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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 '이순신' 걸개그림 독립기념관에 전시(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지난 4월 광화문 KT 사옥 외벽에 내걸렸던 '성웅 이순신' 걸개그림이 2일부터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중앙광장에서 전시된다. '대한민국 영웅 프로젝트' 제2탄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이 걸개그림은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기획하고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디자인했다. 가로 25m, 세로 50m 크기의 대형 천 위에 3만여 명이 난중일기 내용을 붓으로 직접 썼고 한글 10만 자를 활용해 이순신 장군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이 걸개그림의 제작에는 국내는 물론 중국·일본·러시아·베트남 등지의 재외동포와 20개국 1천여 명의 외국인도 참여했다. 특히 영화 '명량'의 주인공 최민식과 김한민 감독이 첫 글자 쓰기에 참여했고, 배우 조달환은 '이순신'의 큰 한글 캘리그라피를 재능기부했다. 이 걸개그림은 오는 14일까지 독립기념관에 전시된 뒤 부산·광주 등 지방 도시를 순회한다. 내년에는 아시아를 시작으로 해외 각 도시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서 교수는 지난 2009년 3만여 명의 국민 손도장을 모아 '안중근 손도장 대형 걸개그림'을 광화문 KT 사옥에 내거는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이는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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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두근두근…' 웃으면서 눈물이 나 좋았죠"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서 여주인공 미라 역 종합소득세 신고누락 거듭 사과…"나 자신이 너무 실망스럽고 바보같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열일곱에 남자친구의 아이를 덜커덕 임신했다. 학생 신분에 애를 낳는 건 엄두가 안 나는 일. 그녀는 가슴이 터질 듯 내달렸다. 숨을 참고 달리면 애가 떨어질 것이라는 '아픈' 희망을 품고서다. 그러나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아이는 태어났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선천성 조로증이라는 병과 함께. 죽음을 향해 가는 속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빠른, 고치기 어려운 병이다. 세월은 흘러 엄마의 나이는 서른세 살. 16세 아들을 이제 저세상으로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치고는 너무나 어린 연령이다. 송혜교(32)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맡은 미라는 한때의 실수로 평생의 아픔을 견뎌야 하는 젊은 엄마다. 30대에 접어든 그가 처음으로 엄마 역을 맡았다. "20대 때와는 감정 표현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슬프면 마냥 울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거면 경험도 없고 흉내 낸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미라라는 캐릭터가 명랑하고 밝아 다가가기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현재의 제 나이랑 같고요. 저희 엄마와도 친구처럼 지내는 관계이다 보니 연기하면서 엄마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 출연한 송혜교의 말이다. 그는 중국영화 '일대종사'(2013), '태평륜'(2014) 등으로 외유하고 나서 3년 만에 국내 영화계에 복귀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흔한 신파가 아니어서 '두근두근 내 인생'을 복귀작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웃으면서 눈물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좋았어요. 신파적으로 '울릴 거야'라고 강요하지 않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고요. 이재용 감독님의 고급스러운 디테일도 기대했습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스러져가는 청춘의 꿈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죽음을 늘 안고 살아가는 아들, 그리고 그런 어린 아들을 지켜보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김애란의 첫 장편 소설을 바탕으로 '정사'(1998)의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그는 "감독님과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가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또 "그동안 너무 어두운 역할을 많이 해 시나리오를 읽고 밝은 부분에 이끌렸다"고도 했다. 영화에서 송혜교는 남편 대수 역을 맡은 강동원과 함께 교복 패션을 선보인다. 서른을 넘긴 배우들이 교복을 그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그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도 교복을 입었다. 회상 장면이어서 매우 짧았다. 그때도 무안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이번 영화에선 깻잎 머리까지, 어려보일 수 있는 건 다 했다. 낯 간지러웠고, 연습하면서 웃었다"고 설명했다. 