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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분노를 긍정에너지로 승화…당황할 정도로 행복"정규 8집 '신발장' 국내외 음원 차트 1위 석권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당황스러울 정도로 행복해요. 11년 동안 수많은 앨범을 내면서 '이게 뭐지' 되물을 정도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해요. 살짝 '멘붕'이에요."(타블로) 역시나 긍정적인 자세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분노가 있던 자리에 행복을 대신 채워넣은 에픽하이의 음악이 좋은 성적으로 그룹 곁의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복수'가 아니라 '삶'이 좋은 것이라는 깨달음이 묻어나는 더욱 성숙한 음악이어서인지도 모른다.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정도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에픽하이가 지난 21일 2년 만에 선보인 정규 앨범 '신발장'은 발매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음원 차트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타이틀곡 '헤픈엔딩'이 1위를 고수하는 것은 물론 '본 헤이터', '스포일러', '또 싸워' 등 다른 수록곡도 여전히 최상위권이다. 특히 거물급 싱어송라이터들의 치열한 승부가 벌어진 10월에 거둔 성과여서 더욱 뜻깊다. 타블로는 "타이틀곡 하나가 아니라 다른 노래들까지 사랑받는 것이 요즘은 쉽게 허락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기뻐했다. 앨범에는 모두 열 두곡이 수록됐다. 언뜻 들으면 이별의 슬픔이나 누군가를 향한 분노의 정서가 가득한 듯하지만 곱씹어볼수록 그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진다. 타블로는 앨범에는 '분노'는 없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몇년전 억울하게 겪은 학력 논란 등을 이제 완연히 극복한 모습이다. "몇년간 느낀 오만가지 감정을 앨범에 담은 것은 맞아요. 하지만 분노는 없어요. 유일하게 앨범에 없는 감정이 분노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분노를 표출하는 듯한 노래들도 들어보면 이해나 초탈의 감성이 담겨 있죠." 그는 "앨범 끝부분에 '라이프 이즈 굿'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표기된 제목을 보면 '복수'에 엑스(X)표를 하고 '라이프'를 써넣었다. 노래에서 '행복이 복수'라고 얘기하는데 이 문구가 앨범 전체를 포괄해준다"면서 "복수심을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해서 주변 사람을 챙기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선공개곡인 '본 헤이터'에는 빈지노, 버벌진트 등 여러 래퍼들이 참여했다. 특히 비아이, 바비, 송민호처럼 YG엔터테인먼트의 후배 래퍼들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비아이, 바비, 송민호는 어리니까 나올 수 있는 느낌이 있었어요. 세분 다 재능을 빼앗고 싶을 정도였어요.(웃음) 특히 비아이의 재능은 부러울 정도였어요. 와서 후다닥 끝내고 가버리는데 멋있다고 생각했죠."(미쓰라) 타블로도 "비아이나 바비는 앞서 '쇼미더머니'에 출연했어서 센 가사를 해도 충격받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송민호 군은 위너 이미지가 고급스러워서 세게 해도 될지 오히려 우리가 걱정스러웠다"면서 "그런데 '제대로 하고 싶다'며 자기가 더 열심히 하더라"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사실 민호는 회사에 묻지도 않고 노래에 넣었다. 나중에 민호가 랩을 너무 잘해서 양 사장님도 퀄리티가 마음에 드셨던 것 같다. '야 걔 랩 잘하더라'며 칭찬하셨다"면서 미소지었다. 날카로운 가사와 래핑이 앨범 곳곳에서 도드라지는 것에 비하면 '신발장'이라는 앨범 제목은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다. "집에서 나갈 때 가족과 인사하는 공간이 신발장이잖아요. 작은 이별을 하는 곳이죠. 또 일이 끝나고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맞이하는 곳도 신발장이고요.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곳이 신발장이라서 그런 모든 감정을 담고 싶었죠."(투컷) 최근 YG 양현석 대표가 에픽하이의 회사 스튜디오 사용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룹의 색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었다고 한다. 멤버들은 "작업할 때 사장님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타블로는 "사장님이 처음에는 녹음실 스케줄이 많아서 불편할 수 있으니 원래 하던데서 하라고 했다"면서 "밖에서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제작비가 올라간다. 의도를 알 것 같아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앨범이 거의 완성된 단계까지 사장님도 못들었어요. 심지어 화도 내셨죠. 올해초 들려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안된다고 했거든요. 굉장히 당황하셨어요. 미완성이어서 들려드릴 단계가 아니라고 했죠. 한곡씩 듣는 게 싫었어요. 대중이 들을 때처럼 첫곡부터 마지막곡까지 짜임새를 있을 때 들으시기를 바랐던 거죠."(타블로) 어느새 데뷔로부터 11년이 지나면서 타블로와 투컷은 아버지가 됐다. 타블로는 딸 하루와 함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중이고, 투컷도 아들이 곧 두돌이 된다고 한다. 육아가 음악에 영향을 줄까. "일단 하루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음악을 크게 못 들어요. 그래서 음악 자체가 더 잔잔해졌던 것 같아요. 