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올레 성공 이끈 한국인 이유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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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올레 성공 이끈 한국인 이유미씨

규슈관광추진기구 근무하며 모국의 '제주올레' 열풍에 눈돌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킹 코스 '제주올레'를 본뜬 일본 '규슈올레'를 만들어 성공으로 이끈 한국인이 있다.


규슈지역에 있는 7개의 현과 여행사, 운수업체 등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민관 협력 기구인 규슈관광추진기구 해외유치추진부의 한국 담당 이유미(38)씨.

14877448036289.jpg일본 규슈올레 성공 이끈 한국인 이유미씨(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일본 규슈올레를 성공으로 이끈 한국인 이유미(38) 씨가 지난 19일 후쿠오카현 미야마·기요미즈야마 코스 개장식에 참가한 한국 언론 관계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2.22
khc@yna.co.kr

이씨는 후쿠오카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만난 같은 대학 경제학부 출신의 한 살 위 일본인과 2004년 8월 결혼하고 후쿠오카에 신혼살림을 꾸렸다. 그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다 자신도 잘 모르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그만뒀다. 2005년 4월 때마침 출범한 규슈관광추진기구에 들어갔다.


일본을 구성하는 혼슈(本州), 홋카이도(北海道),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등 4개의 큰 섬 가운데 규슈는 가장 남쪽에 있다. 당시 규슈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63만1천389명에 불과했다.

   

2010년 출산 휴가 중에도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고민하던 이씨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 제주올레를 발견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사무국에 제주올레를 규슈에 도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2개월 뒤 제주올레 관계자들이 규슈를 찾았다.


그해 8월 규슈관광추진기구 관계자들이 제주를 방문, 제주올레를 직접 체험하고 업무제휴를 맺었다. 제주올레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명칭을 규슈올레로 하고, 제주올레의 로고는 물론 간세와 화살표, 리본 등 표식을 모두 그대로 쓰기로 했다.


2012년 2월 드디어 1차 규슈올레 개장식을 했다. 당시 사가현 다케오 코스(12.3㎞), 구마모토현 아마쿠사·이와지마 코스(12.3㎞), 오이타현 오쿠분고 코스(11.8㎞), 가고시마현 이부스키·가이몬 코스(12.9㎞) 등 4개 코스를 개장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4개 코스씩 추가로 개장했다. 4차로 3개 코스. 5차와 6차 각 2개 코스를 차례로 개장했다. 총 19개 규슈올레 코스가 완성됐다.


규슈올레 개장과 더불어 한국인 관광객이 늘기 시작했다. 연간 규슈올레 한국인 탐방객은 2012년 1만6천750명, 2013년 2만4천160명, 2014년 4만740명이다. 지난해 3월까지 규슈올레 탐방객은 총 22만3천620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63.3%인 14만1천500명이고, 일본인은 36.7%인 8만2천120명이다.


일본 법무성 출입국관리통계를 보면 규슈지역 전체 외국인 관광객도 규슈올레 1차 개장식이 열린 2012년 115만103명에서 2015년 283만2천359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에서 일하며 제주올레 전 코스를 완주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올레꾼 칼 하인즈 그라프씨가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으로 직장을 옮긴 뒤 네 번에 걸쳐 규슈올레를 완주한 사례는 제주올레 브랜드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일본 사람들에게 제주올레를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는데 지금은 코스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현재까지 개장한 규슈올레 완주자 109명 중 30명 정도가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일본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일본인 올레꾼들이 많이 늘어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아쉽게도 이씨는 내달까지만 규슈관광추진기구에 근무한다. 4년 전 약 900㎞ 떨어진 기후(岐阜)현에 있는 회사로 직장을 옮긴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서다. 8살, 12살 두 아들도 아빠와 함께 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규슈관광추진기구 계속해서 제주올레와 협력해 앞으로도 매년 2∼4개의 코스를 더 개장해 총 30개 코스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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