강동원과는 장준환 감독의 중편 '러브 포 세일'(2010) 이후 4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영화를 찍은 후 친분을 유지했기에 촬영에 들어가면서 배우들이 겪어야 하는 서먹함 없이 곧바로 작품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남 출신인 강동원으로부터 "사투리 교육"도 받았다. "편하게 잘" 찍었다. 가끔 "덜렁거려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도 아끼지 않은 좋은 파트너였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화자는 미라의 아들 아름이다. 소설을 집필하는 아름의 시선으로 영화는 흘러간다. 송혜교는 "미라보다는 아름과 대수의 감정 포인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상대 배우가 돋보여야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상대 배우를 돋보이게 하자고 생각했고, 마음 편히 연기했어요. 힘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지난 2년간 중국에서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태평륜'과 이넝징(伊能靜)감독의 '나는 여왕이다'를 찍었다. 홍콩 뉴웨이브를 대표했던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일대종사'(2013)에도 출연했다. "이재용 감독님도 예민하고 디테일하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감이 잡혀요. 하지만 왕가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혼돈이 올 때가 많았어요. 알듯 모를 듯해요. 이 길이라고 해서 가면 딴 길이고…. 계속 제 안의 무언가를 깨려고 해주신 것 같아요.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공부가 된 듯합니다." 송혜교는 최근 불거진 종합소득세 신고 누락과 관련해서는 거듭 사과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소속사 사과를 포함해 세 번째 사과다. 그는 "'난 모르니까 아는 분이 알아서 해줄 거야'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 나 자신이 너무 실망스럽고, 바보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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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리얼한 일상은 어떨까…온스타일 '더 태티서'>"'워너비' 태티서의 일상을 가까이서 전달"…26일 첫 방송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많이 변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결같은 소녀시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소녀시대 티파니)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티파니·서현으로 구성된 유닛그룹 태티서가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이 오는 26일 밤 11시 첫 선을 보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태티서'에서 일상을 공개한다.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열린 '더 태티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연출자인 김지욱 CP는 "20대 여성들이 닮고 싶은 우상인 태티서의 일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전달해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태티서'는 온스타일이 친자매인 그룹 소녀시대 제시카와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의 일상을 담은 '제시카 앤 크리스탈'에 이어 올해 2번째로 선보이는 스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김 CP는 "제시카와 크리스탈은 친자매였던 반면 태티서 3명은 연습생 시절부터 만나서 10년이 넘도록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해온 사이"라면서 "그 관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맛보기 영상에서는 한류 행사인 케이콘(KCON) 참석차 이달초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태티서의 모습이 등장했다. 인형 뽑기와 사격 연습에 환호하는가 하면 쇼핑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여느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더 태티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태티서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떤 것을 즐기는지에 집중했다. 김 CP는 "'더 태티서'는 삶의 애환을 보여주는 리얼리티가 아니"라면서 "태티서가 공유하는 음식이나 패션, 액세서리 등으로도 이들의 관계를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연은 "사람들은 태티서에게 큼직큼직한 부분보다 우리가 쓰는 말투, 가방에 꼭 넣어 다니는 필수품인 '잇 아이템' 같이 사소한 부분들을 궁금해한다"면서 "그런 것들을 많이 보여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현도 "대중들이 일상이나 무대 아래의 모습을 잘 모를 것 같아서 '더 태티서'를 통해 우리만의 소소한 버릇이나 습관 같이 재미있는 부분을 친근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태티서'는 지난 2012년 미니앨범 '트윙클' 이후 태티서의 2년만의 새 앨범 발표와 맞물려 진행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티파니는 "이번 태티서 컴백은 색다르게 열고 싶어서 서로 생각한 그림을 만드는 시점에서 온스타일이 함께 하겠다는 제의를 해 왔다"면서 "우리의 컴백과 일상을 함께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초반에는 