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바다' 부산에 상륙한 중국발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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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바다' 부산에 상륙한 중국발 태풍>

 

부산영화제 중국영화 '주목'…영화계는 '차이나 머니'에 반색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산업계 전반에 부는 중국발 훈풍이 영화계로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중국이 화두로 떠올랐다.

 

영화제 프로그램의 상당수는 중국영화로 채워졌고 가장 큰 화제를 뿌린 스타도 중국 스타였다. 부산영화제가 야심 차게 기획한 '천만 제작자' 포럼의 화두 중 하나도 한중 합작이었다.

◇ 갈라 프레젠테이션 절반이 중국 영화

올해 영화제에서는 중국 영화의 강세가 뚜렷했다. 영화제 얼굴 격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작품 수만 놓고 봐도 그렇다. 모두 4편의 영화 중 2편이 중국영화다.

 

쉬안화 감독과 탕웨이가 호흡을 맞춘 '황금시대', 장이머우 감독과 공리가 합을 맞춘 '5월의 마중'이 상영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임권택 감독과 부산영화제 단골손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신작을 제외하면 갈라프레젠테이션이 모두 중국영화로 채워진 셈이다.

 

초대 손님 중에서도 중국의 탕웨이가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쉬안화 감독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아시아영화의 최신 흐름을 소개하는 '아시아영화의 창'에도 중국 영화의 강세가 이어졌다. 28개국에서 출품된 56편 중 9편(16.0%)이 중국 영화였다. 홍콩영화까지 포함하면 11편(19.6%)으로 일본(9편)을 제치고 최다 출품국이 됐다.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수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백일화염'과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틈입자',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한 '판타지아', 베니스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진출한 '빈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 천만 영화 제작자들도 중국에 '눈독'

영화 콘텐츠뿐 아니라 중국영화 산업동향도 예의주시의 대상이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기획한 '천만 영화를 통해 바라본 한국영화 제작의 현실과 전망' 포럼에서 중국 영화산업은 주요 화두였다.

 

이미 한국의 유명 감독과 배우가 중국 영화에 진출하고, 한중 합작은 물론 지분 참여까지 이어지는 현실에 비춰 제작자들이 피할 수 없었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괴물'을 제작한 최용배 청어람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포럼에 참석해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이 할리우드 못지않을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이는 한국영화계에 기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 대표는 "할리우드가 유럽 영화감독들을 데려와 영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중국도 아시아 인재들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하면서 한국영화 감독들은 이미 중국 시장을 주도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안병기·오기환·장윤현 등의 감독이 중국 영화계의 러브콜을 받아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송혜교·권상우·손태영·최시원·지진희 등의 배우도 중국영화에 잇달아 출연했다.

 

최 대표도 '괴물 2'를 중국 영화사와 합작해 중국서 개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중국 측이 한국배우나 감독 등을 선택적으로 접촉해 자국영화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며 그 같은 제한적인 방식의 협업은 한국 영화산업에 근본적인 활로가 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배우·연출·자본 등을 패키지화해서 면밀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한국영화계 '중국 바라보기' 당분간 계속될 듯

부산영화제가 끝나도 중국은 당분간 한국영화계에 화두가 될 공산이 크다. 배우와 감독의 진출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 국내영화계가 중국과 긴밀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종합엔터테인먼트사인 화책미디어는 최근 영화사 뉴(NEW)의 지분을 15%나 매입했다. 모두 535억 원의 '실탄'을 투입해 178만 주를 매입, 뉴의 제2대 주주가 됐다. 중국 소후닷컴이 배용준이 대주주로 있는 '키이스트'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쓴 150억 원의 3배가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다.

 

특히 대기업 계열의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제치고 지난해 배급순위 2위에 오른 뉴의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중국에서 인기있는 한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한국 기업과 손잡고 있다"며 "한류가 꺾이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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