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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연초 음원차트 또 흔들었다…'당신의 밤' 1위MBC TV '무한도전'이 또다시 연초 음원차트를 뒤흔들었다. 지난달 31일 '무한도전'의 역사 힙합 프로젝트 '위대한 유산' 방송 직후 공개된 음원인 황광희와 개코의 듀엣곡 '당신의 밤'이 1일 멜론, 엠넷닷컴, 지니 등 음원차트 정상을 석권했다. '무한도전'의 '위대한 유산' 편 [MBC 제공] 또 다른 곡인 하하와 송민호의 '쏘아', 유재석과 도끼의 '처럼', 양세형과 비와이의 '만세', 정준하와 지코의 '지칠 때면', 박명수와 딘딘의 '독도리'까지 각종 음원차트 10위권에 진입했다. '무한도전'은 2015년 1월에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편으로 연초 음원차트에서 1990년대 곡을 소환하는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약 20일간 정상을 지킨 빅뱅의 신곡 '에라 모르겠다'를 제치는 음원 파워를 보여줬다. '위대한 유산' 편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실력파 래퍼들과 함께 우리 역사를 주제로 힙합곡을 만들고 공연을 선보여 재미와 감동을 줬다. 오혁이 피처링한 '당신의 밤'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 속에서도 한글로 시를 쓴 시인 윤동주에게 보내는 편지로 '별 헤는 밤'의 시구를 인용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쏘아'는 병력의 열세 속에서도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한 곡이며, '처럼'은 우리나라를 지켜 온 위인처럼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위인들의 명언을 차용한 노래다. 이밖에도 '만세'는 안중근 의사, '지칠 때면'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주제로 한 곡이다. '무한도전' 측은 '위대한 유산' 편의 음원 수익금을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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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나게 팔리는 시집들…'한국詩 르네상스'류근·오은 시집 등 출간 즉시 중쇄…시에서 위로 찾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동안 외면받았던 시(詩) 문학이 다시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단문 위주로 전달·공유되는 모바일 SNS 문화가 일반화된 가운데 각박한 삶을 짧은 글로 위로받으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문학 여러 장르 중에서도 시가 특히 주목받는 분위기다.문학계는 1990년대 꽃피웠다가 침체한 시 문화가 앞으로 더 큰 부흥기를 맞을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19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시집 판매가 최근 3년간 계속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올해 들어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1월부터 8월까지 시집 판매량을 전년도와 비교한 신장률이 2012년에는 31.6%였다가 2013년 -0.9%를 기록했으나, 2014년 0.2%, 지난해 8.9%, 올해 37.6%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여줬다.연도별 판매량을 따졌을 때 올해 판매된 시집은 지난 5년간 판매된 총량의 26.8%를 차지하며 큰 비중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시집을 많이 구매한 주요 독자층은 '2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독자가 63.2%로 남성(36.8%)보다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20대(28.1%), 30대(23.1%), 40대(22.1%), 50대(16.8%), 60대 이상(7.7%) 순으로 젊은 독자층이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시집을 많이 찾았지만, 유독 60대 이상은 남성(5.5%)이 여성(2.2%)보다 비중이 커 눈길을 끌었다.최근 시집에 대한 이런 호응은 모바일·SNS 문화의 발달과 관련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로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시인들의 시집이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페이스북 팔로워가 2만 명이 넘는 류근(50) 시인이 지난달 31일 출간한 새 시집 '어떻게든 이별'은 나오자마자 주문이 폭주해 중쇄(2쇄를 찍는 것)에 돌입, 벌써 6천 부를 찍었다. 류근 시인의 팬을 자처하는 독자들은 새 시집 구매 인증샷과 자신이 특히 좋아하는 시를 찍은 사진을 부지런히 SNS에 올리고 있다. 특히 난해한 표현 없이 인생의 여러 애환을 그린 보편적인 이야기와 사랑과 연애에 관한 뻔뻔스러울 정도의 솔직한 표현에 중장년층 독자들까지 호응하는 모습이다. 역시 페이스북 팔로워가 1천 명이 넘는 오은(34) 시인이 지난달 8일 출간한 새 시집 '유에서 유'도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특히 말장난과 비슷한 재미있는 언어유희와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날카로운 풍자에 젊은층의 지지도가 높다. 역시 나오자마자 중쇄에 들어가 한 달 만에 8천 부를 찍었다.올해 상반기 나온 중견 시인들의 시집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허연(50) 시인의 '오십 미터', 김선우(46) 시인의 '녹턴'이 모두 중쇄로 5천∼6천 부씩 찍었다. 최승자(64) 시인이 4년 만에 낸 시집 '빈 배처럼 텅 비어'도 시인의 명성에 걸맞은 인기를 끌어 7천 부나 찍었다. 