이제는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도 하루가 같이 춤추고 랩하고 하죠. 하루가 사실 랩을 잘합니다. 헤픈엔딩은 원래 하루가 초안을 5초 듣고 '시끄러워'했어요. 그래서 덜 시끄럽게 만들었더니 이제는 좋아해요. 딸이 디스(dis·깎아내림)해서 노래를 완성시켜준거죠.(웃음)"(타블로) "육아가 정말 힘들잖아요. 그래서인지 작업실에 가면 미친 듯이 집중이 잘 돼요. 다른 생각 하지 않고 그것만 붙잡을 수 있어요.(웃음)"(투컷) 에픽하이는 내달 14~16일 총 4회에 걸쳐 공연을 연다. 원래 2회를 마련했는데 반응이 좋아 무대를 늘렸다. 어떤 무대를 기대하면 될까. "'설마 콘서트에서 그런 짓까지 할까'라고 생각하실 정도의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기대하시는 것 이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쓰러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웃음)"(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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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연극·국악…추석연휴 골라보는 문화공연>추석 연휴 할인 혜택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임기창 기자 = 올해 추석은 '대체휴일제' 적용으로 길게는 5일을 쉬게 된다. 모처럼 모인 가족과 함께, 또는 친구, 연인과 같이 하루쯤은 공연장 나들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뮤지컬에서부터 연극, 무료 국악 공연까지 찾아보면 볼만한 공연이 많다. 연휴 기간 할인 혜택은 덤이다. ◇ 화려한 뮤지컬…부담없이 즐기는 연극 지난해 국내 초연돼 호평을 받은 뮤지컬 '레베카'가 6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막을 올린다. 추석 당일인 8일을 제외하고 계속 공연한다. '엘리자벳'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등 뮤지컬 작품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작품이다. 1938년 출간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과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토대로 제작했다. 올해에는 작년 초연 당시 무대에 선 오만석, 옥주현, 신영숙, 임혜영을 비롯해 민영기, 엄기준, 리사, 오소연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새로 합류했다. 6만~13만원. 문의 ☎ 02-6391-6333 2005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소극장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연휴 기간(6~10일) 공연을 예매하면 관람료 절반을 깎아준다. 3인 이상 가족 할인, 커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한 가톨릭 무료병원에서 다음날 생방송 TV 인터뷰를 앞둔 하반신 마비 환자가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따뜻한 사연과 함께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전석 4만5천원. ☎ 1544-1555 올해 한국에서 10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시카고'는 연휴 기간인 6~9일 VIP·OP·R석은 20%, S·A석은 3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뮤지컬의 대명사로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최정원, 아이비, 이종혁, 성기윤, 전수경 등이 출연한다.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지난달부터 공연 중이다.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삼국유사 연극만발' 시리즈 첫 작품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도 7~8일을 뺀 나머지 날짜에 관람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신라 신문왕 2년 용으로부터 영험한 대나무를 얻어 만들었다는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 이야기를 각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욕망하는 바를 이루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했다. 전석 3만원. ☎ 1688-5966 ◇ 한가위엔 신명나는 국악이 제격 국립국악원은 추석 당일인 8일 오후 8시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에서 창극과 아리랑으로 꾸미는 무료 공연 '휘영청 달빛아리랑'을 한다. 안숙선 명창과 소리꾼 남상일이 '흥부' 부부로 나오는 창극 '박타령',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민속악단의 강강술래와 판굿 등 흥겨운 공연이 이어진다. 관람은 무료. 사전 신청 없이 선착순 입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guga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 02-580-3300.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6일부터 7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는 '블루문 페스티벌'이 열린다. 6일에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크로스오버 뮤지션 양방언이 퓨전국악밴드 '잠비나이' 등과 협연 무대를 선보인다. 관람료는 3만3천∼9만9천원. ☎ 02-580-1300 7일에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이 판소리 다섯 마당의 가장 극적인 장면만 모은 '눈대목'과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희곡을 판소리로 탈바꿈시킨 '사천가' 등을 노래한다. 