태티서의 일상이 많이 등장한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컴백 작업을 준비하는 모습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태연은 '스캔들(엑소 백현과의 열애설) 이후 진정성 측면에서 의심받았는데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에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는 물음에 일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어떤 진정성을 말씀하는 것인지 다시 질문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얼리티라고 해서 모든 사생활을 공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프로그램 성격에도 맞지 않을 것 같다"면서 "여자들끼리 즐기고 수다 떨고 맛있는 것을 먹는 그런 일상의 모습을 더 기대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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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MC도 힘드네…밤 11시 예능 눈물의 시청률>강호동 '별바라기'·유재석 '나는 남자다'·이효리 '매직아이' 고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강호동도, 이효리도, 유재석도 맥을 못추고 있다. 몸값에서 최고 수준인 이들 예능계 스타 MC들이 평일 밤 11시 새롭게 선보인 프로그램에서 나란히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강호동의 MBC '별바라기', 이효리의 SBS '매직아이', 유재석의 KBS2 '나는 남자다'는 모두 각 방송사가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눈물의 시청률'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방송 3사는 광고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이들 스타 MC를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마저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하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별바라기', 방송 한달여 만에 폐지 위기 MBC '별바라기'는 방송 한달여 만에 폐지 위기에 내몰린 듯하다. 지난 6월19일 첫선을 보인 '별바라기'는 합동 팬미팅 형식을 빌린 토크쇼로 강호동이 MC를 맡았다. 그러나 첫회 4.1%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지난 7일 2.8%까지 추락했다. 그러자 MBC는 14일 밤 11시 '별바라기'를 방송하는 대신 신동엽을 내세운 파일럿 프로그램 '동네 한바퀴'를 편성했다. 방송사가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별바라기'가 스타 MC 강호동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MBC의 결정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강호동이 맡은 프로그램을 방송 한달여 만에 폐지 대상으로 검토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과거의 강호동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호동의 위상이 그만큼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별바라기'를 제치고 방송된 '동네 한바퀴'는 시청률 3.6%를 기록했다. ◇ '나는 남자다', 2회에 시청률 하락 KBS2 '나는 남자다'는 지난 8일 5.2%로 출발했지만 2회가 방송된 15일에는 4.2%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1%포인트 하락한 것이지만, 절대 시청률 자체가 낮기 때문에 1%포인트가 떨어진 것도 큰 의미다. 1회 시청자의 20%가량이 2회에서 빠져나간 셈이기 때문이다. 금요일 밤 11시에 편성된 '나는 남자다'는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토크쇼'를 내건 프로그램으로 유재석이 메인 MC다. 15일 '나는 남자다'와 같은 시간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는 8.6%, SBS '웃찾사'는 5.1%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특정 MC가 없는 '떼거리 예능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의 스타 파워가 이들에게 밀린 셈이다. ◇ '매직아이', 5%가 어려워 SBS '매직아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8일 3.9%로 출발한 '매직아이'는 이후 줄곧 3~4% 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도중에 포맷도 바꿔보고 출연진의 강도 높은 발언도 내보내는 등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썼지만 시청률 5% 벽은 높기만 하다. 최근 시청률은 지난 12일 3.4%, 19일 4.2%다. 경쟁 프로그램인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은 12일 6%, 19일 5.9%를 각각 기록했다. 화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매직아이'는 외모부터 패션, 모든 언행이 주목받고 화제를 몰고 다니는 '워너비 스타' 이효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중이 주목하지 못했던 뉴스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게 기획의도다. 일각에서는 철저하게 '연예계 스타'인 이효리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한다. ◇ 케이블 예능은 추격해오고…지상파 시름 깊어가 이들 프로그램의 저조한 시청률은 단편적으로는 강호동, 이효리, 유재석이라는 스타 MC의 굴욕이지만, 사실은 스타 MC를 내세우고도 성공하지 못한 지상파 방송 3사의 굴욕이다. 