최근 출간된 '섬진강 시인' 김용택(68)의 새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도 시인의 유명세가 높은 데다 이번 시집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벌써 관심이 높다. 출판사 창비는 초판 3천 부에 더해 추석 연휴가 지난 뒤 중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렇듯 시집의 인기가 최근 높아진 것은 끊임없는 생존경쟁과 구직의 어려움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한 시대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생을 관조하고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 구절에서 정서적인 위로와 치유를 구하려는 욕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권을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인문·사회과학서나 소설에 비해 바쁜 시간을 틈타 금방 읽을 수 있는 시집은 접근성이 훨씬 높다.이에 더해 지난해 말부터 고전 시집의 복간·초판본이 뜻밖의 열풍을 일으키면서 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오기도 했다.작년 말부터 출간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과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의 '사슴'은 인터넷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빛나는 서정성을 간직한 고전 시들이 이 시대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명작 시집을 옛 모습으로 소장하려는 욕구가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이런 열기를 타고 시집 전문 서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지난 6월에는 유희경 시인이 서울 신촌에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열었고, 지난 7월에는 대구에서 정훈교 시인이 '시인보호구역'이라는 시집 전문 서점을 열었다. 특히 '위트 앤 시니컬'은 시인이 직접 참석하는 낭독회를 자주 열어 개점 초기부터 시 독자들을 불러모으면서 3개월째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 독자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으며 매출도 순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교보문고 관계자는 "박준, 황인찬 등 젊은 시인들의 활동이 눈에 띄고, 이성복, 김사인 등 애송시가 많은 시인의 인기도 지속하고 있어서 감성적인 계절인 가을을 맞아 시집을 찾는 독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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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초판본 또 경매 나왔다…시작가 8천만원삼국유사·고사촬요·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도 출품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시인 김소월(1902∼1934)이 생전에 출판한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이 또 경매에 나왔다.경매사 화봉문고는 오는 18일 오후 종로구 인사고전문화중심에서 열리는 제38회 화봉현장경매에 1925년 12월 26일 간행된 진달래꽃이 시작가 8천만원에 출품됐다고 9일 밝혔다.진달래꽃 초판본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경매에서 1억3천500만원에 팔려 한국 현대문학 작품 중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매문사가 간행한 시집 진달래꽃은 총판매소에 따라 중앙서림 판본과 한성도서주식회사 판본으로 나뉜다.경매에 나온 책은 작년 12월에 출품된 초판본과 동일한 중앙서림 판본으로 표지가 조금 다르다. 책에는 '진달래꽃'을 비롯해 '먼 후일', '산유화', '엄마야 누나야', '초혼' 등 작품 127편이 16부로 나뉘어 수록됐다.현재 진달래꽃 초판본은 네 권이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이번 경매에는 조선 중기 경주에서 간행된 삼국유사 정덕본(正德本) 권3도 시작가 3억원에 나왔다.삼국유사는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1206∼1289)이 고조선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의 역사와 문화, 민속에 대해 정리한 역사서다.지난 화봉경매에서는 삼국유사 권3∼5가 10억원에 출품됐으나,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했다.또 경매에는 조선시대 문인 어숙권이 편찬한 백과사전인 '고사촬요'(攷事撮要)의 1568년 판본과 순종이 1909년 평양, 신의주, 개성 등을 시찰한 내용을 담은 기록인 '서순행일기'(西巡幸日記)가 각각 시작가 1억원, 5천만원에 나왔다.이외에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 이광수의 '무정' 다섯 번째 판본 등도 경매에서 만날 수 있다. 제38회 화봉경매에 나온 진달래꽃 초판본. [화봉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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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에 하루 42만 관객…3·1절 의미 더했다(종합2보)'동주'도 9만6천명 모으며 개봉 이래 최다 관객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일제 강점기의 아픈 한국사를 소재로 한 영화 '귀향'과 '동주'가 1일 3.1절 휴일을 맞아 각각 개봉 이래 최다 관객을 끌어모았다.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귀향'은 이날 전국 875개 스크린에서 3천884회 상영되면서 42만496명(매출액 점유율 37.0%)을 모았다. 