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석 매진시킨 '美 국민 디바' 플레밍…품위·우아함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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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2천석 매진시킨 '美 국민 디바' 플레밍…품위·우아함의 극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리사이틀 리뷰…"크림 거품 같은 목소리"

'미국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통하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지난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5년만에 리사이틀을 열었다. 2017.7.3 [예술의전당 제공]

"모두 안녕하세요. 다시 한국을 찾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미국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통하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58)은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 '연약한 우상, 타이스여' 노래를 끝내고 마이크를 들어 한국 팬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오래 기다려온 만남인 만큼 객석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지난 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플레밍의 15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 '오페라계 백작 부인', '월드 클래스 프리마돈나', '미국의 목소리' 등의 수식어를 잔뜩 달고 다니는 그의 노래를 감상하려는 행렬로 2천석이 넘는 객석은 전석 매진됐다.


플레밍은 이날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휠의 반주로 프랑스·이탈리아 곡들과 독일의 리트(예술가곡), 미국 뮤지컬 곡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사했다.


그는 본래 매끄럽고 깨끗한 미성을 자랑하는 소프라노는 아니다. 대신 특유의 둥글고 풍요로운 소리, 풍부하고 지적인 표현력으로 오랫동안 최정상급 소프라노 자리를 지켜왔다.


2014년 미국 슈퍼볼 결승전에서 클래식 음악가 최초로 미국 국가를 부르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 실황을 상영하는 '메트 인 라이브 HD(The Met: Live in HD)'의 해설을 맡는 등 우아하고 세련된 무대 매너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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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통하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지난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5년만에 리사이틀을 열었다. 2017.7.3 [예술의전당 제공]

그는 1부부터 자유자재로 창법을 바꾸며 객석을 흡인했다.

 

포레의 '만돌린', 생상스의 '저녁 바다' 등에서 풍성하고 기품 있는 목소리로 가사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다가도 들리브의 '카디스의 처녀들'을 부를 땐 캐스터네츠 소리에 올라타 볼레로 춤을 추는 듯한 경쾌함과 매혹으로 큰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브람스의 리트 '달은 산 위에', '내 사랑은 초록빛', '허무한 세레나데' 등을 선보일 때는 절제되고 우아한 표현력으로 시정(詩情)의 세계를 펼쳐냈다.


2부는 더 대중적이었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 노래 등을 선보인 그는 "브로드웨이에 곧 데뷔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뮤지컬 '왕과 나' 중 '즐겁게 휘파람을 불자'를 노래할 때는 객석에 휘파람을 유도해 객석 전체가 휘파람을 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보이토의 오페라 '메피스토펠레' 중 '어느 날 밤, 깊은 바닷속에',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레온카발로의 '아침의 노래' 등으로 이어진 2부가 마무리되자 2천석이 넘는 객석은 열정적인 박수로 무대에 화답했다.


앙코르 무대의 마지막은 역시 그 스스로 "시그니처 아리아"라고 소개한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 부치는 노래'였다.


물론 예순을 바라보는 이 소프라노는 고음 부분에서 다소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레카토(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잇는 기교)가 유연하게 이뤄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디바의 품격'은 이러한 약점은 충분히 덮었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고음에 대한 우려 때문에 프로그램을 가볍게 짠 것 같다"며 "거칠어진 음색이 귀에 들리기도 했지만, 풍부한 표현력과 무대 매너로 이를 보완했다"고 평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도 "크림 거품, 고기의 마블링 같은 두터운 목소리가 돋보였다"며 "지적이고 성숙한 플레밍만의 무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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