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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및 친척들과 함께하지 못한 2021년의 설, ‘구정(舊正)’이라 불리우는 설날의 역사를 되새겨 볼 기회추석 때 가족들 송편 빚는 모습(1957). 사진출처: 국가기록원 (국민문화신문) 심가원 기자=우리나라 명절에는 음력 1월 1일 설날, 15일의 대보름, 4월의 한식과 초파일, 5월 단오, 6월 유두(流頭), 7월 백중(百中), 8월 추석, 11월 동지(冬至) 등이 있다. 명절은 우리나라의 전통을 이어가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 및 친지 간에 정서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날이다. 이러한 명절 중 가장 중요한 날을 꼽자면 단연코 음력 1월 1일 설날일 것이다. 설날이 되면 우리는 한복을 차려입고 차례를 지낸 뒤, 떡국을 먹는다. 그리고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며, 서로 덕담을 나누고 아이들은 세뱃돈을 받는다. 또한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등의 민속놀이를 하며 설날을 맘껏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기쁜 설날에도 한민족의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없애기 위한 명목으로 ‘민족말살정책’을 시행하였다. 그중 하나가 음력을 양력으로 바꾸는 일이었고, 그때부터 음력설은 오래되어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구정(舊正)’, 양력설은 새롭고 진취적이라는 의미에서 ‘신정(新正)’으로 불리게 되었다. 일제는 ‘구정(舊正)’에 기존에 하던 대로 한복을 입거나 성묘를 하는 등의 행위를 보면 식민지배에 항의하는 운동이라며 탄압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이런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일제가 정한 ‘신정(新正)’은 더더욱 지키지 않고 몰래 음력설을 지내며 저항하였다. 광복 후에도 정부는 국민이 양력설을 지내게 하기 위해 ‘신정(新正)’을 유일한 설날이자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설날에 하는 모든 행사 역시 양력설에 맞춰 하도록 장려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음력설을 지냈고, 음력설과 양력설에 대한 긴 논의 끝에 결국 음력설이 1985년 ‘민속의 날’로 지정되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위기로 많은 국민들이 설날을 가족 및 친지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 비록 평소처럼 즐거운 설날을 보내지는 못했더라고 하더라도, 설날의 역사를 되새기며 보내는 하루도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저항 정신이 모이고 모여 자리 잡은 지금의 설날은 우리가 지켜야 할 유산이다. 세배하는 모습(1972). 사진출처: 국가기록원 설날 민속놀이 널뛰기를 하는 시민들(1990). 사진출처: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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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 얇아진 세뱃돈…은행서 사라진 '새돈 교환 전쟁'(종합)은행 신권 교환 창구 한산…"설 분위기 못 느낄 정도로 썰렁"경기 불황 여파인 듯…한국은행, 시중은행 신권 교부도 줄여 해마다 설을 앞두고 금융기관 창구마다 세뱃돈으로 쓸 신권을 구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한바탕 '신권 교환' 전쟁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한국은행 설 자금 방출[연합뉴스 자료사진]1인당 한도를 정해 선착순으로 교환해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원하는만큼 신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은행을 전전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그러나 경기 불황이 장기화한 데다가 농·축산물 등 물가마저 급등,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올해는 세뱃돈을 넉넉하게 준비할 수 없는 처지의 서민들은 올해 설을 맞이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예년 이맘때면 새돈으로 바꾸려는 고객들이 은행 창구마다 줄을 섰지만, 올해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설 연휴가 예년과 같은 신권 품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충북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지난 23일 일제히 세뱃돈용 신권 교환을 시작했다. 그러나 신권으로 바꿔가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다. 신권 교환 며칠 전부터 "언제부터 바꿔주느냐"거나 "1인당 교환 한도가 얼마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던 과거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NH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캐럴이 울려 퍼지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듯 신권 교환 고객이 창구에 북적거려야 설이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했는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신권을 교환하려는 고객이 작년 이맘때보다 대폭 줄었다는 얘기다.