누적 관객은 17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귀향'의 종전 일일 최다 관객 수는 나흘 뒤 28일에 기록한 30만4천566명이었다. '귀향'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지난달 24일 23.1%, 25일 26.1%, 26일 29.6%, 27일 29.7%, 28일 31.7%, 29일 34.0%에 이어 이날 37.0%로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극영화다. 국민의 후원과 배우·제작진의 재능 기부로 기적같이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닷새 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특히 3·1절을 맞아 일제에 짓밟힌 아픈 역사를 잊지말자는 의미에서 관객들의 발길이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귀향'의 조정래 감독과 배우들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이날 서울 일대 극장에서 무대 인사를 진행했다.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통해 일제강점기 청년들이 느껴야 했던 고민과 울분을 그린 '동주'도 이날 9만6천104명(8.6%)이 관람해 지난달 17일 개봉 이래 최다 관객을 끌었다. 5억원 남짓의 저예산으로 만든 이 영화는 누적 관객 수가 75만2천211명에 달해 이미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어섰다. 강하늘·박정민 등 주연배우의 열연, 윤동주 시인의 삶과 시를 절묘하게 결합한 시나리오와 절제된 연출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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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위안부 돌풍…'귀향' 이틀째 박스오피스 1위(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삶을 조명한 영화 '귀향'의 돌풍이 거세다. 개봉 첫날 1위로 박스오피스에 진입하고서 정상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실시간 예매율도 1위여서 주말 극장가도 관객몰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향'은 이달 25일 하루에 관객 12만8천989명(매출액 점유율 26.1%)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극영화다.'귀향'은 개봉일인 24일 15만4천788명을 불러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데 이어 이틀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귀향'은 특히 좌석 수 대비 관객 비율인 좌석점유율도 24일 42.5%, 25일 32.1%로 높아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그동안 흥행을 주도했던 '데드풀'은 2위로 내려앉았다. 관객 8만1천314명(매출액 점유율 18.1%)을 동원했다. 가장 많은 스크린(641개)에서 가장 많이 상영(3천53회)됨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는 '귀향'보다 적었다. 좌석점유율이 24일 17.8%, 25일 12.3%로 '귀향'의 절반도 안 됐다.누적 관객 수는 200만명을 넘었으나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디즈니의 야심작 '주토피아'가 관객 7만6천730명을 불러모아 3위에 올랐다. '주토피아'는 이달 17일 개봉한 이래 흥행 대작의 틈바구니에서 꾸준히 2∼4위를 지키며 조용히 관객몰이를 진행하고 있다. 4위부터 8위까지는 한국영화가 주름잡았다.4위는 '윤동주 바람'을 일으킨 '동주'가 차지했다. 윤동주 시인의 삶과 시를 절묘하게 결합한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출판계에서 윤동주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5위는 '검사외전'. 이달 설 연휴 기간 476만명이라는 엄청난 관객동원력을 과시했던 '검사외전'은 새 개봉영화에 밀려 그 열기가 식고 있다.전도연, 공유 주연의 정통 멜로영화 '남과 여'가 개봉 첫날에 7위를 기록했다. 이미연-유아인, 최지우-김주혁, 이솜-강하늘 등 세 커플이 주연한 '좋아해줘'가 7위, '순정'이 8위에 각각 올랐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디제이에게 도착한 편지에 얽힌 사연을 들추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첫사랑과 다섯 친구의 우정을 담은 영화다. 개봉일인 24일에 6위를 기록했다가 두 계단 밀렸다. 주말 극장가도 '귀향'이 흥행을 주도하는 가운데 '데드풀', '주토피아', '동주'가 2위 그룹을 형성하는 1강 3중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25분 현재 '귀향'의 실시간 예매율이 28.7%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어 '주토피아'(15.0%), '데드풀'(14.3%), '동주'(8.7%)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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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 '검사외전' 누르고 흥행 1위 올라흥행 상위 10위에 새 개봉영화가 6편 진입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예측불허의 괴짜 슈퍼히어로인 '데드풀'이 '검사외전'의 아성을 눌렀다. '데드풀'을 비롯한 새로 개봉한 영화들이 대거 박스오피스 상위에 오르면서 흥행 순위가 '물갈이'됐다. 19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데드풀'은 18일 하루 관객 20만3천114명을 동원해 '검사외전'을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매출액 점유율은 42.7%에 달했다. '검사외전'은 관객 9만6천217만명을 끌어모으는 데 그쳐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누적 관객 수가 850만명을 넘어서 주말께 9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데드풀'은 특수부대 출신 용병인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놀즈)이 데드풀이라는 슈퍼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동명의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다. 