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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무대 서는 김명곤…두 작품서 아버지 연기16년만에 무대 서는 김명곤(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고대소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퓨전 마당극 '아빠 철들이기'에서 예술감독 겸 심봉사 역을 맡아 16년 만에 무대에 서는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고향에 돌아온 기분…설레고 긴장돼"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설레요. 굉장히 기쁘면서 떨리기도 하죠. 공연일이 다가오니 엄청나게 긴장 되고요. 무대라는 것이 권투 링하고 비슷해서 잘못하면 나가떨어지죠. 승패는 알 수 없어요."연극배우에서 영화배우로, 시나리오 작가에서 제작자, 연출가, 공연 행정가에서 장관까지. 지난 30여 년 간 장르의 경계와 작업의 영역을 넘나든 김명곤(63)이 16년 만에 배우로 무대에 선다.그것도 한 달 간격으로 서로 다른 두 개의 작품에서 상반된 모습의 아버지 역할을 소화한다. 3일 개막하는 퓨전 음악극 '아빠 철들이기'와 내달 1일 재공연하는 연극 '아버지'에서다. 서울대학교 사대 연극반에서 연극활동을 시작한 그는 극단 '상황', '연우무대' 등을 거쳐 1986년 극단 '아리랑'을 창단한 이후 제작, 연출, 연기 활동을 두루 펴왔다. 영화 '서편제'에서 각본을 쓰고 주인공 '유봉'을 연기해 1993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 배우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행정가로 변신해 2000∼2005년 국립극장장을 지냈고 2006∼2007년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드라마 '각시탈', '왕의 얼굴', 영화 '광해', '명량' 등 최근 몇 년간 드라마와 영화에는 종종 출연했지만 무대에서는 1999년 연극 '유랑의 노래' 이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최근 연습이 한창인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앞선 10년간은 공직에 있었고, 장관을 그만둔 뒤에는 만들고 싶은 작품들이 있어 계속 연출과 제작에 매달리다 보니 직접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갈증은 있었지만, 무대에 서려면 체력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는데 연출 작업도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함부로 설 수는 없었어요. 이제 제 생활도 좀 정리가 돼가니 조금 할만하겠다 해서 나서게 됐죠." '아버지'는 그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아 2012년 처음 올린 작품이다.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개관 기념 초청작으로 2년만에 서울에서 공연하는 이번 연극에서 전무송, 권성덕과 함께 '아버지' 역을 연기한다. 해고당한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를 위장해 백수 아들에게 보험금을 물려주고 죽어가는 비극을 그린다. '아빠 철들이기'는 고대소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퓨전 음악극이다. 당차고 야무진 소녀가장 심청과 날마다 사고만 치는 철부지 아버지 심학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판소리 등 노래와 동서양의 악기, 춤으로 풀어낸다. 김명곤이 예술감독 겸 심봉사 역을 맡는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아버지 시리즈'가 됐네요. 저도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들이 겪는 시대적 상황을 다뤄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 아버지들은 가족에게 소외되고, 대화할 줄도 모르고, 나가서 돈만 버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가족과 함께 어울려야 하는 시대가 됐잖아요. '심청전'에는 젊은 세대와 아버지와의 갈등을 비롯해 돈과 욕망에 눈먼 경쟁사회 등 우리 시대의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그는 이번 작품에서 젊은 국악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들은 판소리와 연기, 연주를 동시에 선보인다. "저는 자꾸 분류하고 쪼개는 것을 싫어합니다. 제가 배우만이 아니라 여러 일을 하듯이 공연도 연극이냐 마당극이냐 음악극이냐 장르나 경계에 구애받고 싶지 않아요. 장르는 편리에 따라 나누는 것일 뿐이죠."현재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그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에 관심이 많다. "영화나 드라마는 젊은이들이 마구 진출하지만 연극이나 국악, 무용은 젊은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나 방법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 아까운 재능을 낭비하거나 썩히며 방황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죠. 