스타 MC에 기대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은 드라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비용 고효율' 구조라 일단 히트를 치면 방송사의 효자상품이 된다. 그러나 시청률의 전반적인 하락 속에서 이들 스타 MC를 내세운 신규 프로그램들이 나란히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방송 3사는 광고 매출 면에서도 타격이 크다. 여기에 케이블채널 예능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상파의 시름은 더 깊어가고 있다. 케이블계 전통의 강자 tvN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종편채널인 JTBC가 잇달아 히트 예능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지상파 예능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비지상파 채널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이 3~5%를 기록하면서 지상파를 무색하게 만든다. 현재 평일 밤 11시대 지상파 3사의 예능프로그램은 모두 시청률이 10% 아래다. 그나마 MBC '나 혼자 산다'·'황금어장 라디오스타', KBS2 '해피투게더'·'우리동네 예체능'·'안녕하세요', SBS '힐링캠프'·'자기야' 등이 안정적으로 5%를 넘어서며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평일 밤 11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20%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한 예능 PD는 "예능 프로그램의 지향성과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은 방송 3사의 공통된 숙제"라면서 "분명한 것은 갈수록 스타 MC 파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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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연민정을 연기하는 매 순간 가슴 아파"MBC '왔다! 장보리' 악녀 연민정 역 열연 "연민정 같은 캐릭터 언제 또 만나겠어요"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정말 매 순간 가슴이 아파요. 연민정이 어찌나 저주스럽고 독한 말들을 토해내는지…. 게다가 입만 열면 다 거짓말이잖아요. 그래서 너무 가슴이 아파요. 대사 하나하나도 쓰라리고요." 주말이면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열을 돋우는 인물이 있다.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이 여자는 그냥 태생적으로 악녀다. 참으로 발칙하게도 어린 시절부터 성공을 향한 비뚤어진 욕망에 휩싸여 아홉살 때 엄마도 버리고 집을 나가 20년간 온갖 나쁜 짓을 다한 여자다. 그런데 그런 연민정을 연기하고 있는 이유리(34)는 가슴이 아프단다. "캐릭터가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남들이 다 욕해도 나만큼은 민정이를 사랑해야하니까 그럴수록 아프다"는 그를 최근 경기 고양 일산 MBC제작센터에서 만났다. "민정이는 죄가 너무 많아요. 어떤 순간에도 거짓말을 하니까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참 어이가 없고 어안이 벙벙해요.(웃음) 얘가 이러다가 어느 순간 정말 진심을 이야기해도 아무도 안 믿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무서워요.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다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되면 정말 슬프잖아요. 머리도 좋고 담대하고 순발력도 있는 아이인데 왜 그 머리를 나쁜 데다 쓰는지 모르겠어요. 출연진끼리 연민정이라는 캐릭터한테 '연기대상'을 줘야한다고 말하고는 하는데, 정말 매순간 진심을 다해 거짓말을 하는 이 아이가 불쌍해요." '왔다! 장보리'가 시청률 25%를 찍고 30%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중심에는 연민정에 대한 시청자의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연민정의 모든 악행이 까발려져 그가 천벌을 받는 모습을 보고 말리라는 바람이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 그래프를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의 분노가 커질수록 연민정도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지만 연민정은 더욱 뻔뻔해지고 더욱 강해지고 있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그의 캐릭터 플레이를 두고 방송가 안팎에서는 '미친듯이 연기한다' '신들렸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조심스러운데 연민정에 의해 등장인물들이 좌지우지되는 걸 TV로 모니터하면서 전 연민정이 약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민정이 더 강해져야겠구나, 눌리면 안되겠구나 싶었죠. 그래야 연민정을 꺾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거 아니에요. 마구 소리지르고 울부짖는 연기를 하고 나면 핑 돌아요. 그런데 머리는 더 맑아져요.(웃음)" 실제로 요즘 연민정을 연기하는 이유리를 보면 '접신'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에너지 소모가 엄청날 것이라는 게 화면에도 보인다. 그 와중에 희한한 것은 그런 연민정의 마지막 발악을 연기하는 이유리의 얼굴이 초췌해지는 게 아니라 더 광채를 낸다는 것이다. 패션도 점점 더 화려해진다. "많은 분들이 연민정이 어찌 되려나 궁금해하시는 게 힘이 돼요. 연민정을 죄어오는 긴장감도 힘이 되고요. 그런 게 모여서 저한테 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극중 모든 인물과 제가 붙는데, 그들과 주고받는 에너지가 도움이 됩니다. 