기존 마블 히어로와 다른 캐릭터, '19금' 농담도 서슴지 않는 수다스러움, 화려한 액션 등으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데드풀'은 개봉 첫날인 17일에 관객 25만811명을 동원해 1위로 박스오피스에 입성했다. '데드풀'의 개봉 첫날 관객 수는 지난해 '내부자들'이 세운 개봉 첫날 기록인 23만949명을 넘어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이지만 흥행 돌풍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10시25분 현재 예매관객 수가 13만6천481명(예매율 40.4%)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데드풀'과 함께 새로 개봉한 영화들의 관객몰이가 심상치 않다. '좋아해줘'가 18일에 관객 7만1천240만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좋아해줘'는 이미연-유아인, 최지우-김주혁, 이솜-강하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커플을 이뤄 티격태격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최근 흥행성적이 부진한 장르임에도 주연배우들의 명성, 짝을 이룬 배우들간 연기 호흡, 잘 짜인 이야기 등에 힘입어 기존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다른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4위는 디즈니의 신작 '주토피아'가 차지했다. 새 개봉영화로, 관객 4만6천752명을 모았다. '주토피아'는 육식·초식 동물이 함께 어울려 사는 이상적인 동물세계에서 토끼 경찰관이 실종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관객 1천만명을 넘긴 '겨울왕국'(2014)과 280만명을 모은 '빅 히어로'(2015)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디즈니의 야심작이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가 5위를 기록했다. '동주'는 같은 해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촌지간 윤동주와 송몽규란 두 인물을 통해 일제 강점기 청년들이 느껴야 했던 고민과 울분을 그린 영화다. 제작비가 5억원 남짓인 저예산 영화이고 감독이 상업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좋은 영화라는 입소문 덕분에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쿵푸팬더3'가 관객 1만7천810명을 모아 6위로 내려앉았다. 개봉 초기 흥행 열기가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누적 관객 수는 380만명에 육박했다. 관객 506만명을 동원한 전작의 성적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수치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전환한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대니쉬 걸'이 7위, 소심한 닭 빌리의 챔피언 도전기를 그린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치킨 히어로'가 8위에 올랐다. '데드풀'에서부터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치킨 히어로'까지 흥행 상위 10위 안에 든 새 개봉영화가 모두 6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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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트렌드>④ 내년 관객 사로잡을 국내외 영화는(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내년에도 우리 영화계가 관객 2억명 돌파라는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까. 24일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 플러스엠, 뉴 등 국내 배급사와 해외 직배사에 따르면 병신년(丙申年) 새해에 국내외 거장들이 새 작품으로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전작이 좋은 흥행성적을 거둔 감독들의 신작, 시리즈물의 후속작이나 속편, 리메이크 작품들도 개봉을 준비 중이다.◇ 해외파·거장 감독이 내놓은 새 작품의 면면은 해외파 박찬욱 감독이 신작 '아가씨'로 내년 상반기께 관객들을 찾아간다. '아가씨'는 '박쥐'(2009) 이후 7년 만의 국내 복귀작이다.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19세기 영국인 원작의 배경을 1930년대 한국과 일본으로 재구성했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김태리)로 들어간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다. 또 다른 해외파 김지운 감독은 1920년대 항일 무력독립단체인 의열단과 일제 경찰의 밀정간의 이야기를 다룬 '밀정'을 선보인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김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송강호가 출연한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가 처음 투자하는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설의 주먹'(2013)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강우석 감독이 20번째 영화이자 첫 사극인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내놓는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바탕으로 고산자 김정호와 대동여지도 뒤에 감춰진 이야기를 추적하는 영화다. 