새롭게 배출되는 젊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그는 "지금의 문화정책은 시장 위주"라며 "삶에 대한 근본적 성찰, 삶의 균형을 가능하게 하는 순수예술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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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의 두 얼굴…구조조정 속 '高연봉·高배당'금융사들의 고액 연봉과 고배당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40~50대 가장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최고경영자(CEO)는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SC·외환銀·메리츠화재 등 실적 악화에도 '잇속 챙기기' "경영 성과에 상응하는 배당·연봉 결정돼야"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이지헌 홍국기 기자 = 금융사들의 고액 연봉과 고배당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40~50대 가장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최고경영자(CEO)는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 중시 정책을 명목으로 실적 악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주주를 위한 배당만 잔뜩 늘린 금융사도 속출하는 실정이다. ◇ 직원 수백 명씩 내보낸 외국계 은행…CEO는 수십억 연봉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영업점 56곳을 폐쇄하고 전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65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씨티은행은 역대 최대 수준인 2천100억원의 배당금 및 해외 용역비를 미국 본사로 보냈다. 배당액은 509억원으로 순이익 1천120억원의 45%에 달해 은행권 최고 수준의 배당성향(배당액/순이익)을 기록했다. 미 본사에 브랜드 비용, 전산 이용료, 광고비 등으로 지급한 해외 용역비는 전반적인 실적 악화에도 전년보다 200억원 넘게 늘어난 1천600억원에 달했다. 더구나 지난해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은 대규모 구조조정 중에 근로소득 25억원, 퇴직금 46억원 등 총 71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씨티은행 측은 "해외 용역비나 배당, CEO 연봉 등은 글로벌 기준에 비춰볼 때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한술 더 떴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64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SC은행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2013년 17개, 지난해 44개 등 총 61개의 영업점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해 초 15년 이상 근속한 200여명의 직원들마저 내보냈다. 그런데 SC금융지주는 작년에 영국 본사에 1천500억원의 중간 배당금을 지급한 데 이어 내년 초까지 최대 3천억원의 추가 배당마저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와중인 지난해 초 퇴임한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은 급여와 상여금, 복리비용 등 명목으로 총 27억원의 금융권 최고 수준 보수를 챙겼다.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는 총자산이 400조원 안팎인 신한금융지주의 한동우 회장이나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보다 많은 보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대규모 순손실이 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배당을 늘리고 고액 연봉을 챙기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없는 행태"라며 "국부 유출은 물론이거니와 선진 자본주의에서도 유례가 없는 행태임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배당은 대주주 '쌈짓돈'…"성과 무관한 고액 배당, 기업 경쟁력 약화" 국내 금융사도 대주주나 CEO의 이익을 위해 과도한 배당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올해 사장과 15명의 임원은 물론 전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406명의 직원을 희망퇴직시킨 메리츠화재도 배당을 대폭 늘렸다. 이 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조정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2013년 1천127억원이던 순이익은 지난해 1천127억원으로 줄었으나, 배당액은 322억원에서 4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최대 수혜자는 대주주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으로 무려 87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조 회장은 2012년 메리츠금융지주의 순익이 전년보다 69% 급감할 때 89억원의 연봉과 47억원의 배당금 등 총 136억원을 챙겨 비난을 받았었다. 결국 과도한 보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가 임박하자 자진해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3월 회장직에 복귀했다. 복귀 후 줄어든 연봉을 두둑한 배당금으로 메운 셈이다. 메리츠 측은 "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율이 71%에 달해 많아 보일 뿐 지나친 배당을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동부화재의 경우 2013년 3천886억원이던 순이익이 지난해 4천3억원으로 3%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배당은 633억원에서 918억원으로 45% 급증했다. 그 결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는 2013년보다 95억원이 많은 267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배당금은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동부그룹의 경영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김 회장의 담보 제공 등에 쓰인 것으로 분석된다. 동부그룹이 경영 실패로 구조조정에 직면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김 회장 일가가 동부그룹에서 거둬들인 배당금은 총 1천255억원에 달한다. 