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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학비도 없는데"…마지막 월급받은 근로자의 슬픈 추석

기사입력 2016.09.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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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現重 사내협력사 8월에만 11곳 줄폐업…"옮긴 직장도 9개월 만에 문 닫아"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당장 애들 등록금부터 걱정해야 할 판인데, 추석이 즐거울 리 있겠습니까."

    14735571709488.jpg농성하는 조선업하청업체 노동자(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가 올해 8월 말 폐업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가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했던 김모(44)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가 다니던 회사는 지난달 말 폐업했다.


    앞서 다니던 다른 사내하청업체가 지난해 12월 폐업하면서 옮긴 직장이 9개월 만에 또다시 문을 닫은 것이다.


    월급날이던 지난 9일 폐업한 회사가 김씨에게 보낸 8월 임금은 200만 원 정도.


    마지막 월급 받고 이번 추석에 서울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뵈려 가야 하는 김씨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씨는 "형님들이 계시지만 사정상 내가 차례를 지내야 하는데 어머니 용돈 좀 드리고 차비 쓰고, 매월 나가는 대출 이자 갚고 나면 마지막 월급이 얼마 남지 않을 것 같다"며 "사실 추석 이후가 더 문제다"고 하소연했다.


    당장 자녀들 학비부터 걱정이다.


    대학교 1학년인 큰아들의 2학기 등록금은 170만 원, 고등학생인 둘째 수업료는 40만 원 정도다.


    사내하청업체서 5년 이상 근무하면 대학생 자녀 등록금 50%, 고교 자녀는 100%를 회사에서 지원해주는데 김씨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일한 기간까지 포함해 5년을 채운 것이 올해 6월.

    2학기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회사가 폐업했다.


    김씨는 "최근에 다른 하청업체서 면접을 보려 오라고 해서 갔는데, 결국 고용이 안 됐다"며 "사내하청노조 조합원이라서 떨어뜨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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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업 인력 구조조정 급물살(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일 울산 앞바다에서 선박이 지나가면서 생긴 파도 너머로 현대중공업의 대형 크레인이 보인다. 2016.5.20 yongtae@yna.co.kr

    같은 업체에 다녔던 이모(49)씨 사정도 비슷하다.


    다른 지역에 있는 큰딸은 그나마 제 밥벌이를 하니 괜찮지만,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인 둘째 딸과 초등학생 막내아들이 걱정이다.


    2년 전 빌라를 구입하면서 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3천만 원을 갚는 데만 원금과 이자를 합해 월 60만 원이 들어간다.


    이 빚을 다 상환하려면 28년이 더 남았다.


    이씨는 "일단 집부터 팔고 월세를 얻든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업 물량 감소 등으로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폐업한 업체는 36곳으로 이 중에서 김씨와 이씨가 다니던 곳처럼 추석을 코앞에 둔 지난 8월에만 11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폐업하면서 근로자 임금이나 퇴직금이 체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체당금(체불된 임금을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것)을 신청하면 되지만 근로자에게 돈이 지급되기까지 두 달 이상은 걸린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울산의 올해 조선업종 체불액은 7월 말까지 67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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