차승원이 김정호를, 유준상이 흥선대원군을 연기한다. 올해 사도세자를 재조명한 정통사극 '사도'로 관객 600만명을 동원하며 저력을 보였던 이준익 감독이 이번에는 근대사 인물을 탐구한다. 신작 '동주'는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인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을 다룬다. 윤동주 역은 강하늘이, 송몽규 역은 박정민이 각각 맡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의 허진호 감독이 조선의 마지막 황녀, 고종의 딸 덕혜옹주의 삶과 그녀를 지키고자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덕혜옹주'를 선보인다. 손예진이 비운의 덕혜옹주를, 박해일은 덕혜옹주를 일본에서 조국으로 데려오는 임무를 맡은 독립운동가 '장한'을 연기한다.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이 다시 뭉친 범죄 영화 '아수라'도 눈길을 끈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에 이어 15년 만에 4번째 협업 작품이다. '아수라'는 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액션물이다. 정우성은 형사 한도경으로 분하고, 황정민이 이권에 혈안이 된 악덕 시장 박성배로 출연한다.전작이 크게 성공한 감독들의 차기작이나 전작의 맥을 이어가는 후속작들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7년의 밤'을, 800만 관객을 모은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은 '조작된 도시'를 각각 선보인다. '연가시'(2012)로 재난 블록버스터란 새 장을 연 박정우 감독이 신작 '판도라'를 통해 더욱 강해진 재난 영화를 보여준다. 김종현 감독의 영화 '국가대표2'는 '국가대표'의 속편이다. 전작이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다뤄 관객 850만명을 동원했다면 이번 작품은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심은경, 이승기가 주연을 맡은 '궁합'은 주피터필름이 제작하는 역학 3부작의 2부다. 1부는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이 연기대결을 펼친 '관상'(2013)이었고, 3부는 '명당'이다.이밖에 '돼지의 왕', '창', '사이비' 등 작품성이 뛰어난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 외화는 히어로물의 전성시대…시리즈 후속편·리부트·리메이크작도 이어져 슈퍼히어로들이 대거 '방한'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신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내년 4월 개봉할 예정이다. '퍼스트 어벤져'(2011),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의 속편으로, 히어로들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초인등록법안'을 둘러싼 히어로들간 갈등을 그렸다. 마블의 히어로들이 총집결한다. 아이언맨(로버트 아우니 주니어)이 법안 찬성파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반대파를 이끈다. 11월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는 새로운 마블 히어로 영화다. 외과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자신이 몰랐던 마법 세계와 변형된 차원의 세계를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베넥딕트 컴버배치, 레이첼 맥아담스, 틸다 스위튼이 출연한다.마블의 히어로이지만 20세기폭스사가 판권이 있는 '데드풀'이 2월께 국내 극장을 찾는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엉뚱하기 짝이 없는 히어로 '데드풀'을 연기한다. 마블과 쌍벽을 이루는 DC 코믹스의 영웅들도 영화화된다. 제목 그대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그린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3월께 누가 인류를 구원할 진정한 히어로인지 알려준다. '맨 오브 스틸', '왓치맨', '300' 등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조커, 할리퀸, 데드숏, 캡틴 부메랑 등 DC 코믹스의 대표 빌런(악당)들이 나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국내에서 8월께 상영된다. 거장의 작품들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로알드 달의 동명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비에프지'(The BFG)로 내년 10월께 관객을 찾는다. 코엔 형제가 각본과 감독을 맡고,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채닝 테이텀, 틸다 스윈튼, 랄프 파인즈, 조슈 브롤린 등 내로라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헤일, 시저!'는 3월에 개봉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항공기 추락사고를 실화로 한 영화 '설리'로 노익장을 과시한다. '헌츠맨: 윈터스 워', '본 시리즈 5'(가제),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가제), '언더월드 5', '컨저링2', '거울 나라의 앨리스', '스타워즈: 로그 원'(가제) 등 시리즈의 후속작이나 속편도 줄줄이 나온다. '고스트버스터즈', '매그니피센트 세븐', '원탁의 기사', 정글북' 등 기존 영화의 리부트나 리메이크작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아트버스터'(아트+블록버스터)의 명맥을 이은 '위플래쉬'를 연출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신작 '라라 랜드'가 또 다양성 영화 흥행몰이에 성공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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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송일국, 윤봉길 의거일 맞춰 홍보 영상 배포&apos;한국인이 알아야할 영웅이야기&apos; 제3탄 윤봉길 홍보 영상을 제작한 서경덕 교수(왼쪽)와 송일국.