관람료는 2만2천∼7만7천원. 문의 ☎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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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연기자 뺨치네~" 비단이·아름이·한그루><"성인연기자 뺨치네~" 비단이·아름이·한그루>아역배우 김지영·조성목·윤찬영 활약 "눈에 띄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어른들의 혼을 쏙 빼놓는 아역배우들의 활약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사극과 시대극에서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는 아역들의 연기가 화제를 모으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현대극 세 편에서 누군가의 어린시절이 아닌, 어린아이 그대로의 역할로 작품에서 한몫 단단히 비중을 차지한 아역배우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김지영(9), 조성목(13), 윤찬영(13)이다. 하지만 시청자와 관객에게는 본명이 아닌 '비단이' '아름이' '한그루'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 "비단이는 천재…감정까지 주고받아" 현재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는 중요한 비중의 아역이 등장한다. 주인공 보리(오연서 분)의 의붓딸이자, 악녀 연민정(이유리)의 친딸인 비단이다. 종영을 한달 앞두고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연민정의 악행에 이어 비단이의 생모가 누구인지 드러나는 지점에서 클라이맥스를 찍게 된다. 그런 비단이를 연기하는 아홉살 소녀 김지영에 대해 이 드라마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이구동성으로 "천재"라고 말한다. 김순옥 작가는 "자기 대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대사까지 다 외운다. 재미있어서 외운다고 하더라. 천재다"며 "눈물 연기를 봐라. 사람을 울릴 줄 안다"며 혀를 내둘렀다. 비단이를 친딸처럼 아끼는 재화 역의 김지훈은 "지영이는 연기신동이다.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냐고 물으면 '그냥 하는거에요'라고 답한다. 옆에서 보면 너무나 신기하다. 사투리도 배운 적이 없는 아이인데 천연덕스럽게 구사한다. 연기를 계산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가 잘 자라면 정말 훌륭한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단이의 할머니 도씨 역의 황영희는 "지영이는 천재다. 대사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감정까지 주고받는다. 상대의 감정을 읽고 그것에 반응하는 건 성인 연기자도 어려운 일인데 지영이가 그것을 한다. 가짜 연기가 아닌, 진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김지영은 비단이를 맡아 천진난만한 귀여움을 뿜어내는 동시에 천연덕스럽게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시청자를 울리는 눈물 연기도 아주 절절하게 해내고 있다. ◇ "아름이는 하루 4~5시간씩 분장을 의연하게 견뎌" 내달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송혜교, 강동원이라는 톱스타가 시선을 끌지만 사실 주인공은 아역배우 조성목이다. 중학교 1학년인 조성목은 이 영화에서 16세지만 겉모습은 80세가 돼버린 소년 아름이를 연기한다. 극중 송혜교와 강동원의 아들로, 관객의 눈물샘을 뚫어버리는 막중한 임무가 어깨에 지워진 역할이다.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름이는 신체가 급속도로 노화되는 탓에 쭈글쭈글한 노인이 돼버렸다. 이 역을 위해 조성목은 31회차 촬영동안 매회 4~5시간에 걸쳐 노역 분장을 했고, 그 분장을 지우는 데도 매회 1시간 반씩 인내심을 갖고 버텨야했다. 성인배우도 견디기 힘든 특수분장을 묵묵히 소화해낸 것은 물론이고, 아픈 것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조절도 병행해야했다. 제작진은 "어린 배우에게 노인의 분장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일종의 도전이었다. 조성목은 훌륭한 배우였고, 함께 작업하며 즐거웠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조성목이 120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예라는 점이다. 제작진은 "연기 경력이 거의 없음에도 차분하고 성숙한 연기를 펼쳤다"면서 "힘든 촬영을 인내심 있게 잘 견뎌내 대견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의 이재용 감독은 "성목이는 눈이 굉장히 예쁜 배우이다. 내가 떠올린 아름이라는 캐릭터는 비록 나이는 16살이지만, 체격은 12살 정도에 80세 노인의 모습, 그리고 어른처럼 성숙한 생각을 가진 소년"이라며 "조성목이란 배우의 눈으로 그 캐릭터의 깊이를 표현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어떤 지점에서 굉장히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 "그루처럼 훈남 아들이 있었으면" MBC TV 주말극 '마마'는 6개월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은 싱글맘이 하나뿐인 아들에게 죽기 전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려 노력하는 이야기다. 송윤아가 싱글맘을, 중학교 1학년생인 윤찬영이 그 아들 한그루를 연기하고 있다. 역시 비중있는 아역이다. 한그루는 미혼모이자 싱글맘인 엄마와 함께 캐나다에서 살다 얼마 전 한국에 들어온 까칠한 소년이다.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하고 얼굴이 잘생겨 또래 소녀들에게 '훈남'으로 통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극중에서 원어민 같은 영어발음을 구사하는 윤찬영이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한국 토박이라는 점. 