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여자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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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염정아 "여자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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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서 비정규직 노동자 선희 역  
"마트에 가면 진상고객이 있나 없나 티 안나게 살피죠"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염정아(42)는 영화 '카트'에서 마트에서 일하는 아줌마 역을 맡았다. 아들 학비를 걱정해야 하고, 딸의 건강을 살펴야 하는 평범한 엄마다. 화장은 옅고, 이른바 '아줌마 퍼머'를 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한 그로서는 다소 의외의 선택이라 할 만하다.  

"저는 계속 변하고 있었어요. 변한 모습이 지금 영화에 나오는 것일 뿐이에요. 저에게는 되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에요."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염정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역할을 맡았으면 그 역에 맞추는 게 당연한 거"라는 그는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님을 믿고 연기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클로즈업도 많은데 화장을 거의 안 한 얼굴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다. 

 

"세월이 흐르면 달라져야죠. 제가 사는 세상이 달라졌는데요. 저도 애들 키우는 주부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는 실제로 7세 딸과 6세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카트'에 끌린 건 무엇보다 이야기다. "여자들이 만들어가는 우정과 가족의 이야기가 뭉클"했다는 그는 평소 개런티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출연료였지만 제작사가 내민 손을 흔쾌히 잡았다. 

 

"출연 제의를 받을 때 돈이 먼저였던 적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없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그냥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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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의 의미 있는 지점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들이 전부 여자라는 점이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제작과 투자를 맡았고, 독립영화계에서 인정받은 부지영 감독이 연출했다. 문정희, 천우희, 김영애 등 주연배우도 모두 여자들이다. 남성들이 득세하는 충무로에서는 거의 '기적' 같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저만 집이 촬영장과 가까워 출퇴근했어요. 나머지 분들은 다 숙소에서 생활했는데, 밤이면 밤마다 난리였다고 해요.(웃음). 여배우들이 많으니 분장실에 김강우 등 남자 배우들이 못 들어왔어요. 많이 친해지지 못해 아쉽죠." 

 

영화에서 그는 용역 깡패들에게 머리채를 붙잡히고, 이리저리 끌려 다닌다.

 

"촬영하면서 생채기 등 잔 상처들은 배우들이 하나씩 다 가지고 있을 거"라는 그는 몸보다는 마음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매 순간 선택해야 했어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보여주지 말고, 그냥 가져가도 관객들이 알아챌까? 아니면 겉으로 표현해야 하나? 그런 선택들이 가장 힘들었어요."

 

"관객과 공감할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자 노력했다"는 염정아는 영화를 찍고 나서 "마트에 가면 진상고객이 있나 없나 티 안나게 살핀다"고 했다. 부당하게 대우받는 마트 노동자들의 삶을 연기하고 나서 얻은 작은 변화다.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가다 보니 일을 대하는 자세도 변했다. "나이 든 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든 걸" 당연히 받아들인다.  

 

"서글프지만 그건 제게 큰 문제가 아녜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지금의 잘 나가는 20~30대 배우들도 어차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제는 캐스팅을 기다리는 게 재밌어요. 어떤 작품이 주어질까?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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