377년으로 가보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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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직지 탄생 1377년으로 가보는 시간여행

고려 저잣거리 재현…1천377명 염원 담은 대형 조형물도 설치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639년 전인 1377년 고려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고려는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 우왕은 비운의 개혁군주인 공민왕이 살해된 뒤 어린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았다. 당시 겨우 13세였던 우왕은 쓰러져가는 국가를 세울 능력이 없었다.


100여년 전 고려를 침입했던 원나라의 내정 간섭은 도를 넘었다. 그 와중에 왜구의 노략질은 더욱 심해져 그해 10월 40척의 배를 나눠탄 왜구들이 동래에 들이닥치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15년 뒤 475년을 이어온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새 왕조를 열었다.


고려말 혼란의 시대를 살던 민초(民草)들은 지긋지긋한 삶의 질곡을 끊어 버릴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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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코리아에 설치된 '직지 월'

이때 청주의 흥덕사에서는 이런 백성들의 열망을 모아 불교에서 전해 내려온 이야기를 채록한 백운화상의 글을 그의 제자들이 책으로 엮기 시작했다.

이 책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 佛祖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이다.


직지를 재조명하기 위해 올해 처음 국제행사로 치러지는 직지코리아에서는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저잣거리가 꾸며진다.


청주지역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시민추진단이 '1377 고려, 저잣거리'를 기획했다. 직지코리아가 관(官) 주도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축제로 만들자는 취지다.


청주 고인쇄박물관 주차장 일대에 초가 부스가 설치되고, 직지가 탄생할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 저잣거리가 재현된다.


고려시대 전통 복장을 한 상인들이 물건을 팔기도 하고, 고려의 특산물인 한지, 도자기, 철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운영된다.


교역이 활발했던 고려의 대외활동을 보여주기 위해 다문화 가정과 중국 유학생, 터키 상인 등 외국인들도 축제에 참여한다.


행사장에 마련된 고려 의상을 입고 부채, 우산 등 전통 소품으로 한껏 치장한 뒤 거리를 거닐 수 있다. 주막에 앉아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 마시면서 저잣거리에서 펼쳐지는 판소리, 마당극을 관람하면 마치 6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지역 연극인들은 엿장수, 보부상, 지게꾼 등으로 분장해 고려 시대를 연출한다.


직지코리아 조직위원회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직지의 반환을 염원하면서 직지의 창조적 가치를 계승하기 위한 '1377 마음 기록 프로젝트'를 사전 행사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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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마음 담은 '마음 천'

지난달부터 지역 내 초등학생과 시민 등 1천377명이 정사각형의 '마음 천'에 크레파스와 유성 매직을 이용해 자신의 염원을 담았다.


이 프로젝트로 모은 '마음 천'은 청주예술의 전당 광장에 특별한 설치물로 재탄생한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6m인 6개의 설치물에 '마음 천'을 모자이크처럼 부착해 직지가 탄생한 연도인 1377을 표현할 예정이다.


행사장 입구에 조성하는 '직지 월(WALL)'과 함께 직지코리아의 상징 조형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지 월은 8천여개의 격자형 박스를 쌓아 올려서 만든다. 전체 규모가 높이 11.7m, 길이 87m에 달한다. 직지코리아 행사장을 둘러싸는 벽의 역할을 하면서 주 출입구로 이용된다.


이 박스의 앞뒤에는 직지 하권에 실려있는 1만6천21의 한자가 새겨져 있다.


이 조형물에 설치된 글자는 직지 하권에 실린 것과 똑같이 '비시십분(比是十分)'으로 시작해 '청주목 외 흥덕사 주자인시(淸州牧外興德寺鑄字印施)'로 끝난다.


박스는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내부에 LED 조명을 설치해 마치 유등놀이 등에 사용되는 등의 분위기를 낸다. 행사 기간 내내 불을 밝혀 화려한 야경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직지코리아 관계자는 "고려 시대를 체험하면서 직지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저잣거리를 만들고, 직지 반환 등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보여주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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