극중 한그루의 친구 엄마이자, 한그루의 학습도우미 서지은 역을 맡고 있는 문정희는 "우리 모두 찬영이가 외국에서 살다 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로지 노력으로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 거였다"며 감탄했다. 이어 "게다가 정말 훈남이다. 찬영이를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멋진 훈남 아들을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찬영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찬영이의 어머니가 영어학원 선생님이라 어려서부터 영어를 많이 접했고 본인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병을 숨기느라 비밀이 많은 엄마에게는 서운한 게 많은 한그루는 '삐딱선을 타는' 반항적인 소년이다. 그런데 그 모습은 실제의 윤찬영과 많이 다르다고 한다. 판타지오는 "찬영이는 예의바르고 성실한 아이라, 극중에서 반항적인 연기를 하는 것을 처음에는 좀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내 톤을 잡고 잘 해내고 있어 제작진이 무척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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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특집 Ⅱ> 빛낼 스타 ②'마린보이'박태환지난달 열린 2014 MBC배 전국수영대회 이틀째 남자 일반부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는 박태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물살을 가를 때마다 한국 수영사를 새로 쓰고 있는 박태환(25·인천시청)에게 이번 인천 대회는 세 번째 아시안게임 무대다. 박태환은 경기고 2학년생이던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400m·1,5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이뤘다.자유형 100m에서는 은메달, 단체전인 계영 400m와 800m, 혼계영 400m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7개 출전 종목(금3, 은1, 동3)에서 모두 메달을 수확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까지 않았다.이어 2010년 중국 광저우 대회에서는 자유형 100m·200m·400m 금메달을 쓸어담아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수영 개인 종목에서 2회 연속 3관왕을 차지한 것은 박태환이 세 번째이자 남자 선수로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자유형 1,500m와 혼계영 400m에서는 은메달, 계영 400m와 800m에서는 동메달을 보태 또다시 7개 출전 종목(금3, 은2, 동2)에서 모두 메달을 땄다.박태환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7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거푸 금메달을 따면서 세계 정상에도 우뚝 섰다.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한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쓴맛을 톡톡히 봤지만 이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지난 2010년 11월 17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1위를 차지해 3관왕이 된 박태환이 시상식 직후 취재진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 자유형 400m 월드 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실격 파동을 딛고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챙겼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박태환수영장' 출발대에 서서 다시 한번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자유형 100m·200m·400m·1,500m와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 등 총 7개 종목 국가대표로 뽑혀 메달 사냥에 나선다.자유형 200m와 400m는 대회 3연패, 자유형 100m는 2연패를 노린다.박태환은 지난달 대표선발전에서 6개 종목에 출전해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특히 자유형 200m에서 올 시즌 세계랭킹 1위 기록인 1분45초25에 레이스를 마치는 등 스피드가 부쩍 좋아진 모습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 2관왕 쑨양.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마지막 50m 구간 기록은 26초55로, 이는 박태환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최고 기록(1분44초80)을 작성할 때의 마지막 50m 구간 기록(26초77)보다 빠른 것이다. 박태환은 "중간 페이스만 보완하면 아시안게임에서 최고기록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또 "경기마다 좋은 기록을 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그러다 보면 메달 또한 좋은 색깔이 나올 것이고, (아시안게임 경영 종목 경기가 모두 끝나는) 9월 26일에 활짝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왔다.박태환의 다관왕 도전에 최대 걸림돌은 역시 맞수 쑨양(24)이다.쑨양은 안방에서 열린 광저우 대회 때 자유형 200m와 400m에서는 박태환에 이어 은메달에 머물렀고 자유형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이후 급성장하더니 2년 뒤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는 2관왕을 차지하며 자유형 중장거리의 세계 최강자로 이름을 새겼다.