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 '지금당장'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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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 '지금당장' 하라"

서울 도심서 대규모 집회…"지금 당장 삶 이어가기 어렵다"
'인권개선' 약속한 경찰, 경력·버스 투입 없이 '교통관리'에만 집중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27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새 정부 들어 경찰이 집회 현장에 경찰력·살수차·차벽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새 집회 관리 기조를 검토중이라고 밝힌 뒤 열린 첫 대규모 도심 집회다.


민주노총과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만원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노조할 권리 지금당장 촛불행동' 문화제를 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표발언에서 "문재인 정부는 3년 내 1만원을 얘기하고 있는데 3년 안에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적폐청산과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데 90%에 가까운 국민이 지지를 보일 때 최저임금 1만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요구는 민주노총을 위한 요구가 아니다"라면서 "최저임금 1만원은 500만 최저임금 노동자와 하루하루 버티는 청년노동자의, 비정규직 철폐는 1천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은 노조 없이 권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1천800만 노동자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가짜 만원 지폐의 세종대왕 자리에 얼굴을 내밀고 단상에 오른 김재근 청년전태일 운영위원장은 "나는 5년 가까이 애인 있는데 결혼을 못 했고, '투잡'을 하면서 한 달 200만원도 어려운 30대"라면서 "최저임금 1만원을 즉각 실현해달라는 것은 지금 삶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 추산 2천500명(경찰 추산 2천500명)의 참가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지금 당장', '비정규직 철폐 지금 당장', '노조 할 권리 지금 당장' 등 구호를 외치며 을지로를 거쳐 보신각에 이르는 경로로 행진한 뒤 해산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앞서 대학로, 시청역, 종각역 등지에서 다양한 사전행사를 열어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 권리 향상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파이낸스센터 앞에서는 현행 최저시급인 6천470원이 얼마나 적은 액수인지를 보여주는 '최저임금 테이블' 선전전이 열렸다. 테이블 위에 최저시급으로 살 수 없는 참외 3개(8천원), 고추장 한 통(8천150원), 참치 4캔(7천400원), 면도기(8천800원) 등 생필품이 놓였다.


같은 곳에서 열린 '촛불들의 만원 버스킹' 토크 콘서트에선 대학생, 대학병원 청소노동자 등이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을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이연순씨는 "우리는 마치 병균이나 유령처럼 살고있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외국 여행은 꿈도 못꾸고, 독도는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28주년을 기념하는 전국교사결의대회가 열려 소속 교사들이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계 수립을 촉구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전교조 탄압은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라면서 "법적 지위 회복은 물론이요, 교원노조법과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을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 집회 참가자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청계광장까지 행진, 본행사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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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경찰의 인권 문제 개선을 주문한 뒤 처음 열린 이날 대규모 집회에서는 실제 '달라진' 경찰의 모습이 이목을 끌었다.


경찰은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본행사는 물론 '집회'로 신고된 전교조 결의대회에도 의경을 전혀 투입하지 않았다. 도심 집회가 열릴 때면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경찰버스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은 교통경찰만 투입, 행진할 때 최대한 원활하게 차량 흐름이 이어지도록 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수 조건으로 경찰의 인권 개선 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이대형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은 최근 부산경찰청에서 열린 행사에서 "앞으로 집회 현장에 경찰력, 살수차, 차벽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여러 차례 인권침해 논란을 부른 차벽과 살수차를 집회·시위 현장에서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폭력시위 가능성이 농후하거나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예외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한편, 이날 본행사에 앞서 민주노총 등이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및 촉구 선전전' 행사에서 술에 취한 김모(67)씨가 한 조합원이 들고 있던 피켓을 부숴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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