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판 노예' 해외 北노동자 문제, 국제안보기구서 첫 공식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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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판 노예' 해외 北노동자 문제, 국제안보기구서 첫 공식논의

벨기에 인권단체, 유럽안보협력기구 회의서 北노동자 실태 폭로
"OSCE, 회원국의 北노동자 비자발급·노동현장실태 자료 수집해야"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해외에 파견돼 이동의 자유 없이 저임금과 강제노동 등 현대판 노예처럼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문제가 22일 안보 관련 국제기구의 연례회의에서도 처음으로 공식 논의됐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국경 없는 인권'의 윌리 포트르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주적 제도와 인권사무소(ODIHR)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한 인권 관련 회의 주제발표를 통해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 관심을 끌었다.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 회의 모습[EPA=연합뉴스]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 회의 모습[EPA=연합뉴스]

포트르 사무총장은 주제발표에서 현재 북한의 노동자 5만 명이 16개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연간 12억~23억달러를 북한으로 송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대부분 나라는 지독하고 대대적인 인권탄압국인 북한에 부과된 유엔의 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셈이라면서 폴란드, 네덜란드, 몰타 등 몇몇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북한과 이러한 비도덕적 거래에 개입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스트리아는 지난 2014년에 북한 국적자 104명에게, 2015년에는 111명에게 비자를 발급했고,불가리아, 체코, 루마니아도 북한인 고용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지금은 모두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에서 발표한 폴란드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사례를 들어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12~16시간씩, 한 달에 단지 하루 이틀 쉬면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고 ▲월 임금은 계약상에 나타난 것의 10~20% 정도인 120~150달러에 불과하며 ▲폴란드에 도착하자마자 북한인 감독관에게 여권과 비자를 빼앗겨 이동의 자유 없이 감시하에 '비(非) 북한인'과 철저하게 격리된 채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폭로했다.

포트르 사무총장은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24개 폴란드 기업을 언급한 뒤 폴란드 당국은 북한 노동자들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으나 이러한 노동착취에 관여한 주체들을 제재하거나 관련 정책을 고치도록 하지 않음으로써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기준에 대한 체계적인 위반을 방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폴란드, 몰타를 비롯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OSCE 회원국들에 ILO의 노동기준과 이들 국가가 서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ICESCR)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노동시간·근로조건·임금에 관한 명확한 정보 조항,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직접 지급, 북한 당국의 여권 및 비자 압수 금지, 노동자들의 이동 자유 보장, 북한인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에 대한 조사 및 국내외 기준 미준수시 제재 등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 뿐만 아니라 OSCE에 대해선 회원국들의 북한 국적자에 대한 노동비자 발급 및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현장실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OSCE는 유럽안보를 위한 협력체제로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구소련 국가들 및 모든 유럽국가를 포괄하는 범유럽 기구로, 냉전 시대인 1975년 헬싱키에서 동서 간 대화증진 및 인권보호 등을 위해 창설됐다.


현재는 유럽의 민주주의 증진과 무기통제, 인권보호, 긴장완화, 분쟁방지를 목적으로 활동 중이며 오스트리아 빈에 사무국이 있다.


회원국은 유럽과 중앙아시아 북미의 57개국이며 한국을 비롯 일본, 호주, 태국 등은 협력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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