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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정상회담 다음날 미사일 쏜 북한

기사입력 2017.02.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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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가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을 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2일 오전 개량형 무수단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평안북도 방현비행장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은 고도 550여Km, 거리 500여Km를 날아 동해에 떨어졌다. 무수단급의 최대 사거리는 3천500Km인데 보통 5천500Km는 넘어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본다. 미사일은 동해에서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과 육상의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레이더(그린파인)에 포착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작년 10월 무수단급 발사 이후 근 4개월 만이다. 북한이 연초부터 거듭 위협해온 ICBM 발사는 아니었지만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사일 도발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도발 소식이 전해지자 한미일 3국 정부는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청와대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확인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또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해, 긴밀한 한미 공조를 유지하면서 대북 도발 억제 방안을 강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언급 없이 '일본의 입장을 100% 지지한다'며 아베 총리에 힘을 실었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한미일 정보 공유와 대북 경계 강화 등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에 북한은 4년 전 3차 핵실험을 한 날에 맞춰 미사일은 발사했다. 북한 입장에서 '의미 있는' 날을 골라 대외적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것 같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묘했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면서 일본·한국과 공조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취임 후 처음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다음날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이다. 의도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미일 양국을 매우 불쾌하게 만든 것은 분명한 듯하다. 첫 정상회담을 마치고 '겨울 백악관'에서 쉬고 있던 두 정상을 기자회견장으로 끌어냈으니 말이다. 북한이 ICBM 대신 중거리 미사일을 쏜 것을 놓고, 그나마 미국을 의식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은 일단 건너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AP통신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트럼트 대통령에 대한 암묵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과 걱정이 엇갈린다.


    어쨌든 북한은 트럼프 정부를 지켜보겠다는 관망 기조를 이제 버린 것 같다. 이번 미사일 도발로 '우리 갈 길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견상 트럼프 행정부에서 노골적으로 제기된 선제타격론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최근 한 강연에서 "선제공격을 비밀리에 준비할 수 없을 텐데 북한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그 전에 김정은을 먼저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벼랑끝 전술'을 장기로 하는 북한이고 보면 단순히 흘려들을 말은 아닌 듯하다. 중국이 100% 협력하지 않는 한 현 수준의 유엔 제재로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한반도 전쟁 발발의 위험을 생각하면 미국의 선제타격론도 기댈 만한 카드는 못 되는 것 같다. 한미 양국의 한층 더 공고하고 실질적인 동맹 관계가 긴요한 상황이다. 상호 이해와 신뢰를 토대로 깊숙한 협의가 이뤄지는 상시 협력 관계가 가동돼야 한다. 특히 우리가 모르는 상태에서 선제타격 같은 극단적 대북 조치가 검토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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