인천 대회에서도 박태환과 쑨양은 자유형 200m, 400m, 그리고 1,500m 등에서 격돌할 전망이다. 자유형 1,500m에서는 세계기록(14분31초02)을 가진 쑨양의 우위가 점쳐진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이 유력하다. 다만 박태환이 주 종목인 400m에서는 쉽게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지난해 11월 무면허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나 국가대표 자격을 일시 박탈당한 뒤 지난 3월 징계가 풀려 대표팀 훈련에 복귀한 쑨양의 훈련량과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도 관건이다. 일본의 신성 하기노 고스케(20)도 눈여겨봐야 한다.하기노는 자유형과 배영 능력을 바탕으로 개인혼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런던올림픽 개인혼영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그는 지난해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대회 개인혼영 200m와 자유형 400m에서 2위를 차지했다.올해 자유형 400m 개인 최고 기록은 하기노(3분43초90)가 아시아 1위로 박태환(3분43초96)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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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아직 군대 안간 한국 남자들 안아주고 싶어요"MBC '진짜 사나이'서 맹활약…두번째 솔로 앨범 '판타스틱' 활동 "난 절대 음악 천재 아냐…한국와서 조용필 선생님 팬 됐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원래 피부가 아기 엉덩이 같았는데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면서 많이 안 좋아졌어요." "피부가 뽀얗다"는 칭찬에 재미있는 비유로 웃음을 주는 이 외국인 청년. 예상대로 천진하고 유쾌하다. 홍콩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 국적의 헨리(25) 이야기다. "전 중국어를 강남역 학원에서 배웠어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중국에 가본 적도 없죠. 캐나다 토론토에서 죽 살았으니까요. 하하하." 힘들고 지칠수록 웃어야 행복해진다는 소신대로 말끝마다 웃음을 보탠다. '스마일 맨' 헨리의 인기가 요즘 하늘을 찌른다. 슈퍼주니어-M 멤버이지만 한국의 군대를 체험하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어리바리한 '구멍 병사'의 모습이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주면서다. 지난 10일 방송에서도 산악 장애물 극복 훈련에 앞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냐'는 교관의 물음에 '타잔입니다'라고 진지하게 답하고는 '아아 아 아아~'라며 타잔 흉내를 내 안방극장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헨리의 입에서는 '교관', '유격', '화생방', '파병'이란 군대 용어가 술술 나왔다. 이 프로그램 첫 출연 때만 해도 '탄약수'를 '탕수육'이라고 말했던 '군대 무식자'에서 어엿하게 '각'이 잡힌 모습이다.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묻자 "할머니들이 알아보니 좋다"고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내무반 전우들이 군기가 '빡' 들어간 상황에서도 '나 홀로' 천진하게 흘리던 그 웃음이다. "예전에는 인지도가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었는데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서 모두 웃었어요. '완전 재미있다'면서요. 한번은 길거리에서 촬영 중인데 한 할머니가 '요즘 잘하고 있니? 많이 힘들지?'라고 말해 놀랐죠. 할머니가 알아봐서 정말 기분 좋았어요." 군대 얘기에 심취해 막힘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걸 보면 한국 남자가 다 된듯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남자들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캐나다 친구 중 군인이 있는데 혜택이 많아 편해보였다"며 "그래서 한국 군대가 얼마나 힘든지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군대 다녀온 한국 남자들이 다 멋있게 보인다. 또 아직 다녀오지 않은 남자들은 정말 한명 한명 다 안아주고 싶다. 어떤 기분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다"고 말했다. 부대를 옮겨 1주일씩 진행되는 촬영 전이면 여전히 긴장된다고 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이다. "사실 촬영 1주일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못 자요. 여자들은 이해 못 할 것 같은데 말로 설명할 수가 없죠. 훈련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요. 사람들의 슬픔과 힘든 걸 다 합친 느낌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훈련으로는 화생방을 꼽았다. 그는 "가스실에 방독면을 쓰고 들어갔는데 막상 해보니 죽을 것 같았다"며 "정말 힘들다는 말은 들었지만 못 참겠더라.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필리핀 파병 부대 경험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강조했다. "원래 봉사 활동, 기부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없었어요. 필리핀에서 현지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노래를 가르쳐주고 건물도 지어주면서 봉사 활동의 기쁨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처음 느꼈죠. 