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무대란 참 무서운 곳…벼랑 끝 매달린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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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문근영 "무대란 참 무서운 곳…벼랑 끝 매달린 기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문근영·박정민 인터뷰

"참 어려운 작품이에요.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르는 사람은 없죠. 하지만 원작을 읽어본 사람도 드물거든요." (박정민)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두 주연배우 박정민과 문근영을 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만 나이 스물아홉,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한 두 사람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반으로 한 이번 연극에서 처음 연기호흡을 맞췄다.


박정민은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 '이게 뭐야'라는 당혹감부터 들었다며 말문을 뗐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요즘 작품들처럼 개연성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작품이 아니다"라며 "또 아름다운 문장들 사이 사이에 배우들이 채워야 하는 게 많아서 부담됐다"고 털어놓았다.


문근영 역시 "그저 비극적 사랑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원작을 읽어보니 희비극적 요소가 아주 많았다"며 "그냥 비련의 여주인공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놀랐고 어렵기도 했다"고 밝혔다.


2010년 '클로저' 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문근영은 "무대라는 곳이 참 무서운 곳이다. 벼랑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18년 연기 경력의 베테랑 배우인 문근영이지만 연극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내 실수와 부족한 부분이 완전히 드러나는 곳이 연극 무대"라며 "아직 연기력도 무대 경험도 부족해서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했다.


박정민 역시 연극 무대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영화 '파수꾼'을 통해 충무로의 기대주로 발돋움했으며 특히 영화 '동주'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 그이지만 카메라도 컷(cut) 개념도 없는 무대는 여전히 낯설고 힘든 곳이다.


박정민은 "무대에서 연기하다가 한 차례 공연에 두세 번은 '다시 할게요'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문근영은 "어느 날 윤석화 선배님이 무대적인 언어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보라고 조언해 주셨다"며 연극과 영화의 차이점에서 비롯되는 고충을 털어놨다.


문근영은 "연극에서는 감정 전환도 빨라야 하고 호흡의 낙차도 크고 생각의 변화를 어떤 몸짓으로 보여줘야 하는지 찾아내야 한다"며 "그런 부분이 미숙하다 보니까 매일 고민하고 답을 찾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는 쾌활함과 자신감이 두 사람에게서 엿보였다.


박정민은 "매일 공연이 끝난 뒤 좌절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고쳐가고 배워가는 과정의 연속"이라면서도 "이런 고민과 좌절이 행복하다"고 했다.


"이 정도로 치열하게 좌절하고 고민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좋은 배우가 되려면 분명 실패에서 배워야 하거든요."


그는 또 "다만 무대에서 쓰러져도 여한이 없다고 할 정도로 우선은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배우로서 성장해가는 이런 과정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문근영 역시 "최고의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장담은 못 해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또 함께 공연하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는 두 사람이다.


박정민은 "연기에 있어서는 근영이가 순간적인 집중력이 좋은 선배님"이라며 "워낙 캐릭터의 마음을 잘 읽고 감정적으로 좋은 배우라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문근영은 "정민이의 대본을 본 적이 있다"며 "마치 작가가 지문을 적듯이 세세하게 어떻게 연기를 하고 대사를 할지 적어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래서 '정민이의 연기가 깔끔하고 정확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칭찬했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운명의 사랑을 만나면 어떠한 반대가 있어도 사랑을 쟁취하겠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어른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며 쾌활하게 웃었다.


문근영은 "저는 아직도 운명적 사랑을 믿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저를 사랑한다면 모든 걸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니 부모님 말씀이 틀린 게 없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고 웃으며 답했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국립극장이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작품으로, 내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진행된다.

14819437394229.jpg'로미오와 줄리엣'의 문근영과 박정민[샘컴퍼니 제공]
14819437365274.jpg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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