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힙합 음악을 소재로 한 이색적인 청소년소설이 나왔다.
제1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싸이퍼'는 힙합에 빠져 최고의 래퍼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소설 제목 '싸이퍼'는 래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비트에 맞춰 랩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이르는 힙합 용어다.
이 소설로 등단한 신인 작가 탁경은(33) 씨는 29일 광화문 인근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힙합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의 소통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주인공 '도건'과 '정혁'이 화자로 번갈아가며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밤낮으로 랩을 쓰는 중학생 도건이는 시를 좋아하는 누나의 영향을 받아 시 구절을 랩에 응용하기도 하고 영어로도 랩을 잘 써 랩 배틀에서 수차례 우승한다. 정혁이는 힙합을 하겠다며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가출해 족발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키워가지만,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괴로워한다.
랩 배틀에서 도건이를 본 정혁이는 도건이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도건이는 솔직하고 감성이 풍부한 랩을 하는 정혁이를 동경한다.
작가는 원래 힙합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가 단편소설에서 랩을 하는 젊은이들에 관해 쓰기 시작하며 힙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저도 그 이유는 모르겠는데, 랩을 하는 아이들이 제 소설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 같아요. 소설을 쓰면서 랩을 찾아서 많이 듣게 됐어요. 그러다 다큐멘터리 영화 '투 올드 힙합 키드'를 보면서 (내 소설이) 이런 식의 주제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편으로 다시 쓰게 됐습니다."
그는 이 소설에서 어떤 일이든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재능이 있다고 다 끝까지 남는 게 아니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재능이 있어도 중간에 포기하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남아 성공하기도 하고요. 이런 건 제가 글을 쓰면서 봤던 소설가 지망생들의 모습과 비슷했어요. 결국, 성과나 결과보다 그 과정 안에서 더 행복하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도 신춘문예나 문학상 공모에 여러 번 떨어지면서 제 자신을 세뇌했거든요. '글을 쓰는 과정 안에서 행복하면 된 거다'라고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수년간 학원 강사로 일하며 중·고등학생들을 접한 경험이 소설에 반영되기도 했다.
"힙합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이 소설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 내성적이거나 자기 고민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이 소설을 읽고 주인공들처럼 글을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일기든, 시든, 랩이든요."
그는 향후 작품 활동 계획으로 "내 소설이 착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이런 점이 청소년소설이랑 잘 맞는 것 같다"며 "일반 소설과 청소년소설을 함께 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