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줬다기보다 오히려 그들이 절 깨닫게 해줬어요. 마치 제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 것 같았죠." 그는 이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달라졌다"며 "처음 한국 왔을 때 자신이 없었고 마치 길을 잃은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나 자신을 찾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반전은 군대에서 보여준 어설픈 모습과 180도 다른 음악 재능이다. 수준급 바이올린 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무대에만 서면 눈빛이 돌변해 '음악 천재'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세상에는 천재가 없다고 생각해요. 노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죠. 천재란 칭찬은 감사하지만 전 절대 천재가 아니에요.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워 이 정도 하는 것이에요. 아마 음악 하는 분들이 절 보면 '요즘 연습 많이 안 한 표시가 난다'고 할 겁니다." 클래식 음악을 하던 그는 2006년 캐나다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오디션에서 발탁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인 친구가 헨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오디션 도전을 추천했고 서류까지 준비해줬다. 헨리는 오디션에서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익혀 노래했고 바이올린 연주와 춤을 선보였다. 그는 "합격 후 부모님께 '한국 가서 가수하고 싶다'고 말하자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며 "아버지는 치과의사 같은 전문직을 원했다. 하지만 나의 꿈은 엔터테이너였다. 클래식을 밥 먹는 것처럼 했지만 마이클 잭슨,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의 팝을 좋아했고 무대에 서면 행복하다고 느꼈다. 꿈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2006년 한국에 입국한 그는 2008년 슈퍼주니어-M 멤버로 데뷔했다. 그러나 2년가량 무대에 서던 그는 갑자기 활동이 뜸해졌다. 대신 2010년 미국의 한 음악 학교에 입학해, 한 학기 동안 작곡 등의 공부를 했다. 그는 "유학은 음악 하는 길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때의 노력은 솔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실 지난해 SM이 15년 만에 선보이는 남자 솔로 가수로 헨리를 내세운 건 다소 의외였다. "솔로 앨범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에요. 매일 춤과 노래 영상을 찍어 회사에 보냈죠. 작곡한 곡도 50곡 넘게 보냈고요. 처음엔 별로였지만 매일 하니까 점점 늘었어요. 그러던 중 이수만 선생님이 제 노래를 듣고 '솔로 실력이 된다'고 칭찬해주셨고 지켜보던 회사에서도 뜻을 모았죠." 지난달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판타스틱'에는 '배드 걸', '버터플라이' 등 헨리가 속한 작곡팀 노이즈뱅크의 노래가 4곡이나 수록됐다. 노이즈뱅크는 미국 학교에 다니며 만난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 친구들과 만들었다. 이들은 헨리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슈퍼주니어, 에프엑스, 지오디 등의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다. 헨리의 집에서 함께 살다가 현재 싱가포르 친구 한 명만 남아 동거 중이다. 헨리는 "작업실에서 20시간씩 안 자고 음악을 만들었다"며 "피곤해도 좋은 곡이 계속 나와 기분이 좋았다. 타이틀곡 '판타스틱'에선 바이올린 연주도 하고 춤도 추며 퍼포먼스를 강조했지만 수록곡들은 듣기 편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그가 조용필의 히트곡 '바운스'(Bounce)를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 와서 조용필 선생님의 '여행을 떠나요'를 듣고 '하이 톤'의 음색이 너무 좋아 팬이 됐어요. 연세가 있으신데도 트렌드에 맞는 노래를 선보이시는 것도 존경스럽고요. 선생님이 커버를 허락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허락받은 날 정말 행복했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대중의 눈에 든 만큼 가수로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한층 강해졌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행복을 주고 싶다"며 "얼마 전 한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달려와 '원래 우울증이 있었는데 당신 덕분에 우울증이 없어졌다'고 말해줘 기뻤다. 아직 솔로로 히트곡은 없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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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개코 "힙합 인기, 시대와 대중이 선택해준 덕"다이나믹듀오의 개코와 리쌍의 개리(우측) '힙합계 쌍두마차' 리쌍 개리·다이나믹듀오 개코, 첫 합동 인터뷰 "래퍼에게 정답은 없어…때론 '먹통 힙합' 그립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리쌍(개리, 길)과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는 자타 공인 '힙합계 쌍두마차'다. 