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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3저 시대'…기업 체감경기 냉랭, 언제 볕들날 올까저성장·저물가·엔저로 기업 성장성·수익성 급감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새 경제팀이 출범한지 100일을 맞았지만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좀처럼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재계는 '신3저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거 1980년대 한국 경제가 3저 현상(저금리, 저달러, 저유가)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의 저성장, 저물가, 엔저 등 신3저는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의 걸림돌이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전(全) 산업의 다음 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012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34개월간 한번도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 한국은행 BSI 전망치는 지난 34개월간 70∼80선을 오르내리고 있을 뿐 90을 넘은 적조차 없었다. BSI는 기업이 실제로 느끼는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벌이는 BSI 조사에서도 34개월간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경우는 8개월(23.5%)에 불과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 2009년에도 전경련 BSI가 100을 넘은 경우는 6개월에 이르렀다. 분기별로 경기를 전망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BSI도 비슷하다. 2012년 1분기부터 12개 분기 동안 긍정적 체감경기는 올해 2분기(111)와 3분기(103) 등 2개 분기(16.7%) 뿐이었다. 이런 체감경기의 위축에도 거시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는데 이는 잠재성장률 수치와 일치한다. 적정한 경제활력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경상수지 흑자는 1∼8월 543억 달러에 달하며, 3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증가율도 2분기 3.2%에서 3분기 3.9%로 소폭 상승했다. 설비투자 역시 작년 1분기를 바닥으로 V자 곡선을 그리며 2분기에 7.7% 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가 지지부진한 것 외에는 지표상으로는 한국 경제가 크게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경련은 이런 거시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저성장, 저물가, 엔저 등 '신3저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국내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하락세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국내외의 저성장 기조로 기업의 매출확대에 한계가 생겼고 소비위축으로 인한 저물가로 수익성이 악화했을 뿐 아니라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산업분야에서 일본의 엔화 약세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세계경제성장률 평균보다 낮은 2∼3%대 낮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던 적은 2차례밖에 없었다. 잠재성장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2∼2025년에는 2.4%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대로 가다간 15위인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인도네시아에 밀려 16위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 16강 유지도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물가 추세의 고착화도 우려된다. 저성장 국면의 저물가는 가계의 소비위축과 기업의 이윤감소를 초래한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3%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물가상승률 0.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저 역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 요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10월25일 100엔당 1천93.83원에서 21일 현재 991.53원으로 1년 만에 100원 이상 떨어졌다. 지난달 25일엔 955.06원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이는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돼 이들과 경합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매출감소와 수익악화를 가져온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대부분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에 치이고 있다. 이런 요인들에 의해 국내 기업의 성장세와 수익성은 2012년부터 크게 하락하고 있다. 수출기여도를 기준으로 한 국내 6대 주력산업 가운데 휴대전화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2년 17.0%에서 2013년 12.0%로, 올 상반기는 -2.1%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률도 24.3%→20.7%→7.8%의 궤적을 보이고 있다. TV·디스플레이 산업의 매출 증가율은 17.0%→9.7%→-8.1%, 영업이익률은 75.1%→14.9%→6.1%로 악화일로이며 자동차산업도 매출 증가율은 10.5%→5.2%→1.5%, 영업이익률은 8.3%→7.8%→7.5%로 하향 추세다. 조선산업은 매출액 증가율이 2.1%→0.3%→-0.9%, 영업이익률이 4.1%→2.0%→-3.6%로 현재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이렇게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되다 보니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줄 요인이 나타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내수소비도 극도로 부진해졌다. 더욱이 경기와 무관하게 비소비성 지출이 늘면서 지갑을 닫은 가계도 증가했다. 2003∼2013년 사이 가계의 사회보험, 이자비용, 경상조세, 연금 등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74.7%로 가계소득 증가율 58.2%를 넘어선다. 그 결과 비소비지출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0%에서 18.9%로 늘어났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대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0.3%에 머무는 등 대부분 산업에서 매출액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체감경기도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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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스타 출신 감독들, 시즌 초반 성적 비교해보니이상민 삼성 감독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14-2015시즌 프로농구 초반 화제의 중심에는 서울 삼성 이상민(42) 감독이 서 있다. 현역 시절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이상민 감독이 이번 시즌 감독으로 변신해 과연 어떤 성적을 낼 것인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개막 후 2연패로 고개를 숙였다가 15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2점 차로 이겨 한숨을 돌렸다. 