농협은행 충북영업부나 청주시청 출장소는 1인당 교환액을 1만원권 30만원으로 한정해 놨지만 지난 23일 하루만 놓고 보면 신권 교환을 요청하는 고객이 작년 설에 비해 30% 이상 감소, 한도를 정해놓은게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 한국은행 신권 교부 규모 줄여[연합뉴스 자료사진]시청 출장소 관계자는 "농협은행을 통해 충북에 풀릴 신권은 총 130억원인데, 지금 추세라면 설이 지나도 신권이 남아돌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신권 교환 창구가 붐비는 풍경이 연출돼야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데, 불황 탓에 세뱃돈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연봉은 제자리인데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서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농협 충북영업부 관계자는 "설 직전에 고객이 몰릴 수 있어 더 지켜봐야겠지만 물가가 많이 올라 차례상 차림 비용이나 선물 구입비 부담이 커지면서 세뱃돈으로 쓸 새돈 교환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KEB 하나은행 청주중앙지점도 지난 23일부터 신권 교환 업무에 나섰지만 새 돈 교환을 요청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 지점 관계자는 "화폐 종류별로 1인당 20만원씩 교환해주는 데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신한은행 청주지점은 24일부터 신권 교환 업무에 나섰지만 신권을 얼마나 교환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조차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KB 국민은행 관계자도 "작년 이맘때보다 신권 교환 문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듯 한국은행이 은행권에 교부하는 신권 규모도 줄었다. 한국은행이 이번 설을 앞두고 시중 은행에 푸는 신권은 작년의 8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마다 되풀이 되는 신권 교환 문화가 바뀌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화폐를 제작하는 데 든 비용이 작년 한 해 동안 1천5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증가 추세다. 지폐 제조비와 종이·잉크 외에 홀로그램 등 각종 위·변조 방지장치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당초 한국은행이 신권 교부 규모를 줄이면서 은행 창구에서는 '신권 전쟁'에 불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다.한국은행 충북본부 관계자는 "굳이 빳빳한 신권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깨끗한 돈과 진심 어린 덕담을 준비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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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준비금 헐어 부모님 설 용돈"…불황 속 명절 '한시름'지갑 얇은데 물가 급등, AI까지…세뱃돈·선물 돈 쓸 곳 '천지'서민들 설렘 반 걱정 반…"명절치레 요식 없애 부담 줄여야" "아껴둔 출산 준비금을 부모님 용돈으로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차례상 준비, 세뱃돈까지…부모도 부담되긴 마찬가지예요."설 선물세트[연합뉴스 자료사진]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그리운 가족과 친척, 고향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세상살이에 지친 심신을 위로받고 재충전하는 설렘의 시간이다. 요즘처럼 가뜩이나 힘들 때면 더욱 기다려지는 법이지만 이번 설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소득은 현상 유지조차 힘든 상황에서, 주변까지 챙겨야 하는 명절은 세대를 막론하고 적지 않은 부담이다. 서울의 대기업 과장 김모(38) 씨는 매달 꼬박꼬박 해오던 저축을 두 달 전부터는 잠시 중단했다.양가 부모를 비롯해 집안 어르신들한테 드릴 용돈과 선물 비용을 따로 떼어놓다 보니 저축할 여유가 없어졌다. 김 씨는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자녀와 집안의 일원으로서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으로 용돈과 선물을 챙긴다"며 "고향이 어른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는 지역인 데다 결혼 이후 줄곧 해 오던 일이라 그만둘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자식을 키우느라 한평생 고생하신 부모를 보살펴 드리는 건 당연하지만 팍팍한 현실을 생각하면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지난해 2월 설을 앞두고 주부 포털사이트 아줌마닷컴이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걱정되는 설 지출계획'이 부모님 용돈이라는 응답자가 34%에 달했다.이런 고민은 이번 설도 다르지 않다.결혼 후 첫 명절을 맞는 한 주부는 여성 전용 포털에 올린 글에서 "임신과 함께 일을 그만둬 남편이 외벌이를 한다"며 "대출금, 세금, 보험료 내고 남는 30만원으로 생활하는데 설에 시부모님 용돈을 얼마나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아기 낳으면 쓰려고 아껴둔 500만원짜리 통장이 있는데 이거라도 깨서 용돈을 드려야 하냐"고 물었다.결혼 3년차 주부는 "행여 시댁에 밉보이진 않을까 친정엄마는 명절 때마다 힘들게 번 돈으로 20만원 이상 선물을 보내는데, 이번 설에는 보내지 말라고 했다"며 "막상 그러고 나니 매년 한우세트, 홍삼, 대게 같은 걸 선물하는 손윗동서네랑 비교되진 않을까 신경 쓰인다"고 걱정했다.세뱃돈용 신권을 준비 중인 은행[연합뉴스 자료사진]간만에 고향 집을 찾는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도 마음 한편이 심란하긴 마찬가지다. 