두 팀은 경쟁도 하지만 격려도 하는 끈끈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1999년 허니패밀리로 데뷔한 뒤 2002년 리쌍을 결성해 활동 중인 개리(본명 강희건·36), 2000년 씨비매스로 데뷔해 2004년부터 다이나믹듀오로 활동 중인 개코(김윤성·33)는 후배 래퍼들이 '리스펙트'(Respect) 하는 형님들. 이들의 음악을 자양분으로 꿈을 키웠다는 래퍼도 다수다. 2002년 리쌍의 첫 앨범에 씨비매스가 참여하며 개리와 개코는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13년 지기인 두 사람을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어이, 개투다~!" 개리가 먼저 온 개코를 이렇게 부르며 반겼다. '개투다'는 별 뜻 없이 개코를 부르는 닉네임이라고 한다. 인터뷰 전날도 하하와 별 부부의 아기 돌잔치에서 만났다는 둘은 함께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라며 흥미로워했다. 눈매가 맹견 느낌이어서 '개리', 코가 개처럼 생겼다고 '개코'란 별명으로 불렸다는 둘은 예명뿐 아니라 선글라스를 낀 외모 등 여러모로 닮은꼴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랩의 전달력과 표현력에 있어서 '클래스가 남다르다'는 점은 두드러진 공통점이다. 이들과 요즘 힙합계의 흐름, 중견 래퍼들이 겪는 음악적인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봤다. ◇ 요즘 힙합계는…"랩 스타일·캐릭터 등 정체성 강한 래퍼 많아" --첫 만남을 기억하나. ▲ 리쌍 첫 앨범에 피처링하며 정식으로 인사했지만 개리 형을 처음 본 건 우리가 공연하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허니패밀리가 왔을 때다. 마치 '한국의 우탱클랜' 같은 느낌이었다. 또 한 번은 백화점 행사에서 허니패밀리 무대를 봤는데 길 형이 관객석으로 '다이빙'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개코) ▲ 하하하. 그때 무대가 충격적이어서 나도 기억난다. 2m 높이 무대에서 길이 뛰어내려서 관객이 다쳤을까 봐 진짜 걱정했다.(개리) -- 힙합이 몇 년 새 대중적인 장르로 떠올랐다. 버벌진트, 빈지노 등 수많은 래퍼의 노래가 음원차트 1위를 장식하고 랩이 안 들어간 음악이 없을 정도인데. ▲ 잠깐 주춤하다가 확실히 올라왔다. 래퍼들의 인기가 많아지며 여성 팬들도 생겨났다. 예전엔 공연하면 많아야 500~600명 규모였는데 요즘은 몇천 석짜리 공연장도 꽉 찬다.(개리) ▲ 한때는 힙합계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 못해 주춤했는데 요즘은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스타들이 많아졌다. 시대와 대중이 힙합을 선택해줬고 이에 맞춰 색깔이 강한 친구들이 많이 나오면서 지금은 트렌드가 된 것 같다.(개코) -- 예전엔 무브먼트, 부다사운드 등 대표적인 힙합 크루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아메바컬처, AOMG, 일리네어레코즈 등 레이블 중심으로 크루가 형성되는 분위기인데. ▲ 국내 힙합 태동기의 래퍼들은 크루 안에서 음악적인 품앗이를 했지만 지금은 레이블 차원의 크루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레이블이 달라도 음악적인 친분, 비즈니스 관계로 콜라보레이션(협업) 하는 사례는 더 많아졌다. 초기 크루 문화가 발전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것 같다.(개코) -- 각자 생각하는 매력적인 래퍼란. ▲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진부한 가사를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하는 래퍼도 있고 패션과 캐릭터까지 멋진 래퍼도 있다. 요즘은 랩 실력에, 패션, 예능감, 캐릭터까지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랩에 메시지까지 담는다면 '베스트'다. 다소 아쉬운 점은 과거엔 힙합 팬들이 래퍼의 생각과 사상에 공감했다면 요즘은 캐릭터에 더 영향을 받고 좋아하는 것 같다.(개리) ▲ 형 말처럼 래퍼의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 언어유희를 잘하거나 평범한 가사도 색다르게 표현하는 등 개성이 한층 뚜렷해졌다. 힙합 팬들이 디테일한 감정선을 살린 개리 형의 랩을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개코) -- 그래도 실력 있는 MC(Microphone Controller: 랩을 하는 사람)라면 라임(랩의 운율)과 플로우(목소리 톤, 박자를 밀고 당기는 스타일 등 랩의 흐름) 등의 스킬이 중요하지 않나. ▲ 비트를 듣고 '랩을 어떻게 구성하고 표현할 것인가'란 점에서 총체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랩 가사를 쓰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어 구사력이 다양할 것이고, 영화와 그림을 좋아하면 장면이 연상되게 표현할 것이고, 일상의 언어도 사용할 것이다.(개코) ▲ 난 랩 가사를 이야기처럼 풀어쓰는 스타일이다. 라임이 랩의 재미이긴 한데 그것보다 주제를 정하고 서술적으로 1절, 2절, 3절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글을 먼저 써서 플로우를 많이 신경 못 쓰는 편이다. 방식을 바꿔보려 하는데 수년간 버릇이 돼서 안 되더라. 개인적으로 리쌍의 '러시'(Rush) 가사를 쓸 때 나의 경험과 의지가 잘 표현된 것 같다.(개리) -- 유독 힙합에선 '19금' 가사가 많은데 래퍼들은 심의에 크게 구애받지 않나. ▲ 고려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심의 걱정을 덜 하는 편이다. 현실에선 아름다운 사랑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하하. 어떤 곡은 말을 돌리기 어려워 거침없이 쓰는데 그럴 땐 콘셉트를 잡고 시작한다.(개리) -- 근래 '감성 힙합'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후렴구에 말랑한 가사와 대중적인 멜로디가 담긴 랩 음악을 뜻하는데 이러한 곡들이 잇달아 히트했다. 마치 힙합의 생존 방식처럼 느껴지는데. ▲ 그런 흐름을 '좋다, 나쁘다' 단정 짓기 어렵다. 리쌍도 1집 때는 반항심이 있어 '러브 송'을 안 했는데 2집 때 둘 다 여자 친구가 생기자 사랑 얘기가 80%가 되더라. 