겉모습은 최대한 예뻐 보이려고 신경 쓰고 있어요. 처절한 신이 많은데 그럴 때 외양도 처절하고 남루한 게 싫더라고요.(웃음) 일부러 머리도 더 힘을 주고 옷도 멋을 부리죠." 이유리를 아는 사람은 이유리가 이런 악역을 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 '천사표'로 통한다. 또한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등 내리 세편 출연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서 '청순가련형' 여인을 대표해 시청자에게도 한동안 그는 '착한 인물'로 통했다. 그랬던 그가 '반짝반짝 빛나는'을 통해 청순한 얼굴을 한 악역을 성공시키면서 '노란복수초' 등을 거쳐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는 "앞선 인물들은 처음에는 착했다가 복수 등을 위해 변하는 캐릭터였다면 연민정은 처음부터 악역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실 악역은 배우들이 선호하지는 않는다. 가끔 별미 삼아 하기는 해도 내리 악역만 하고 싶은 배우는 없다. "제가 연기 욕심이 많아요. 캐릭터 욕심도 많고요. 모든 사람을 미워하는 연민정 같은 캐릭터를 언제 또 만나겠어요. 아름답고 예쁜 캐릭터는 많지만 이렇게 남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발악하는 캐릭터가 얼마나 되겠어요. 싸우는 연기를 하고 나면 온몸에 멍이 들어요.(웃음) 연민정은 그러면서도 슬프고 아픈 캐릭터잖아요. 또 모두가 이런 역할을 피한다면 드라마가 안 되겠죠. 누군가는 해야하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전 악역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게 없어요. 계속 악역이 들어온다고 해도 신경 안 써요. 외국에서는 악역 전문 스타도 많잖아요. 연민정을 연기하는 모든 순간이 새로워요." 그래도 실제 자신의 모습과는 영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되게 어색해요. 마구 소리지르고 몸싸움을 하고나면 창피하고 민망해요.(웃음) 너무 세게 한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멀쩡한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 제 모습을 TV로 보면 너무너무 쑥스럽죠. 또 연민정이 그 와중에 섹시한 팜므파탈처럼 나오는데 전 실제로 그렇지 않아 부끄럽죠. 하하." 그의 남편은 곧 목사가 되는 현직 개신교 전도사다. 그는 2010년 결혼했다. "남편이 제 악역 연기를 잘 안 보려고 해요. 착한 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고요.(웃음) 결혼하고 나서 굉장히 편안해진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연기도 더 폭넓게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이 평소 많이 웃겨줘요." 실제로 그는 예전보다 훨씬 활달해진 느낌이다. 연민정이 아닌 이유리는 웃을 때 눈이 없어질만큼 파안대소하고 사근사근하게 이야기도 잘 풀어냈다. 그는 "사실 우리 드라마 안 끝나면 좋겠다"며 웃었다. "너무 재미있고 막바지가 되니까 더 긴장되고 어느 한 신 놓치면 안되니까 더 힘이 나요. 연민정 최후의 신들이 너무 기대되고 그런 신들을 연기할 생각을 하니 설렙니다. 정말 다 귀한 신들이잖아요. 시청자들이 연민정이 망하는 것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은 역시 배우에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이유리는 앞으로 어떤 역이 들어와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차기작에서는 밝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청나게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 웃기는 연기를 하면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기사 보시고 연락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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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현아는 빨개요…열정의 다른 표현이죠"미니앨범 '에이 토크' 발표…타이틀곡 '빨개요'로 활동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섹시미는 여성의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연예인에게 이러한 이미지가 두드러질 경우 때론 악플에 시달리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섹시 걸'의 대명사인 포미닛의 현아(22)도 때론 도가 지나치는 말에 마음고생을 했지만, 섹시한 이미지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규정하고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오는 28일 발매될 미니앨범 '에이 토크'(A Talk)에서 '빨개요'란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번 앨범 콘셉트의 색깔을 '레드'로 정하고 재킷 이미지는 물론 입술 색깔도 붉게 칠했다. '빨개요'의 노랫말은 재치있어 인상적이다. 동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의 멜로디를 이용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왓(What), 빨간 건 현아, 현아는 예(Yeah)~'란 가사가 반복돼 귀에 쏙 꽂힌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 큐브 카페에서 인터뷰한 현아는 "'현아는 빨갛다'는 어감이 다소 세지만 나에게 빨간색은 행운의 색깔"이라며 "데뷔 전부터 좋아하던 색이고 1위를 할 때도 늘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 나를 나타내는 의미 있는 색"이라고 설명했다. 노래에 맞춰 '몽키 댄스'도 춘다. 인터뷰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두 다리를 'O'자로 만들고서 한쪽 팔을 흔들어 보이는 모습이 재미있다. "제가 원숭이띠예요. 