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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랑 "내 인생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기사입력 2014.10.1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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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수술 생중계 퍼포먼스 작가, 갤러리 세줄서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일단 외모부터 파격적이다. 머리카락 절반은 흰색이고 나머지 절반은 검은색이다. 눈썹 대신 이마 양쪽에 봉곳하게 오른 혹에는 반짝이를 칠했다.

     

    90년대 초반 무려 9차례에 걸쳐 성형수술을 하며 서구 중심의 아름다움의 기준에 의문을 던지는 작업을 한 프랑스 출신 작가 오를랑(67)이다.

     

    그의 개인전이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01년 같은 공간에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리-콜럼비안'(pre-Columbian·1998), '아프리칸'(African ·2003) 등 그동안 선보인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페킨 오페라'(PEKIN OPERA) 시리즈를 소개한다.

    ORLAN, Peking Opera Facial Designs NO.1, color photograph, 120x120cm, 2014

    90년대 성형 수술을 받는 장면을 위성으로 생중계한 작가는 93년 마지막 성형 수술을 한 이후로 자신의 사진을 컴퓨터로 불러온 뒤 다른 이미지를 덧대는 식으로 작업한다. 이를테면 '디지털 성형 수술'을 하며 남성·유럽 중심의 틀에 박힌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셈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에서는 자신의 이미지에 중국의 화려한 경극 가면 이미지를 더했다.

     

    문신과 뿔 이식, 귀 장식 등 고대 부족의 다양한 문화를 합성해 반인반수(半人半獸)에 가까운 이미지로 '미학적 충격'을 준 이전 작업보다는 그나마 조금 덜 불편한 작업이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마스크는 말로써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색상과 기호를 통해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공식 문자"라며 "사진 속의 세계에서 마스크가 되는 것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얼굴에 화장하는 일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증강 현실을 이용해 작품 세계를 디지털로 한층 확대했다. 작품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대면 오를랑이 작품 밖으로 튀어나와 다양한 애크러배틱을 선보이는 일종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중국의 경극은 여장한 남자 배우가 여자처럼 연기하는 것이잖아요. 원래 남자가 하는 건데 내가 했으니 '금지된 행위'를 한 것이죠." 

     

    오를랑은 "내 인생은 전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것이었다"면서 "증강 현실도 일종의 틀에서 벗어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18일까지. 

    ☎ 02-391-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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