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1932년 4월 29일. 24살의 한인 애국단원 윤봉길은 중국 상하이(上海) 홍커우(虹口)공원에서 열린 일본 천황의 생일 축하 기념식장에 뛰어들어 폭탄을 던졌다. 그는 일본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 거류민단장 등을 즉사시키고 일본 제3함대 사령관, 제9사단장, 주중 일본공사 등에게 중상을 입혔다. 의거가 일어난 지 83년이 지난 오늘,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배우 송일국은 윤봉길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한국어(http://fa.do/id8)와 영어(http://fa.do/7qi)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윤봉길 의사의 일대기, 계몽운동가로서의 업적, 한인애국단 활동, 상하이 의거에 대한 각국 반응 등을 7분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세 쌍둥이 아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는 송일국은 재능기부로 한국어 영상 내레이션을 맡았다. 영상제작을 기획한 서 교수는 "올해는 세계적으로도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라면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의거를 결행한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국내외 네티즌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송일국은 "영어 영상으로 윤봉길 의사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영상을 통해 우리 자신도 한국의 영웅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뒀으면 하는 바람으로 녹음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서 교수는 영어 동영상을 유튜브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이집트, 중국 등 30개국의 포털 사이트 및 동영상 사이트에도 동시에 게시했다. 피키캐스트와 아프리카TV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서 교수가 줌닷컴 '타임트리'와 함께 펼치는 '대한민국 역사 인식 개선 캠페인' 홈페이지에도 윤봉길 의사의 유서, 마지막 폭탄의 용도 등 자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서 교수가 메가스터디와 함께 펼치는 '한국인이 알아야 할 영웅 이야기' 제3탄. 지금까지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를 제작해 배포했다. 제4탄의 주인공은 올해 서거 70주기를 맞는 윤동주 시인이다. 윤봉길 의사 홍보 동영상. 유튜브 캠처 사진. &apos;한국인이 알아야할 영웅이야기&apos; 제3탄 윤봉길 홍보 영상을 제작한 서경덕 교수(왼쪽)와 송일국.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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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詩의 기반은 삶의 터전"…김남주 산문 전집 출간새롭게 발굴된 시 '살아가는 기술' 등 5편도 수록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제 시의 기반은 삶의 터전이고 노동의 대상인 인간의 대지여야 하는 것입니다." 시인 김남주(1946~1994)가 1991년 신동엽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된 후 소감을 밝힌 글 '보리밥과 에그후라이' 중 일부다. 김남주는 독재에 맞서 온몸으로 항거했던 저항시인이다.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0년 가까운 투옥생활을 겪다가 49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문학 자체보다 현실 개선에 방점을 둔 시인이었다. "문학에 먼저 관심을 두고 시라는 걸 써보겠다고 덤빈 게 아니라 현실에 먼저 눈을 뜨고 문학을 하게 되었다"는 글에서도 그의 이 같은 현실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맹문재 안양대 국문과 교수가 엮은 '김남주 시인 산문전집'은 김남주의 산문을 비롯해 연설문, 대담 등을 아우른 책이다. 전집에 수록된 산문은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삼천리·1989), '시와 혁명'(나루·1991), '불씨 하나가 광야를 태우리라'(시와사회사·1994)에 실려 있는 글을 원본으로 삼았다. 그가 남긴 산문에는 '저항시인'으로서의 면모가 엿보인다. 민초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평범한 언어로 전달한 김준태의 시를 읽고 생활밀착형 문학에 눈을 떴다는 김남주는 네루다, 하이네, 김수영 등의 저항시를 읽으며 사회 '변혁'의 주체로서 문학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 "위대한 작품을 창조해내는 유일한 길은 위대한 삶인 것이다. 그 길이란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의 비인간성, 부패와 타락에 대한 전면전에 시인 자신이 몸소 참가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211쪽) 교도소에 갇혀서도 그의 관심은 사회를 떠나지 않았다. "개인의 행복은 가정의 안락의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몸소 참가하는데 있다"는 굳건한 신념은 그를 흔들리지 않는 강철 시인으로 조련했다. 전집에는 독재정권에 대한 준열한 비판, 교도소에서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 철창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던, 엄혹한 시대에 대한 시인의 비탄, 계급 문제로 민족 문제를 포착했던 시인의 정치적 시각, "시인은 싸우는 사람"이라고 되뇌며 변혁운동에 몸을 맡겼던 시인의 의지 등이 담겼다. 