하하. 이번엔 하이힐을 신고 대놓고 원숭이 춤을 출 겁니다. 안무팀이 원숭이처럼 열심히 추지 않으면 임팩트가 없다고 해서 구두를 신고 날아다니려고요." 신곡을 낼 때마다 뮤직비디오에서 과감한 노출과 몽환적인 눈빛으로 화제가 된 만큼 이번 티저 영상도 공개와 함께 빠르게 클릭 수가 상승했다. 현아는 "'현아는 세다'란 기대가 있어 노출이 적진 않다"며 "이번엔 메이크업과 패션이 섹시하면서도 건강한 느낌이어서 복근 운동과 배드민턴 등 운동을 열심히 했다. 건강해 보이는 건 자신 있다"고 웃었다. '빨개요'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번 앨범에선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와 모습을 담았다. 현아는 세 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공감대가 없는 제 얘기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현아 자체가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라며 "현아 하면 '핫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고 정열적이고 열정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트로곡 '에이 토크'(A Talk)에선 '원하는 것 이제 다 보여줄게, 알지 나는 절대 거짓말 못 해'라며 자기소개를 한다. 강렬한 힙합 비트의 댄스곡인 '프렌치 키스'에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성에게 어필하라는 도발적인 면모를, 비스트의 양요섭과 부른 '어디부터 어디까지'에선 스킨십 진도에 대해 갈등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힙합곡 '블랙리스트'에선 경고 메시지를 날리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섹시한 모습이 두드러진 탓인지 현아에 대한 편견도 많다. '잘 놀 것 같다', '연애를 엄청 많이 해봤을 것 같다', '성격이 셀 것 같다' 등. 현아는 "'난 이렇다'고 해명하기 어렵고 '이렇게 봐달라'고 말하는 건 내 주관적인 생각 아닌가"라며 "말로 해명하기보다 보여주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SBS MTV 리얼리티 프로그램 '현아의 프리먼스'를 선보인 것도 평소 어떻게 생활하는지, 무대 아래에선 어떤 모습인지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포미닛, 트러블메이커, 솔로 등 활동이 많아서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보는 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도 사람이니 잘 보이고 싶고 예쁨 받고 싶죠. 단지 생각이 바뀐 건 저를 예뻐하지 않는 분들에게 상처받기보다 좋아해주고 기대해주는 분들에게 조금 더 잘 보이도록 열심히 해서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거죠." 그럼에도 현아가 좋다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한결같이 열심히 해서', '몸매가 예뻐서', '끼가 넘쳐서' 등. 현아는 "'끼가 많다', '자신감 넘친다'란 말도 감사하지만 노력 없이 받는 칭찬 같아서 '현아 밖에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좋다"며 "노력을 통해 뭔가를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비슷한 시기, 원더걸스 시절 멤버이던 예은도 솔로 앨범을 내 의도치 않게 라이벌 구도가 됐다. 현아는 원더걸스를 나와 포미닛으로 활동하면서도 예은과 '절친'으로 지낸다. "예은 언니와 서로의 노래를 들어봤어요. 언니 노래는 저와 상반되는 느낌인데 제가 할 수 없는 모습이니 너무 좋았어요. 언니도 제 노래가 시원해서 여름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말해줬죠. 라이벌이라기보다 어린 시절 같은 꿈을 꾸며 걸어왔기에 '우리가 이렇게 컸나'란 생각이 들고 무조건 응원해야죠." 실제 현아는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연예계에 대한 꿈을 키웠다. 아버지와 함께 간 대학로 거리에서 비보잉 공연을 보고서 '춤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현아는 "돌이켜보니 아버지가 '이걸 해볼래?'라고 말 안하고 눈으로 보여주려 한 것 같다"며 "당시 아역 배우 오디션에서 대본만 읽고 매번 떨어졌는데 춤을 배우고선 무기가 생기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춤을 추면 사람들이 날 달리 보는 게 좋았다"고 웃었다. 이날 현아는 모든 답변마다 한 뼘 자란 모습을 보여줬다. 무대 아래에선 포미닛 멤버뿐 아니라 소속사 직원들의 마음까지 '언니'처럼 살갑게 챙기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집안에 남동생만 둘이 있어 언니들을 무척 좋아했어요. 언니들이 저를 챙겨주는 모습을 봐서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빠가 '네가 있기에 주위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있어 네가 있는 것'이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 와 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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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개코 "힙합 인기, 시대와 대중이 선택해준 덕"다이나믹듀오의 개코와 리쌍의 개리(우측) '힙합계 쌍두마차' 리쌍 개리·다이나믹듀오 개코, 첫 합동 인터뷰 "래퍼에게 정답은 없어…때론 '먹통 힙합' 그립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리쌍(개리, 길)과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는 자타 공인 '힙합계 쌍두마차'다. 