론스타의 고배당 정책을 비난하던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의 순이익 중 40%를 배당으로 가져가 버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의 실적 악화는 이전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며 "론스타가 빠져나간 현재는 과거 4∼5년을 수습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해 다른 은행들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유독 외환은행의 순익만 전년보다 18% 줄어든 것을 뜻한다. 그런데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하나금융은 지난해 이 은행 순익 3천651억원 중 40%인 1천464억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국민(22%), 우리(28%), 신한(31%) 등 다른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배당성향이다. 론스타의 과도한 배당으로 충분한 내부 유보가 이뤄지지 못해 투자를 못 했다는 주장에 비춰보면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을 위한 '주주 달래기' 차원의 배당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연우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의 연봉이나 배당을 높이는 것은 '도덕적 해이' 문제 외에도 회사의 경쟁력과 자금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오너의 측근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진 연봉이나 배당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경영 성과와 책임에 상응해 배당성향과 경영진 연봉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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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예술과 문학이 살아 숨 쉬는 오래된 길파란대문의 대오서점(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종로구 누하동의 대오서점. 63년간 자리를 지켜온 헌책방은 현재 서점 내부와 한옥 안채를 공개하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k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도심 속 골목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옛 정취에 대한 갈망과 향수가 사람들을 골목길로 이끈다. 낙후되고 촌스러웠던 골목길은 이제 예술, 문화, 감성, 추억이라는 가치로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 속 풍경'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예술이 살아있는 옛 마을 서촌(西村)을 둘러보자. 서촌은 '낡은 것을 버리지 않아 생긴 자연스러운 매력' 덕분에 최근 몇 년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고즈넉한 골목길에서의 식사와 산책을 계획하고 있다면 예술 기행도 빼놓을 수 없다. 서촌의 옛 주민 중에는 유명한 예술인이 많았다. 조선시대 주민으로는 서예와 가야금에 능한 예술인이면서 당대의 문인과 화가를 집으로 즐겨 초대했던 '풍류 왕자' 안평대군, 생애 대부분을 서촌에서 살면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개척한 겸재 정선, 추사체를 만들어낸 명필가이자 실학자였던 추사 김정희 등을 꼽을 수 있다. 18세기에 전성기를 맞은 '위항문학'(委巷文學)의 대표 주자였던 장혼, 김낙서, 왕태 등도 서촌에 모여 살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는 이상과 윤동주, 서정주, 이중섭, 이상범, 박노수 등이 이곳을 기반으로 예술 활동을 했다. 서촌은 조선시대부터 수많은 문학·예술인을 배출한 '예술 1번지'였다. 구불구불 통하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옛 예술가들이 남긴 흔적과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촌이다. 지리적으로 서촌은 인왕산과 백악산이 감싸 안고 경복궁이 동쪽을 가로막고 있는 지역이다. 인왕산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뻗은 물길을 따라 형성된 지역을 사람들은 '서촌'이라고 부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복궁 서쪽 지역의 체부동, 필운동, 누상동, 누하동, 옥인동, 효자동, 통인동, 청운동, 부암동 등을 포함한다. 서촌은 고관들이 주로 거주했던 가회동, 안국동, 재동, 삼청동 일대를 이르는 '북촌'(北村)과 대비된다. 이 동네에는 역관과 의관, 예술에 특별한 재주를 지닌 중인 계급이 많이 모여 살았고, 이는 서촌이 역사적으로 예술성을 갖는 토대가 됐다. 서촌이 예술 활동의 본거지가 된 이유는 탁월한 풍광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겸재 정선이 남긴 그림을 통해 우리는 서촌의 옛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경복궁에서 통인시장을 거쳐 옥인길 끝까지 올라가면 수성동(水聲洞) 계곡이 나온다. 인왕산 아래 첫 계곡으로 말 그대로 '물소리가 유명한 계곡'이다. 고개를 들어보면 'S'자 형태의 계곡과 바위, 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은 소나무와 웅장한 인왕산 정상이 보인다. 현대적인 사물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시원한 풍경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인왕산 아래 수성동 계곡(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S'자 형태의 계곡과 바위, 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은 소나무와 웅장한 인왕산 정상이 어우러진 수성동 계곡의 모습. kjhpress@yna.co.kr 정선은 이 수성동을 그림으로 남겼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수성동'은 지금의 수성동과 비슷하다. 