이뿐 아니라 시골 농부로 살아가고 싶었던 시인의 소시민적 포부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고향으로 향하던 그의 수줍은 모습과, 뛰어난 사람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경탄과, 옥바라지에서 시작된 부인 박광숙과의 기나긴 연애와, 햇살을 받아 미풍에 하늘거리며 은빛으로 빛나던 교도소 미루나무잎을 보고 생각한 윤동주의 '서시' 등 시인의 내밀한 기록과 섬세한 감성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제1부에 수록된 문학 분야를 비롯해 정치에 관한 글·서신·일기·대담·강연 등 다양한 글이 실렸다. '살아가는 기술' '돌멩이 하나가' 등 새롭게 발굴된 5편의 시도 수록됐다. 이들 시는 지난해에 간행된 시 전집에도 수록되지 않은 작품으로, 시인의 초기 시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푸른사상. 672쪽. 3만8천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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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예술과 문학이 살아 숨 쉬는 오래된 길파란대문의 대오서점(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종로구 누하동의 대오서점. 63년간 자리를 지켜온 헌책방은 현재 서점 내부와 한옥 안채를 공개하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k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도심 속 골목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옛 정취에 대한 갈망과 향수가 사람들을 골목길로 이끈다. 낙후되고 촌스러웠던 골목길은 이제 예술, 문화, 감성, 추억이라는 가치로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 속 풍경'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예술이 살아있는 옛 마을 서촌(西村)을 둘러보자. 서촌은 '낡은 것을 버리지 않아 생긴 자연스러운 매력' 덕분에 최근 몇 년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고즈넉한 골목길에서의 식사와 산책을 계획하고 있다면 예술 기행도 빼놓을 수 없다. 서촌의 옛 주민 중에는 유명한 예술인이 많았다. 조선시대 주민으로는 서예와 가야금에 능한 예술인이면서 당대의 문인과 화가를 집으로 즐겨 초대했던 '풍류 왕자' 안평대군, 생애 대부분을 서촌에서 살면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개척한 겸재 정선, 추사체를 만들어낸 명필가이자 실학자였던 추사 김정희 등을 꼽을 수 있다. 18세기에 전성기를 맞은 '위항문학'(委巷文學)의 대표 주자였던 장혼, 김낙서, 왕태 등도 서촌에 모여 살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는 이상과 윤동주, 서정주, 이중섭, 이상범, 박노수 등이 이곳을 기반으로 예술 활동을 했다. 서촌은 조선시대부터 수많은 문학·예술인을 배출한 '예술 1번지'였다. 구불구불 통하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옛 예술가들이 남긴 흔적과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촌이다. 지리적으로 서촌은 인왕산과 백악산이 감싸 안고 경복궁이 동쪽을 가로막고 있는 지역이다. 인왕산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뻗은 물길을 따라 형성된 지역을 사람들은 '서촌'이라고 부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복궁 서쪽 지역의 체부동, 필운동, 누상동, 누하동, 옥인동, 효자동, 통인동, 청운동, 부암동 등을 포함한다. 서촌은 고관들이 주로 거주했던 가회동, 안국동, 재동, 삼청동 일대를 이르는 '북촌'(北村)과 대비된다. 이 동네에는 역관과 의관, 예술에 특별한 재주를 지닌 중인 계급이 많이 모여 살았고, 이는 서촌이 역사적으로 예술성을 갖는 토대가 됐다. 서촌이 예술 활동의 본거지가 된 이유는 탁월한 풍광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겸재 정선이 남긴 그림을 통해 우리는 서촌의 옛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경복궁에서 통인시장을 거쳐 옥인길 끝까지 올라가면 수성동(水聲洞) 계곡이 나온다. 인왕산 아래 첫 계곡으로 말 그대로 '물소리가 유명한 계곡'이다. 고개를 들어보면 'S'자 형태의 계곡과 바위, 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은 소나무와 웅장한 인왕산 정상이 보인다. 현대적인 사물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시원한 풍경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인왕산 아래 수성동 계곡(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S'자 형태의 계곡과 바위, 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은 소나무와 웅장한 인왕산 정상이 어우러진 수성동 계곡의 모습. kjhpress@yna.co.kr 정선은 이 수성동을 그림으로 남겼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수성동'은 지금의 수성동과 비슷하다. 계곡의 모양과 암석, 양평대군의 옛 집터에 있던 기린교(麒麟橋)까지 그대로다. 다만 현재의 풍경이 자연 그대로의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인왕산 경치와 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2012년 계곡 위에 세워진 옥인아파트를 철거하면서 수성동과 인왕제색도를 참고해 계곡을 복원했다. 정선은 '인왕제색', '청풍계', '수성구지', '인곡유거', '창의문', '백운동', '한양전경', '장안연우', '세검정' 등 서촌의 명소를 담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정선이 그림을 그렸던 현장이나 피사체가 된 장소를 찾아 당시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도 서촌을 여행하는 좋은 방법이다. 