류모(56·충북 제천) 씨는 이번 설에 조카, 손주 등 20여 명에게 줄 세뱃돈으로 적어도 60만원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40여 명이 먹을 음식과 차례상 비용을 형제들이 나눠 내는데 이번에는 물가가 크게 올라 개인 부담 몫도 상당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바닥을 헤매는 자영업자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옷 수선점을 운영하는 강모(54·여·충북 충주) 씨는 이번 설에는 음식 가짓수와 양을 줄이기로 했다. 최근 집들이 준비를 하느라 장을 보면서 엄청나게 오른 장바구니 물가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도매시장에서 장을 봤는데도 김장철 이전에 3천원이면 샀던 당파 한 단에 8천원을 줘야 했다. 소매가격은 1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강 씨는 "손님이 거의 없어 가게 문만 열어놓고 있는데 설이 다가오니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대부분 식재료 가격이 거의 2배는 오른 것 같다"고 했다.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가격통계(KAMIS)를 보면, 평년(직전 5년 평균)과 비교해 가격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는 농산물이 수두룩하고, 두 배 이상 오른 품목도 적지 않다.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각종 전을 비롯해 명절 음식에 빠지지 않는 계란도 평년보다 60% 이상 올랐다. 이마저도 품귀 상태다. 고기산적 재료인 한우, 수입 쇠고기 등 축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살림이 빠듯한 서민들에게 설은 또 하나의 그늘을 드리운다. 이런 때일수록 명절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형식과 체면을 던져버리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쓸데없는 격식을 차리지 말고 따뜻한 위로와 나눔의 자세로 명절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의례적 행사란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 부담을 줄여주고 힘든 가족을 보듬고 토닥여주면 좀 더 행복한 명절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어르신 용돈이나 아이들 세뱃돈 금액을 줄이는 대신 가벼워진 봉투는 정성껏 쓴 편지나 덕담 쪽지로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나이별 세뱃돈 상한제, 현금 대신 책 선물 하기 등 명절 규칙을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와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건국대 류재윤 교수(사회복지학)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담은 짧은 편지 한 통이 현금보다 큰 즐거움과 위안을 줄 수 있다"며 "물질적, 심리적 부담을 줄여야 고향 가는 길이 즐겁고 다음 명절도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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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탓 경조사비 씀씀이 박해졌다월급쟁이보다 자영업자, 소득 높을수록 지출 더 줄여비영리단체 기부금도 감소 추세(세종=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조사비 지출에서도 씀씀이가 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조사비가 주요 구성 항목인 '가구 간 이전지출'이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연속으로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 비교적 큰 폭인 5.8% 준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0.3% 감소했다. 근로소득자보다 자영업자들이 경조사비 지출을 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가구의 '가구간 이전지출'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대비로 4.8% 감소했다가 올 1분기에는 0.4% 증가했다. 반면에 자영업이나 무직을 아우르는 근로자외 가구의 '가구간 이전지출'은 작년 4분기에 8.0% 급감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2.4% 줄었다. 가구간 이전지출에는 부모가 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낸 돈이 포함되지만 통상 경조사비와 세뱃돈처럼 다른 가구에 주는 교제비의 비중이 크다. 소득 5분위 별로 가구간 이전지출을 보면 지난해 4분기에는 소득이 상위 20%인 5분위가 전년 동기대비 12.3% 줄었다. 반면에 하위 20%인 1분위는 6.2%가 늘어나는 등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경조사비 지출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 1분기에도 5분위의 지출은 5.9% 감소한 반면에 1분위의 지출은 4.9%가 늘어나 비슷한 추세가 이어졌다. 사망자 수와 결혼 건수가 작년 4분기에 총 15만4천595건으로 전년 동기(16만1천573명)보다 4.3% 줄어 경조사비가 감소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 1분기의 사망자 수와 결혼 건수는 15만900건으로 작년 동기(14만7천871건)보다 증가했는데도 경조사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조사비 지출을 줄인 탓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비영리단체에 대한 기부금이 주요 항목인 '비영리단체로의 이전'도 전년 동기대비로 지난해 4분기 3.2% 줄었다. 올 1분기에도 1.3% 감소하는 등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