계곡의 모양과 암석, 양평대군의 옛 집터에 있던 기린교(麒麟橋)까지 그대로다. 다만 현재의 풍경이 자연 그대로의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인왕산 경치와 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2012년 계곡 위에 세워진 옥인아파트를 철거하면서 수성동과 인왕제색도를 참고해 계곡을 복원했다. 정선은 '인왕제색', '청풍계', '수성구지', '인곡유거', '창의문', '백운동', '한양전경', '장안연우', '세검정' 등 서촌의 명소를 담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정선이 그림을 그렸던 현장이나 피사체가 된 장소를 찾아 당시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도 서촌을 여행하는 좋은 방법이다. 수성동을 등지고 골목길을 내려오다 보면 윤동주 하숙집 터(종로구 옥인길 57)가 보인다. 윤동주는 1941년 연희전문학교에 재학하면서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했다. '별 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 그의 대표작들이 이 시기에 쓰였다. 주옥같은 시를 쏟아내던 젊은 시인 윤동주는 하숙집 앞 골목길을 따라 매일 아침 인왕산을 산책했다. 원래 하숙집은 사라지고 붉은 벽돌로 마감된 양옥이 들어섰지만, 안내판을 통해 하숙집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을 볼 수 있다. 시인의 흔적을 더 따라가고 싶다면 청운동 '윤동주 문학관'(종로구 창의문로 119)으로 넘어가면 된다. 사상범으로 몰려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당해 28세의 나이로 운명한 시인의 삶을 사진과 친필 원고, 작품집으로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활용해 만든 우물 모양의 전시실은 차가운 감옥에서 스러져간 시인의 고독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노수 미술관(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종로구 옥인길에 있는 박노수 미술관. 윤덕영이 1937년경 딸과 사위를 위해 지었다는 한식, 양식, 일식, 중식의 건축 스타일이 모두 섞여 있다. kjhpress@yna.co.kr 윤동주 하숙집 터에서 좀 더 아래로 내려오면 한옥인지 양옥인지 아리송한 가옥이 눈에 띈다. 외관이 특별히 아름다운 집이다. 여기는 박노수 미술관(종로구 옥인1길 34)으로 고(故) 박노수(1927∼2013) 화백이 1973년부터 2011년까지 약 40년간 살았던 집이자 작업실이다. 박 화백은 해방 후 간결한 운필과 강렬한 색감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종로구는 2013년 박 화백이 기증한 집과 작품으로 미술관을 개관했다. 유료로 운영되는 미술관에는 '산'(山)과 '고사'(高士) 등 화백의 대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미술 작품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가옥 그 자체다. 친일파 윤덕영이 1937년경 딸과 사위를 위해 지었다는 이 가옥에서는 한식, 양식, 일식, 중식의 건축 스타일을 모두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첨단 기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한 최고급 건축물이었을 것이다. 1층은 온돌과 마루, 2층은 마루방 구조이고, 벽난로 3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중 창문은 서양식이고, 바닥과 계단은 나무로 만들어졌다. 붉은색으로 마감된 외관에서는 중국색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가옥은 화백이 소장한 고가구와 애장품, 정원과 어우러져 어디서도 보기 힘든 정갈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통인동으로 들어서면 시인 이상을 떠올려볼 수 있는 '이상의 집'(자하문로 7길 18)을 만나게 된다. 한옥 카페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이상이 세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살았던 집터의 일부에 지어진 기념 공간이다. 운영자인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이곳을 '이상을 기억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누구나 따뜻한 차를 대접받고 이상의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상의 집과 보안여관(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상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인 종로구 통인동의 '이상의 집'(왼쪽 사진), 문화 행사 갤러리로 운영되는 '보안여관'(오른쪽사진)의 모습. kjhpress@yna.co.kr 인근 누하동에는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주는 점포가 많다. 파란 대문의 '대오서점'(종로구 자하문로 7길 55)이 그렇다. 권오남 할머니는 63년간 이곳을 운영해 왔다.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자식같이 키워 온 헌책방이라 떠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책을 팔지 않고 서점 내부와 한옥 안채를 공개하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교과서와 문학 전집, 수학의 정석, 엘리트 영영사전 등 추억의 책들이 빼곡히 쌓여 있고, 1970년대 남학생 교복과 풍금, 대가족의 가족사진, 할머니가 쓰던 부엌살림이 그대로 남겨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길을 돌려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에 있는 보안여관으로도 향해 보자. 