두 팀은 경쟁도 하지만 격려도 하는 끈끈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1999년 허니패밀리로 데뷔한 뒤 2002년 리쌍을 결성해 활동 중인 개리(본명 강희건·36), 2000년 씨비매스로 데뷔해 2004년부터 다이나믹듀오로 활동 중인 개코(김윤성·33)는 후배 래퍼들이 '리스펙트'(Respect) 하는 형님들. 이들의 음악을 자양분으로 꿈을 키웠다는 래퍼도 다수다. 2002년 리쌍의 첫 앨범에 씨비매스가 참여하며 개리와 개코는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13년 지기인 두 사람을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어이, 개투다~!" 개리가 먼저 온 개코를 이렇게 부르며 반겼다. '개투다'는 별 뜻 없이 개코를 부르는 닉네임이라고 한다. 인터뷰 전날도 하하와 별 부부의 아기 돌잔치에서 만났다는 둘은 함께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라며 흥미로워했다. 눈매가 맹견 느낌이어서 '개리', 코가 개처럼 생겼다고 '개코'란 별명으로 불렸다는 둘은 예명뿐 아니라 선글라스를 낀 외모 등 여러모로 닮은꼴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랩의 전달력과 표현력에 있어서 '클래스가 남다르다'는 점은 두드러진 공통점이다. 이들과 요즘 힙합계의 흐름, 중견 래퍼들이 겪는 음악적인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봤다. ◇ 요즘 힙합계는…"랩 스타일·캐릭터 등 정체성 강한 래퍼 많아" --첫 만남을 기억하나. ▲ 리쌍 첫 앨범에 피처링하며 정식으로 인사했지만 개리 형을 처음 본 건 우리가 공연하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허니패밀리가 왔을 때다. 마치 '한국의 우탱클랜' 같은 느낌이었다. 또 한 번은 백화점 행사에서 허니패밀리 무대를 봤는데 길 형이 관객석으로 '다이빙'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개코) ▲ 하하하. 그때 무대가 충격적이어서 나도 기억난다. 2m 높이 무대에서 길이 뛰어내려서 관객이 다쳤을까 봐 진짜 걱정했다.(개리) -- 힙합이 몇 년 새 대중적인 장르로 떠올랐다. 버벌진트, 빈지노 등 수많은 래퍼의 노래가 음원차트 1위를 장식하고 랩이 안 들어간 음악이 없을 정도인데. ▲ 잠깐 주춤하다가 확실히 올라왔다. 래퍼들의 인기가 많아지며 여성 팬들도 생겨났다. 예전엔 공연하면 많아야 500~600명 규모였는데 요즘은 몇천 석짜리 공연장도 꽉 찬다.(개리) ▲ 한때는 힙합계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 못해 주춤했는데 요즘은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스타들이 많아졌다. 시대와 대중이 힙합을 선택해줬고 이에 맞춰 색깔이 강한 친구들이 많이 나오면서 지금은 트렌드가 된 것 같다.(개코) -- 예전엔 무브먼트, 부다사운드 등 대표적인 힙합 크루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아메바컬처, AOMG, 일리네어레코즈 등 레이블 중심으로 크루가 형성되는 분위기인데. ▲ 국내 힙합 태동기의 래퍼들은 크루 안에서 음악적인 품앗이를 했지만 지금은 레이블 차원의 크루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레이블이 달라도 음악적인 친분, 비즈니스 관계로 콜라보레이션(협업) 하는 사례는 더 많아졌다. 초기 크루 문화가 발전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것 같다.(개코) -- 각자 생각하는 매력적인 래퍼란. ▲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진부한 가사를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하는 래퍼도 있고 패션과 캐릭터까지 멋진 래퍼도 있다. 요즘은 랩 실력에, 패션, 예능감, 캐릭터까지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랩에 메시지까지 담는다면 '베스트'다. 다소 아쉬운 점은 과거엔 힙합 팬들이 래퍼의 생각과 사상에 공감했다면 요즘은 캐릭터에 더 영향을 받고 좋아하는 것 같다.(개리) ▲ 형 말처럼 래퍼의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 언어유희를 잘하거나 평범한 가사도 색다르게 표현하는 등 개성이 한층 뚜렷해졌다. 힙합 팬들이 디테일한 감정선을 살린 개리 형의 랩을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개코) -- 그래도 실력 있는 MC(Microphone Controller: 랩을 하는 사람)라면 라임(랩의 운율)과 플로우(목소리 톤, 박자를 밀고 당기는 스타일 등 랩의 흐름) 등의 스킬이 중요하지 않나. ▲ 비트를 듣고 '랩을 어떻게 구성하고 표현할 것인가'란 점에서 총체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랩 가사를 쓰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어 구사력이 다양할 것이고, 영화와 그림을 좋아하면 장면이 연상되게 표현할 것이고, 일상의 언어도 사용할 것이다.(개코) ▲ 난 랩 가사를 이야기처럼 풀어쓰는 스타일이다. 라임이 랩의 재미이긴 한데 그것보다 주제를 정하고 서술적으로 1절, 2절, 3절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글을 먼저 써서 플로우를 많이 신경 못 쓰는 편이다. 방식을 바꿔보려 하는데 수년간 버릇이 돼서 안 되더라. 개인적으로 리쌍의 '러시'(Rush) 가사를 쓸 때 나의 경험과 의지가 잘 표현된 것 같다.(개리) -- 유독 힙합에선 '19금' 가사가 많은데 래퍼들은 심의에 크게 구애받지 않나. ▲ 고려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심의 걱정을 덜 하는 편이다. 현실에선 아름다운 사랑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하하. 어떤 곡은 말을 돌리기 어려워 거침없이 쓰는데 그럴 땐 콘셉트를 잡고 시작한다.(개리) -- 근래 '감성 힙합'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후렴구에 말랑한 가사와 대중적인 멜로디가 담긴 랩 음악을 뜻하는데 이러한 곡들이 잇달아 히트했다. 마치 힙합의 생존 방식처럼 느껴지는데. ▲ 그런 흐름을 '좋다, 나쁘다' 단정 짓기 어렵다. 리쌍도 1집 때는 반항심이 있어 '러브 송'을 안 했는데 2집 때 둘 다 여자 친구가 생기자 사랑 얘기가 80%가 되더라. 