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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伊 합동공연서 빛난 소프라노 여지영 "노래로 양국 잇고파"

기사입력 2016.10.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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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한국문화원 개원 기념 양국 젊은 음악가 공동연주회서 호평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앞으로 이탈리아와 한국을 부지런히 오가며 무대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오는 26일 이탈리아 로마에 문을 열 한국문화원 개원을 축하하기 위해 양국의 젊은 음악도들이 함께 꾸민 무대에서 한국 출신 소프라노 여지영(35) 씨가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을 사로잡았다.


    여지영 씨는 지난 16일과 19일 등 두 차례 로마 시내 공연장에서 열린 로마 신포니에타의 연주회에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페르골레시의 '성모애가'로 함께 무대에 올랐다.

    14769770230757.jpg이탈리아 음악계에서 주목받은 소프라노 여지영 씨.

    여 씨는 이 무대에서 호소력 있는 음색과 기교, 풍부한 감성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아들 예수를 바라보며 슬피 우는 성모 마리아를 극적으로 형상화하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곡은 대체로 느리고 침울하지만, 때로는 밝고 경쾌한 선율 속에서 아들을 잃은 성모의 비통한 심정을 라틴어 가사로 전달해야 해 이탈리아 성악가들에게도 까다로운 작품으로 꼽히지만 그는 곡의 분위기를 충실히 살리며 무대를 장악했다.   

    공연이 끝난 뒤 이탈리아의 유명 지휘자 중 한 명으로 이날 연주를 지휘한 마르첼로 판니와 루이지 란칠로타 로마 신포니에타 예술감독은 "소프라노 여지영의 재능이 빛났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여 씨의 실력을 높이 사 현지 오페라 오디션에도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 씨는 공연이 끝난 뒤 "이번 무대에 서기 위한 오디션에서 평소 존경하던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엘라 데비아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었는데, 덜컥 오디션에 합격해 큰 무대에 서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던 한국문화원의 개원을 기념해 마련된 공연에서 첫 번째 주자로 노래할 수 있었던 것도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성악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3년 로마의 명문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 유학, 2년 간의 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 4월 열린 오디션 당시 풍부한 성량과 뛰어난 기교로 일찌감치 데비아 등 심사위원단의 눈도장을 받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대표 아리아 '밤의 여왕' 등 기교가 두드러지는 곡에 특히 강점을 지닌 '리리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꼽히는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성악에 입문한 늦깎이.


    고교 졸업 후 독일 뒤셀도르프로 홀로 건너가 현지에서 성악을 전공하려 했으나 건강 문제로 포기하고 귀국, 약사를 하는 두 언니들처럼 약대에 진학하려 했으나 노래와 무대에 대한 열정은 그를 다시 성악가의 길로 이끌었다.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에 유학 와서는 줄리에타 시미오나토 콩쿠르 우승, 살바토레 지오이아 콩쿠르 우승 등 크고 작은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재능을 꽃피웠다.


    그는 "중간에 다른 길을 가려 한 적도 있지만 무대에 설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앞으로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노래로 양국 교류에 기여하고, 오페라 가수로서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여지영 씨를 포함한 한국 성악가 8명, 기악연주자 4명이 이탈리아 주요 악단 중 하나인 로마 신포니에타와 함께 무대에 서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양국 젊은 음악인들의 합동 연주회는 테아트로 이탈리아 등 로마 시내 공연장에서 내달 9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이어진다.

    14769770257976.jpg로마 신포니에타와 함께 무대에 오른 소프라노 여지영(앞줄 파란색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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