서태지의 '소격동'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바로 그 붉은 벽돌 건물이다. 이곳은 서정주가 기거하면서 김동리, 김달진, 오장환 등과 함께 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든 현대문학사에서 의미가 큰 곳이다. 지금은 문화 예술 행사가 '숙박'하는 갤러리로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서촌에서는 이상범 화백의 화실, 세종대왕이 태어난 준수방 터, 송강 정철의 집터와 시비, 벽세청풍 바위와 김상용 집터, 서울 농·맹학교 담장 벽화 등 역사와 문화를 논할 수 있는 공간이 즐비하다. 서촌은 오래된 동네를 걷는 즐거움을 제대로 주는 동네다. 봄을 기다리는 지금, 겨우내 잠들었던 감성을 깨우러 서촌으로 향해 보는 것은 어떨까.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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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월드투어 100회 공연…노하우·실력 빛나(종합)'100회라 행복해요'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그룹 슈퍼주니어의 이특, 희철, 은혁이 21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월드투어 '슈퍼쇼6'(Super Show 6)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9.21 ksujin@yna.co.kr 21일 '슈퍼쇼 6' 공연이 100번째 무대…3일간 2만5천 관객 "국가대표 마음…북한·달에서도 공연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슈퍼주니어가 한국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월드투어 100회 공연이란 대기록을 달성한 데 대해 "어딜 가든 한국의 국가대표란 마음으로 공연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슈퍼주니어는 '슈퍼쇼'의 100번째 무대인 21일 '슈퍼쇼 6' 공연을 앞두고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100회를 했으니 이걸 뛰어넘어 1천 회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놓았다. 멤버들은 "100회 하는 데 8년이 걸렸으니 (1천 회를 하려면) 90년 정도 걸리겠다"며 건강관리를 잘해서 해보자고 농담까지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슈퍼주니어는 지난 2008년 단독 콘서트 브랜드인 '슈퍼쇼'를 시작해 19~21일 '슈퍼쇼 6'의 포문을 여는 서울 공연에서 100회를 채웠다. '글로벌 한류 제왕'이란 수식어답게 지난 6년간 비행거리만 지구 10바퀴에 달하는 약 41만5천832㎞, 전세계 26개 도시에서 누적관객 약 138만 명을 동원했다. 특히 서울,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멕시코, 칠레 등 유럽과 중남미까지 아우르며 주요 도시에서 회당 평균 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K팝 공연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그룹 최초 프랑스 단독 콘서트', '한국 가수 사상 최대 규모의 남미 4개국 투어' 등의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다. 려욱은 "더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제 지구뿐만 아니라 달에 가서도 해보고 싶다"고, 신동은 "예전에 젝스키스, 핑클 선배님들이 북한 평양에서 공연하는 걸 봤다. 금강산이나 백두산에서 콘서트를 열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또 중동 지역에서도 공연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규현은 "(아랍에미리트의) 만수르 씨가 초청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날 공연에서 멤버들은 '미스터 심플', '쏘리, 쏘리' 등의 히트곡을 비롯해 최근 발표한 새 앨범 타이틀곡 '마마시타'(아야야)까지 총 32곡의 무대를 선사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멤버들은 유닛(소그룹)인 슈퍼주니어-M의 무대, 동해와 은혁의 유닛 무대, 개성을 살린 솔로 무대 등을 오가며 지난 6년간 쌓은 노하우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개별 무대에서는 성민이 서울예술단과 함께 난타 퍼포먼스를, 슈퍼주니어-M 멤버인 헨리는 화려한 바이올린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또 규현은 자작곡 '나의 생각, 너의 기억'을, 강인은 그룹 알이에프의 '상심', 시원은 그룹 노라조의 '야생마', 려욱은 김연우의 '사랑한다는 흔한 말'을 들려줬다. 특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잇고'와 함께 멤버들이 엘사로 분장하고 '엘사 콘테스트'를 열어 큰 웃음을 줬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도 멤버들은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7월 제대해 이번 투어에 복귀한 이특은 '아일랜드'를 노래하며, 입대를 앞둔 신동은 솔로로 백지영의 '잊지말아요'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또 앙코르 무대에서 월드투어 100회를 축하하는 케이크가 깜짝 등장하자 멤버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객석에는 SM의 이수만 회장과 같은 소속사 가수들이 자리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무대는 가로 20m, 세로 6m의 대형 LED 스크린과 2대의 사이드 스크린, 팝업리프트, 원형 턴테이블, 레이저 등 다양한 무대 장치 및 효과로 화려함을 더했다. 신동과 은혁은 스테이지 디렉터로도 참여했다. 