이때부터 사랑 노래가 타이틀 곡이 됐으니 대중적으로 빨리 갔다. 요즘 다른 래퍼들도 그러한 흐름의 음악으로 잘 돼서 좋다. 사실 한 곡을 차트에 올리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대중적인 요소, 반복적인 펀치 라인 등 생각할 게 무척 많다. 차라리 비트 하나 주고 랩하라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우리와 달리 다이나믹듀오는 랩의 농도가 진했고 그 힘이 단단해진 케이스다. 이들의 '불면증'이란 곡을 좋아하는데 가사에 젖어들게 된다. 마니아가 단단한 이유다. 나도 요즘 다른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개리) ▲ 하루 살기도 빡빡하니 시대가 심각한 노래, 영화, 드라마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예술 영화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각박함에서 탈출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완전히 신나거나 달콤한 음악이 쉽게 소비되는 이유다. 그래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개코) 리쌍의 개리 ◇ 중견 래퍼의 고민은…"프로듀서로서 고심 커, 실력에 한계 느낀다면…" -- 음악 방향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말로 들리는데. ▲ 우린 래퍼이면서 프로듀서이니 랩 스킬보다 앨범 전체의 흐름을 봐야 한다. 또 '먹통 힙합'(미국 동부 힙합 스타일로 단순한 비트와 반복적인 루프의 힙합)인 우탱클랜의 음악으로 입문해 마치 첫사랑처럼 그리움도 있다. 가사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도 고민이다. 거침없이 랩을 뱉는 친구들을 보면 그 자신감이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난 예전과 달리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지도가 생겼고 돈도 좀 벌었고 나이도 찼다. 옛날에는 삶의 애환을 썼지만 누가 봐도 배가 불렀으니 요즘 추세로 자랑처럼 가사를 쓰면 비호감 아닌가. 경제력, 인기 등 개선된 상황을 모두 떠나 마치 1집 때처럼 정신적으로 힘들다.(개리) ▲ 개리 형 얘기에 공감한다. 프로듀서이다 보니 한 줄 언어유희, 16마디 안의 랩 스킬보다 앨범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고민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곡이 쏟아지는 현실이지만 자극적인 음악보다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10년 넘게 하다 보니 어떤 테마와 표현을 좋아하는지 감은 좀 생겼는데, 음악이 점차 부드러워져서 오는 괴리감도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영향받은 음악은 힙합 본연의 심플한 비트에 특별한 구성없이 랩을 신나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다행인 건 음악과 패션은 20년에 한 번씩 유행이 돌아온다는데 요즘엔 한층 미니멀한 스타일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 있다.(개코) -- 서로의 음악을 들으며 감탄할 때도 있을 텐데. ▲ 형의 랩은 거칠고 야한 단어를 뱉어도 공감되는 힘이 있다. 형이 지금 '예전에는 힘들고 이겨냈다는 얘길 썼다면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무척 진솔한 것이다. 음악에 진정성을 담기에 감동을 준다.(개코) ▲ 개코는 랩의 발음, 전달력, 후렴구를 만드는 구성 능력까지 빠질 게 없는 래퍼다. 특히 개코는 외유내강 형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음악에 정곡을 찌르는 진지함과 해학적인 재미를 함께 담는다. 랩 톤도 날카롭다. 다이나믹듀오는 이제 믿고 듣는 팀으로 보증이 됐다.(개리) -- 다듀에게 리쌍은, 리쌍에게 다듀는. ▲ 리쌍은 좋은 형들이다. 음악적인 능력은 이미 검증됐으니 우리가 논할 문제는 아니다. 기분 나쁘면 바로 얘기해주는 솔직한 형들, 그래서 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고마운 형들, 한결같은 형들이다. 선의의 경쟁도 하지만 음악 모니터도 해줘 든든한 선배다.(개코) ▲ 다이나믹듀오는 좋은 동생들이다. 하하. 성격이 모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편하다. 음악적으로는 가장 인정하는 팀이다. 솔직히 리쌍은 대중적이고 소프트한 음악을 해서 내가 힙합을 얘기하는 게 애매할 수 있는데 이 친구들은 다르다. 어린 친구들 중 다이나믹듀오의 랩을 교과서처럼 연습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한국 힙합계의 든든한 기둥이다.(개리) -- 성공한 중견 래퍼이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나. ▲ 어제 비트를 하나 받아서 7~8시간 동안 듣다가 밤 11시에 귀가 먹먹해졌다.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마시니 취하더라. 가사가 안 써져 '여기까지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운동선수라면 체력이 다하는 지점에서 은퇴하는데 음악은 기준이 없다. 내 실력에 한계를 느껴 그만둔다면 돈의 행복을 뛰어넘는 슬픔일 것이다. 최근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영혼의 편지' 상권을 읽었는데 '닥치고 그림이나 그리자'는 예술 정신은 마치 '또라이' 같았지만 그랬기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난 평범한 사람이니. 하하.(개리) ▲ '서칭 포 슈가맨'이란 다큐 영화를 봤는데 공전의 히트를 한 뮤지션 슈가맨은 돈, 명예를 다 버리고 사라져 다른 삶을 택했다. 멋있고 위대하다고 여겼지만 그렇게 사는 건 어렵다. '나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봤다.(개코) -- 예명도 비슷한 두 사람이 함께 콜라보레이션(협업) 해도 재미있겠다. ▲ 언젠가 할 수도 있겠지만 계획이 잡힌 건 아니니 비밀에 부치겠다.(개리, 개코) 다이나믹듀오의 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