수성동을 등지고 골목길을 내려오다 보면 윤동주 하숙집 터(종로구 옥인길 57)가 보인다. 윤동주는 1941년 연희전문학교에 재학하면서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했다. '별 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 그의 대표작들이 이 시기에 쓰였다. 주옥같은 시를 쏟아내던 젊은 시인 윤동주는 하숙집 앞 골목길을 따라 매일 아침 인왕산을 산책했다. 원래 하숙집은 사라지고 붉은 벽돌로 마감된 양옥이 들어섰지만, 안내판을 통해 하숙집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을 볼 수 있다. 시인의 흔적을 더 따라가고 싶다면 청운동 '윤동주 문학관'(종로구 창의문로 119)으로 넘어가면 된다. 사상범으로 몰려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당해 28세의 나이로 운명한 시인의 삶을 사진과 친필 원고, 작품집으로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활용해 만든 우물 모양의 전시실은 차가운 감옥에서 스러져간 시인의 고독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노수 미술관(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종로구 옥인길에 있는 박노수 미술관. 윤덕영이 1937년경 딸과 사위를 위해 지었다는 한식, 양식, 일식, 중식의 건축 스타일이 모두 섞여 있다. kjhpress@yna.co.kr 윤동주 하숙집 터에서 좀 더 아래로 내려오면 한옥인지 양옥인지 아리송한 가옥이 눈에 띈다. 외관이 특별히 아름다운 집이다. 여기는 박노수 미술관(종로구 옥인1길 34)으로 고(故) 박노수(1927∼2013) 화백이 1973년부터 2011년까지 약 40년간 살았던 집이자 작업실이다. 박 화백은 해방 후 간결한 운필과 강렬한 색감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종로구는 2013년 박 화백이 기증한 집과 작품으로 미술관을 개관했다. 유료로 운영되는 미술관에는 '산'(山)과 '고사'(高士) 등 화백의 대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미술 작품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가옥 그 자체다. 친일파 윤덕영이 1937년경 딸과 사위를 위해 지었다는 이 가옥에서는 한식, 양식, 일식, 중식의 건축 스타일을 모두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첨단 기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한 최고급 건축물이었을 것이다. 1층은 온돌과 마루, 2층은 마루방 구조이고, 벽난로 3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중 창문은 서양식이고, 바닥과 계단은 나무로 만들어졌다. 붉은색으로 마감된 외관에서는 중국색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가옥은 화백이 소장한 고가구와 애장품, 정원과 어우러져 어디서도 보기 힘든 정갈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통인동으로 들어서면 시인 이상을 떠올려볼 수 있는 '이상의 집'(자하문로 7길 18)을 만나게 된다. 한옥 카페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이상이 세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살았던 집터의 일부에 지어진 기념 공간이다. 운영자인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이곳을 '이상을 기억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누구나 따뜻한 차를 대접받고 이상의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상의 집과 보안여관(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상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인 종로구 통인동의 '이상의 집'(왼쪽 사진), 문화 행사 갤러리로 운영되는 '보안여관'(오른쪽사진)의 모습. kjhpress@yna.co.kr 인근 누하동에는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주는 점포가 많다. 파란 대문의 '대오서점'(종로구 자하문로 7길 55)이 그렇다. 권오남 할머니는 63년간 이곳을 운영해 왔다.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자식같이 키워 온 헌책방이라 떠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책을 팔지 않고 서점 내부와 한옥 안채를 공개하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교과서와 문학 전집, 수학의 정석, 엘리트 영영사전 등 추억의 책들이 빼곡히 쌓여 있고, 1970년대 남학생 교복과 풍금, 대가족의 가족사진, 할머니가 쓰던 부엌살림이 그대로 남겨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길을 돌려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에 있는 보안여관으로도 향해 보자. 서태지의 '소격동'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바로 그 붉은 벽돌 건물이다. 이곳은 서정주가 기거하면서 김동리, 김달진, 오장환 등과 함께 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든 현대문학사에서 의미가 큰 곳이다. 지금은 문화 예술 행사가 '숙박'하는 갤러리로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서촌에서는 이상범 화백의 화실, 세종대왕이 태어난 준수방 터, 송강 정철의 집터와 시비, 벽세청풍 바위와 김상용 집터, 서울 농·맹학교 담장 벽화 등 역사와 문화를 논할 수 있는 공간이 즐비하다. 서촌은 오래된 동네를 걷는 즐거움을 제대로 주는 동네다. 봄을 기다리는 지금, 겨우내 잠들었던 감성을 깨우러 서촌으로 향해 보는 것은 어떨까.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