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본토 미국에 '한국미' 새긴 그래피티 라이터 심찬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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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본토 미국에 '한국미' 새긴 그래피티 라이터 심찬양씨

'한복 입힌 흑인 여성' 등 뉴욕·LA 벽면에 그려 '호평'
"한국에 그래피티 매력 알리고, 저변 확대가 목표"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그래피티(Graffiti) 본토 미국에서 한 한국 청년이 그린 '한복 입은 흑인 여성과 한글' 그림에 미국인들이 환호했다.


그래피티란 스프레이 페인트로 대형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 행위로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힙합 문화가 일찌감치 발달한 미국에서는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아트'다.

14756210562207.jpg미국 벽에 새긴 색동저고리그래피티 라이터 심찬양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벽면에 그린 색동저고리 입은 흑인아이.

그래피티 라이터(Graffiti writer) 심찬양(28)씨는 최근 미국에서 한국 그래피티의 실력을 한껏 발휘했다.

심씨의 '한복 입은 흑인 여성, 꽃과 한글' 그림을 본 미국인들은 SNS에 "진정한 미다", "정말 아름답다", "가치 있는 그림이다", "멋있다"를 연신 쏟아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 신문이 심씨 그림을 소개하기도 했다.


심씨는 "미국에서 시작돼 한국에 전파된 그래피티를 한국인들이 얼마나 멋있고 재미있게 발전시켰는지 보여주고 싶어 무비자 체류 허용 기간(90일 전) 중 89일 동안 미국 4개 도시를 돌며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그래피티가 얼마나 매력적인 문화인지를 알리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심씨와 일문일답.

-- 그래피티란 무엇인가.

▲ 그래피티란 본래 낙서라는 뜻이다. 벽화나 회화와 비슷하고 스트릿 아트(Street art)의 한 분야로 불리기도 하지만 힙합(Hiphop) 문화가 발전한 미술 형태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14756210584632.jpg뉴욕에 그린 심찬양씨의 그래피티그래피티 라이터 심찬양씨가 미국 뉴욕에서 힙합 스타들의 모습을 그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래피티는 미국 흑인 갱들이 자기 구획의 영역표시나, 상대 조직의 구획에서 자신의 대담함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나 조직 이름을 남기던 것(태깅, Tagging)이 시초다.


이후 더 많은 지역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기차 등에 몰래 이름을 남기는 트레인 버밍(Train Bombing) 등으로 발전했다.


큰 그림을 빨리 그릴 수 있는 스프레이 페인트의 이점 덕에 지금은 대형 벽면에 그리는 회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 그래피티다.


-- 미국 한복판에 한복 입힌 흑인 여성이나 꽃과 한글을 그린 것이 어떤 의미인가.


▲ LA의 유명한 더 컨테이너 야드(The Container Yard; 스트릿 아트와 그래피티의 대규모 미술관)에서 그림 그릴 기회를 얻고 흑인 여성에게 한복을 입히면 더욱 특별하고 예쁘게 잘 어울리겠다는 영감을 받았다.


거기에다 한국의 꽃과 한글을 미국에 남기고 싶어 나무에 핀 꽃, 도종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의 한 구절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글귀도 그려 넣었다.


그림을 본 미국인들은 SNS에 많은 찬사를 보냈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화려한 색상의 한복을 입힌 흑인 여성을 그림에 담았고, 두 번째 컨테이너 야드에서 초청을 받아 그린 그림에는 단아한 한복 저고리를 입은 흑인 여성을 그렸다. 거기에는 이전 글귀와 뜻이 이어지도록 '(그)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한글로 썼다.


그림이 좋았던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그래피티 이벤트에 초대돼 대형 벽면에 색동저고리 입은 흑인 소녀와 한글을 또 그렸다.


한복 입은 흑인 여성 그림은 LA에 두 곳, 샌프란시스코에 한 곳 등 모두 세 곳에 남겼다.


한복 입힌 흑인 여 그림에, 한국 문화에 즐거워하는 미국인들을 보며 한국인의 자긍심과 한복의 아름다움 새삼 느꼈다.


벽면에 새겨진 한글은 더욱 빛나고 아름다웠다.

-- 미국 여행 계기는.

14756210609520.jpg한복입은 흑인 여성과 한글그래피티 라이터 심찬양씨가 미국의 한 건물 벽면에 그린 그림.

▲ 미국에서는 비자 없이 90일 체류가 가능한데 89일 동안 그림을 그리며 여행했다.


미국의 그래피티 조건과 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그래피티를 마음껏 그리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위해서 미국행을 계획했다.


뉴욕 브롱스(Bronx)의 MTN(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프레이 페인트 회사) 스토어 겸 타투 샵인 터프 시티(Tuff City)라는 곳 뒤뜰에는 여러 그래피티 라이터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연습하고 교류하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힙합 스타들로 뉴요커들이 좋아하는 제이지(Jay-z), 내가 좋아하는 티아이(T.I), 브롱스 사람들의 영웅인 빅펀(Big Pun) 등 세 흑인 래퍼의 얼굴을 그렸다.


반응이 좋아 캘리포니아의 모데스토(Modesto), 샌프란시스코, LA 등지에 초대받아 그림을 그리게 됐다.


--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 올해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내년에는 다시 미국을 여행할 계획이다.


그래피티가 얼마나 매력적인 문화인지를 한국에서도 많이 알리고 싶다.


한국은 그래피티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정말 실력이 좋은 라이터들만 살아남았다.


한국에서 프로로 활동하는 그래피티는 20여 명 정도로 실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래피티 재료가 되는 스프레이 페인트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림 그릴 장소도 마땅하지 않다. 이런 환경을 개선해 한국 그래피티 라이터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한국의 그래피티 문화 저변을 확대하려는 것이 저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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