이때부터 사랑 노래가 타이틀 곡이 됐으니 대중적으로 빨리 갔다. 요즘 다른 래퍼들도 그러한 흐름의 음악으로 잘 돼서 좋다. 사실 한 곡을 차트에 올리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대중적인 요소, 반복적인 펀치 라인 등 생각할 게 무척 많다. 차라리 비트 하나 주고 랩하라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우리와 달리 다이나믹듀오는 랩의 농도가 진했고 그 힘이 단단해진 케이스다. 이들의 '불면증'이란 곡을 좋아하는데 가사에 젖어들게 된다. 마니아가 단단한 이유다. 나도 요즘 다른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개리) ▲ 하루 살기도 빡빡하니 시대가 심각한 노래, 영화, 드라마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예술 영화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각박함에서 탈출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완전히 신나거나 달콤한 음악이 쉽게 소비되는 이유다. 그래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개코) 리쌍의 개리 ◇ 중견 래퍼의 고민은…"프로듀서로서 고심 커, 실력에 한계 느낀다면…" -- 음악 방향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말로 들리는데. ▲ 우린 래퍼이면서 프로듀서이니 랩 스킬보다 앨범 전체의 흐름을 봐야 한다. 또 '먹통 힙합'(미국 동부 힙합 스타일로 단순한 비트와 반복적인 루프의 힙합)인 우탱클랜의 음악으로 입문해 마치 첫사랑처럼 그리움도 있다. 가사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도 고민이다. 거침없이 랩을 뱉는 친구들을 보면 그 자신감이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난 예전과 달리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지도가 생겼고 돈도 좀 벌었고 나이도 찼다. 옛날에는 삶의 애환을 썼지만 누가 봐도 배가 불렀으니 요즘 추세로 자랑처럼 가사를 쓰면 비호감 아닌가. 경제력, 인기 등 개선된 상황을 모두 떠나 마치 1집 때처럼 정신적으로 힘들다.(개리) ▲ 개리 형 얘기에 공감한다. 프로듀서이다 보니 한 줄 언어유희, 16마디 안의 랩 스킬보다 앨범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고민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곡이 쏟아지는 현실이지만 자극적인 음악보다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10년 넘게 하다 보니 어떤 테마와 표현을 좋아하는지 감은 좀 생겼는데, 음악이 점차 부드러워져서 오는 괴리감도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영향받은 음악은 힙합 본연의 심플한 비트에 특별한 구성없이 랩을 신나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다행인 건 음악과 패션은 20년에 한 번씩 유행이 돌아온다는데 요즘엔 한층 미니멀한 스타일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 있다.(개코) -- 서로의 음악을 들으며 감탄할 때도 있을 텐데. ▲ 형의 랩은 거칠고 야한 단어를 뱉어도 공감되는 힘이 있다. 형이 지금 '예전에는 힘들고 이겨냈다는 얘길 썼다면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무척 진솔한 것이다. 음악에 진정성을 담기에 감동을 준다.(개코) ▲ 개코는 랩의 발음, 전달력, 후렴구를 만드는 구성 능력까지 빠질 게 없는 래퍼다. 특히 개코는 외유내강 형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음악에 정곡을 찌르는 진지함과 해학적인 재미를 함께 담는다. 랩 톤도 날카롭다. 다이나믹듀오는 이제 믿고 듣는 팀으로 보증이 됐다.(개리) -- 다듀에게 리쌍은, 리쌍에게 다듀는. ▲ 리쌍은 좋은 형들이다. 음악적인 능력은 이미 검증됐으니 우리가 논할 문제는 아니다. 기분 나쁘면 바로 얘기해주는 솔직한 형들, 그래서 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고마운 형들, 한결같은 형들이다. 선의의 경쟁도 하지만 음악 모니터도 해줘 든든한 선배다.(개코) ▲ 다이나믹듀오는 좋은 동생들이다. 하하. 성격이 모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편하다. 음악적으로는 가장 인정하는 팀이다. 솔직히 리쌍은 대중적이고 소프트한 음악을 해서 내가 힙합을 얘기하는 게 애매할 수 있는데 이 친구들은 다르다. 어린 친구들 중 다이나믹듀오의 랩을 교과서처럼 연습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한국 힙합계의 든든한 기둥이다.(개리) -- 성공한 중견 래퍼이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나. ▲ 어제 비트를 하나 받아서 7~8시간 동안 듣다가 밤 11시에 귀가 먹먹해졌다.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마시니 취하더라. 가사가 안 써져 '여기까지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운동선수라면 체력이 다하는 지점에서 은퇴하는데 음악은 기준이 없다. 내 실력에 한계를 느껴 그만둔다면 돈의 행복을 뛰어넘는 슬픔일 것이다. 최근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영혼의 편지' 상권을 읽었는데 '닥치고 그림이나 그리자'는 예술 정신은 마치 '또라이' 같았지만 그랬기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난 평범한 사람이니. 하하.(개리) ▲ '서칭 포 슈가맨'이란 다큐 영화를 봤는데 공전의 히트를 한 뮤지션 슈가맨은 돈, 명예를 다 버리고 사라져 다른 삶을 택했다. 멋있고 위대하다고 여겼지만 그렇게 사는 건 어렵다. '나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봤다.(개코) -- 예명도 비슷한 두 사람이 함께 콜라보레이션(협업) 해도 재미있겠다. ▲ 언젠가 할 수도 있겠지만 계획이 잡힌 건 아니니 비밀에 부치겠다.(개리, 개코) 다이나믹듀오의 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