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단층조사로 믿을만한 지진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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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정확한 단층조사로 믿을만한 지진대책 내놔야

(서울=연합뉴스) 국민안전처는 4일 브리핑에서 지진종합대책을 연말까지 전면 손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9.12 경주 지진'을 계기로 기존의 방재 대책이 허점투성이로 드러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한 방침은 범정부 지진방재 종합개선 기획단과 이슈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대국민 신속전파 체계 개선, 지진매뉴얼 정비, 교육훈련 강화, 시설물 내진보강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 나름의 방재 대책을 올해 말까지 확정해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딱히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진앙이 될 수 있는 땅속부터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경주 지진의 경우 정부는 진앙을 양산단층으로 꼽았지만, 학계 일각에선 양산단층으로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반도 활성단층의 실체를 면밀히 파악해 일반에 공개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가 사는 땅 밑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른 채 지진방재 대책이 제대로 나오기는 어렵다.


활성단층의 실체를 규명하는 건 원자력발전소 안전 문제 등과 직결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 등에 대한 지진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 지진에 따른 원전 등의 사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국내 원전 50㎞ 이내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수는 총 428건이다. 이는 기상청 관측 이후 국내 4개 원전본부의 50㎞ 이내에서 발생한 지진 수를 말한다. 이중 월성원전 인근 지진이 208건(48.6%)으로 가장 많았다. 경주 지진과 연관해 여러 차례 여진이 생기면서 숫자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경주 지역을 포함해 경남북 동해안 일대에 밀집해 있는 원전에는 지진 충격파가 언제든 미칠 수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의원들은 최근 국감에서 전국의 활성단층에 대한 정밀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지난달 말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지질 관련 학회 심포지엄에서 한 연구진은 월성원전 남쪽에 있는 읍천단층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활성단층으로 추정되는 25개 단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진은 특히 지난 2009~2012년 전국 광역 단위의 국내 활성단층 지도를 제작했는데 당시 연구가 한반도의 가장 젊은 지각에 대한 지질도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돼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현재로썬 국내 활성단층의 현황 파악조차 어렵고 추가 정밀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우리 지질 연구가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지난달 말 지진 현안 보고에서 "우리나라 활성단층이 450개 이상인데 25개밖에 조사가 안 됐다"며 활성단층 위에 국내 원전이 건설됐는지에 대해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국민의 불안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주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줬다. 범정부 태스크포스는 언제 일어날지 모를 큰 지진을 상정한 실질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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