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 목회자 신학적 근거 탄탄…긍지 가져야"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문화

"이중직 목회자 신학적 근거 탄탄…긍지 가져야"

김승호 교수 '이중직 목회' 출간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대부분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생활이 영위가 안 돼요. 교회를 개척하면서 모교회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대개 2∼3년이 지나면 재정적으로 버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목회자 개인이 다른 직업을 가질 수밖에요. 그래서 이를 '생계형 이중직(二重職)'이라고 표현합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동교회 다사랑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중직 목회'(하명출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저자 김승호 영남신학대 교수는 대다수 목회자가 '생계형 이중직'에 내몰리는 현실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중직 목회란 목회자가 세속의 직업을 겸하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이어 "목회자들은 이중직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 개신교 교단은 목회자의 이중직을 금지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해 한국교회는 그동안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미약했다"고 비판했다.


신학교 난립과 예비 목회자 과잉배출, 신도 수 감소 그리고 교회 재정 악화 등의 상황에서 목회자가 세속의 직업을 갖는 문제는 한국교회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직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국 개신교 교단 가운데 이중직을 전면 허용하는 교단은 침례교뿐이며 감리교가 부분적으로 이중직을 허용하고 있다.

대다수 교단은 '목회자 이중직 금지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급변하는 사회와 목회자의 생활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또 목회직을 일반직과는 다른 거룩한 '성직' 개념으로 보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인식에 상처를 입는 것은 이중직에 내몰린 대다수 목회자다. 김 교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도 이중직 목회를 하는 목사들이 스스로 이류 혹은 삼류 목회자란 인식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중직 목회는 성경적·신학적·역사적 기초가 탄탄한 대안적 모델"이라며 "이중직 목회자들도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선 이중직 목회가 타당한 성경적 근거로 사도 바울을 들었다. 바울은 생활의 필요를 위해 교회의 후원과 자급자족 모두를 경험했고, 세속의 일로 얻은 이익과 교회 재정 둘 모두를 하나님의 후원으로 긍정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사도행전이나 바울이 남긴 서신을 볼 때 초기 교회에서는 이중직 목회가 일반적인 개념이었다"며 "4세기 들어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전문적 목회자와 평신도의 구분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루터나 칼뱅이 이야기한 직업 소명설에 비춰볼 때도 이중직 목회는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직업 소명설에 따르면 "세속사회의 모든 합법적 직업은 신이 부여한 소명"이며 "세속의 직업이 합법적이라면 목회를 하면서 세속의 일을 하는 것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기독교 역사가 오래된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중직 목회를 하나의 상식적 모델로 수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생계형 이중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중직 목회를 전임제 목회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보완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4737253382954.jpg김승호 영남신학대 교수(연합뉴스=김기훈 기자) 김승호 영남신학대 교수가 1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동교회 다사랑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중직 목회'(하명출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출간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2016.9.12. kihun@yna.co.kr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