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과 문화나눔…초콜릿처럼 달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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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과 문화나눔…초콜릿처럼 달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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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위한 무료 공연 '문화나눔초콜릿' 신혜원 대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결혼이주여성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모국의 구전동화를 가족 뮤지컬로 만들어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말로 각색을 하니까 우리 문화를 알리기에도 좋은 수단이고요."

 

방송인들로 꾸려진 자선·기부 단체 '문화나눔초콜릿'의 신혜원(49.방송작가) 대표는 다문화가족과 함께 하는 뮤지컬 '꿈꾸는 마술붓'을 만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꿈꾸는 마술붓'은 중국 구전동화를 각색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도록 꾸민 가족 뮤지컬이다. 다문화 인식 개선과 다문화가족의 문화활동 참여를 위해 만든 이 뮤지컬은 오는 12월 7일 오후 5시 대학로 엘린홀에서 공연된다. 특히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참여해 무대에 직접 오르는 공연이어서 눈길을 끈다. 

 

공연을 앞두고 최근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신 대표는 "2008년부터 우리 공연에 다문화가족을 초대했는데, 똑같은 공연을 6-8회씩 빠짐 없이 보러 오는 분들이 있어서 놀랐다"며 다문화가족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사단법인 문화나눔초콜릿을 이끌고 있는 방송작가 신혜원 씨. <<사진 신혜원 씨 제공>>
 

"그분들은 노래도 따라 부르고 거의 외울 정도예요. '나이 마흔이 되도록 공연이란 걸 처음 봤다'는 여성도 있었죠. 엄마를 따라온 한 아이는 '다음 공연 언제 하냐'고 물어보고, 언제 할지 모른다고 하면 울먹여요. 그런 분들과 함께 문화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보람 있는지 모릅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활동은 6년 남짓이지만, 이 단체의 역사는 1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KBS에서 일하던 신혜원 씨와 최영미 아나운서가 한 프로그램을 같이 하며 우연히 노숙 여성들의 현실을 알게 되고 이들을 돕기 시작하면서 모임이 시작됐다.

 

"남성 노숙인을 위한 지원은 좀 있었는데, 여성 노숙인들에게는 사회적으로 무관심한 상황이었죠. 한번은 응원차 그분들을 보러 갔다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게 됐어요.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방송, 문화 쪽이니까 그런 걸 해보자 싶어 작은 카페를 빌려 음악회를 시작했죠. 그 수익이 어떤 달은 30만 원, 어떤 달은 100만 원이었는데, 그래도 4년을 꼬박 하니까 1억 원이 모여서 홍제동에 조그만 5층짜리 쉼터('열린여성센터')를 짓는 데 기부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자선·기부 활동에 주변의 작가, 성우, 아나운서 등 방송인들이 모이면서 활동의 폭은 더 넓어졌다. 콘서트에는 최백호, 노영심, 김도향, 이루, JK김동욱 등 가수들이 무료로 출연해줬고, 이금희 아나운서와 배우 채시라, 개그맨 김기리, 서태훈, 김준호 등이 개그맨들이 진행자로 재능을 기부해줬다.  

 

이어 2009년부터는 방송작가 도상란, 서재순 씨 등이 극본을 쓰고 성우 김승태, 정현경 씨 등이 연기를 맡아 연극·뮤지컬을 창작해 무료 공연을 시작했다. 이들을 비롯해 방송인 30여 명이 고정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이따금씩 후원해주는 이들까지 합치면 200여 명이 함께 하고 있다. 공연 제작비 마련을 위해 여는 바자회에는 주변 방송인들이 너도나도 물품을 기부해준다.  

 

기부·나눔의 폭도 점차 넓어져 10년 새 다문화가족, 한부모가정, 장애인 등 소외계층 전반을 아우르게 됐다. 올해 들어서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고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기업 후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공연 '꿈꾸는 마술붓'은 GKL 사회공헌재단의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덕분에 다문화가족을 직접 참여시킬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 소외된 여성들이 많은데, 어쩌면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들이 여성 노숙인들보다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을 믿고 먼 이국 땅에 왔는데, 남편과 갑자기 사별하고 그러면 혼자 남아 아이를 키워야 하고, 사회적인 편견도 있잖아요. 그래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을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공연마다 다문화가정을 초대했고, 이제는 깊은 인연을 맺게 됐죠." 

 

이주여성들의 모임 '미래 길'과 손잡고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 교육, 방송 제작 교육도 하고, 최근에는 구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주여성의 현실을 보여주는 잡지도 만들고 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충남 태안의 한 다문화 부부를 위해 무료 결혼식을 올려주기도 했다. 다문화 뮤지컬은 시리즈로 기획해 중국편인 '꿈꾸는 마술붓'에 이어 베트남편도 만들 계획이다. 

 

신 대표를 비롯해 모두 생업만으로도 바쁜 방송인들이다 보니 자투리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나눔을 통해 얻는 기쁨이 그런 어려움을 넘어선다고 했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 해야겠다 싶어요. 그런데, 지난번 공연이 끝나고 모금함을 열어보니 봉투에 접어넣은 1천 원짜리 지폐 하나가 눈에 띄었어요. 16번쯤 접어서 깊숙이 비상금으로 나뒀던 돈인 것 같더군요. 그 꼬깃꼬깃한 돈을 보니 이 사람에게 우리 공연이 진짜 위로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그런 순간들 때문에 계속 하다 보니 10년을 왔네요. 그래서 앞으로도 아마 못 그만둘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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