슈퍼주니어는 3일간의 '슈퍼쇼 6' 서울 공연에서 총 2만5천여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오는 10월 29~30일 일본 도쿄돔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할 계획이어서 슈퍼주니어의 기록 행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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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돌 맞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7일 특집방송(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오는 7일 오후 4시30분에 1주년 특집 방송을 한다. 아내 없이 아이들을 돌보는 연예인 아빠들의 육아 도전기로 인기를 끈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첫 돌을 기념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편을 녹화 방송한다. 특집 방송인 만큼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휘재 가족과 타블로 가족, 송일국 가족, 최근 UFC 복귀전 준비에 한창인 추성훈을 대신한 야노시호와 사랑이 가족이 진행을 맡은 가수 윤종신, 박지윤, 구하라와 함께 스튜디오 토크를 나눈다. 또 '슈퍼맨' 출연 후 화제를 모았던 걸그룹 SES 슈의 쌍둥이 라희·라율과 사랑이의 남자친구 유토, 그리고 8주간 특별기획으로 출연했던 장윤정-도경완 부부와 아들 연우까지 자리했다. 출산 후 첫 공식석상에 나섰다는 장윤정의 허심탄회한 육아 고백도 방송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뿐 아니라 육아휴직단체 대표와 다섯 자녀의 부모 등 100쌍의 일반인 부부들도 패널로 참석해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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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욕망의 안개에서 허우적대는 군상 '해무'(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수십 년간 바닷물을 먹고 산 선장 철주(김윤석). 낡고 낡은 어선을 이끌지만, 사정은 최악이다. 육지에선 IMF 외환위기가 몰고 온 불황이 목줄을 죄고, 바다에선 고기도 잡히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선주(船主)는 배를 팔겠다고 아우성이다. 아내는 돈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철주를 철저하게 무시하며 대놓고 바람을 피운다. 이미 인생에서 많은 걸 잃은 철주는 최소한 배라도 지키려 한다. 뼛속까지 뱃사람인 그에게 바다와 배는 이제 인생의 전부가 됐기 때문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철주는 마지막 수단으로 밀항 작업에 뛰어든다. 인정 많은 기관장 완호(문성근), 갑판장 호영(김상호), 온갖 궂은 일을 담당하는 경구(유승목)와 창욱(이희준). 그리고 막내 동식(박유천)도 내키진 않지만, 믿음직한 선장과 뜻을 함께한다. 그리고 거친 파도가 일고 폭우가 쏟아지던 밤, 철주 등은 수십 명의 밀항자를 배에 싣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선원들의 관계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해무'(海霧)는 바다에 낀 안개를 말한다. 곳곳이 물인 바다에서 안개가 발생하니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선박에 갇힌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욕망의 안개가 앞을 가리니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 출항 전 "아따 깜깜하다"는 경구의 대사는 이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암시한다. 창욱은 성욕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경구는 돈에, 철주는 배에 포박돼 살아간다. 인간적인 완호와 아직 뱃사람이 되지 못한 동식 만이 욕망이 이끄는 '직선의 삶'에서 궤도를 벗어나 있을 뿐이다. 영화는 밀항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참극에 대한 인물들의 태도를 조명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철주 등은 막다른 길에 몰리자 인간성을 회복하는 대신 더 깊은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낙원은 사라지고, 지옥도만이 그들을 기다릴 뿐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은 스크린을 외면하고 싶게 한다. 동식과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의 겁에 질린 사랑이 그나마 영화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일 뿐이다. 지적인 이미지의 문성근은 후줄근한 선원 역으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김윤석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돼지뼈로 상대를 무자비하게 살해했던 '황해'(2010)의 면정학이 환생한 듯, 둔기로 상대방을 때릴 때는 무시무시하다. 김상호·이희준·유승목의 뒷받침뿐 아니라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박유천의 연기도 비교적 탄탄하다. 여러 독립영화에서 주목받았던 한예리는 특히 눈길을 끈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 꼼꼼한 촬영, 배우들의 선굵은 연기가 눈에 띄지만 영화는 한 방이 부족하다. 감정은 너울거리나 끝내 비등점을 넘지 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운 분위기도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살인의 추억'(2003) 각본을 쓴 심성보 감독이 극단 연우무대의 동명 연극을 토대로 연출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획·제작했다. 8월1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1분.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