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찾으러 온 고려인 3세, 학비 지원 기업인에 손편지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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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찾으러 온 고려인 3세, 학비 지원 기업인에 손편지 화답

건국대 김일랴 학생, 3천만원 생활비 지원한 호반건설 회장에 편지

"저를 장학생으로 뽑아주셔서 경제적 고민보다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훗날 열심히 사는 학생들을 돕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에게는 정성스레 꾹꾹 눌러 쓴 한 여학생의 손편지가 전해졌다.


30일 건국대학교에 따르면 편지의 주인공은 청운의 꿈을 품고 한국에 온 고려인 여학생 김일랴(23·여)씨였다.


김씨는 고려인 2세 아버지와 키르기스스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작년까지 카자흐스탄에서 자란 고려인 3세다.


다소 독특한 그의 이름 '일랴'는 할머니 이름 '최일화'에서 따왔다. 할머니는 1937년 구소련 극동지방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로 이주당한 1세대 고려인이었다.


김씨는 부모가 어렵게 모은 돈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한국인 친구를 만나면서 자신의 핏줄 속에 흐르는 할머니의 고향을 접했다.

김씨는 "나도 한국인의 후손인데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부끄러웠다"면서 "그때 한국어 공부와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유학비까지 부모에게 부탁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하루 7시간씩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모았다. 한국어는 틈틈이 독학했다.


김씨의 열정을 눈여겨본 현지 고려인협회와 알마티 한국교육원이 김씨를 건국대에 장학생으로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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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와 호반건설의 지원으로 한국 유학의 꿈을 이룬 고려인 김일랴(23·여)씨.[ 건국대 제공 ]

건국대는 김씨에게 언어교육원 1년과 학부과정 4년 등 총 5년간의 등록금 전액과 기숙사비를 장학혜택으로 선사했다.


이에 더해 작년에 건국대에 30억원을 기부하는 등 장학 기부를 계속하고 있는 호반건설 김 회장이 김씨에게 5년간 월 50만원, 총 3천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김씨는 직접 또박또박 쓴 글씨로 최근 김 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 세밑에 훈훈함을 선물했다.


김씨는 편지에서 "꿈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가족들도 매우 감사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동시에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양국 교류에 최선을 다하고,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김 회장도 편지를 받고서 자신의 기부가 또 다른 기부를 낳게 된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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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에게 보낸 손편지.[ 건국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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