사실 이번 시즌 삼성의 전망은 밝은 편이 못 된다. 최근 세 시즌 간 6강 플레이오프에 한 번 오른 것이 전부인데다 비시즌 기간에 이렇다 할 전력 보강도 없었다. 이충희 감독 그러나 세 경기에서 팀 속공을 15개나 성공하며 10개 구단 중 최다를 기록, 스피드라는 팀 컬러를 확실히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스타 출신들의 시즌 초반은 어땠을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매 시즌 팀마다 처한 상황이나 갖춘 전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승패를 단순히 비교해 감독 능력의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이상민 감독에게 팬들의 시선이 쏠려 있는 지금 다른 스타 출신 사령탑들의 시즌 초반을 회상해보자는 취지일 뿐이다. 지금까지 스타 출신 감독으로 꼽을 만한 지도자는 이상민 감독 이전에 5명 정도가 있었다. 허재 감독 1997-1998시즌 경남 LG(현 창원 LG) 지휘봉을 잡은 이충희 감독(55)과 같은 시즌 수원 삼성(현 서울 삼성) 감독대행에 선임된 김현준(1999년 작고) 코치를 비롯해 허재(49) 전주 KCC 감독, 강동희(48) 전 원주 동부 감독, 문경은(43) 서울 SK 감독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렬한 시즌 초반을 만들어낸 사령탑은 고(故) 김현준 감독대행이었다. 시즌 개막 직전에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대행은 개막 후 5연승을 내달리며 바로 이전 시즌인 1997시즌 최하위에 머문 '농구 명가' 삼성의 자존심을 한껏 곧추세웠다. 당시 존 스트릭랜드라는 '괴물 용병'이 단연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김 감독대행은 현역 시절 라이벌이었던 이충희 LG 감독과의 첫 '사령탑 대결'에서도 81-8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개막 후 5연승을 달성했다. 현역 시절의 고(故) 김현준 감독대행(오른쪽). 당시 이충희 감독도 개막 후 2연승을 거두며 김현준 감독대행과 함께 희망찬 시즌 초반을 보낸 기억이 있다. 2009-2010시즌 동부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강동희 전 감독도 개막 후 2연승을 기록했고 2005-2006시즌 KCC 사령탑에 선임된 허재 감독은 개막 2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문경은 감독은 감독대행 시절이던 2011-2012시즌 첫 경기에서 허재 감독의 KCC에 66-92로 대패를 당했다. 문 감독도 개막 후 2연패 끝에 1승을 거둬 이상민 감독과 똑같은 행보를 보였다. 흔히 '스타 출신 감독은 좋은 지도자가 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으나 국내 프로농구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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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취업전쟁서 20대 남성에 '완승'경제활동참가율 64.6%…남성보다 2.6%p 많아30대 여성도 '여풍'…경제활동률 사상 최고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취업전쟁에서 20대 여성이 같은 나이대 남성에게 '완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률은 최고 기록을 보여 동년배 남성과 격차가 사상 최소로 줄었다. 경제 본문배너 그러나 단순 수치 개선과 달리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되지 못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4.6%로 20대 남성(62.0%)을 2.6%포인트 앞섰다.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12년 2분기 20대 남성을 처음 추월한 이후 격차가 더욱 커졌다. 20대 남녀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2012년 2분기 1.5%포인트에서 같은 해 4분기에는 0.1%포인트로 줄었고 다시 증가세를 보여 0∼1%포인트 선에서 움직였다. 20대 여성이 20대 남성을 앞지른 이후 격차가 2%포인트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이는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분기 64.6%로 2012년 2분기(64.9%) 다음으로 가장 높은데 따른 것이다. 반면 2분기 20대 남성 경제활동참가율은 62.0%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20대 남녀 경제활동참가율 추이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4.6%로 20대 남성(62.0%)을 2.6%포인트 앞섰다. bjbin@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취업전쟁에서 20대 '여풍'(女風)이 강한 것은 과거와 달리 여성 고학력자가 많아진데다 직장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면서 거센 여풍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풍은 경력단절이 고질적으로 일어나는 30대 여성에게서도 강하게 불었다. 올해 2분기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최고치를 기록, 30대 남성과의 격차가 통계치가 있는 1999년 3분기 이후 사상 최소를 보였다. 2분기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전분기보다 1.7%포인트 급등한 58.7%로 사상 최고였고 30대 남성(93.8%)보다 35.1%포인트 낮았다. 이 격차는 2005년 2분기(40.2%포인트)를 마지막으로 40%포인트 선을 웃돌았고 이후 감소세를 보여 2012년 2분기 37.4%포인트, 지난해 2분기 36.5%포인트, 올해 1분기 36.3%포인트에 이어 2분기에 더 줄었다. 그러나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대 남성을 3년째 앞지른 것과 달리 30대 여성은 출산·육아 부담으로 30대 남성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자 월급여액은 여성이 170만5천원으로 남성(266만4천원)의 64.0%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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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늘어난다"…청년 취업자 400만명 돌파청년 고용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 청년 일자리 11개월 연속 증가세…2000년 이후 최장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 청년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어 주목된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청년 취업자는 11개월 연속 늘어나며 2000년 이후 가장 긴 고용률 증가세를 이어갔다. 고용률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는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10일 통계청의 고용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7천명(2.7%) 증가한 400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청년 일자리가 400만을 넘어선 것은 2011년 7월(402만8천명)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전년 동월 대비로 지난해 9월 이래 11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외환위기 직후에 고용사정이 나아지던 시기인 1999년 7월부터 2001년 1월까지 19개월간 늘어난 이후로는 최장 증가기간이다. 그 후로는 청년층 인구 감소와 맞물려 지난해까지 해마다 감소했다. 연간 기준의 청년 취업자는 1991년 550만명에 육박했으나 1998년(473만3천명) 500만명 선이 무너지고는 2000년(487만9천명)에 잠깐 반등했다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9년(395만7천명)에는 400만명 선이 무너졌고 작년엔 379만3천명까지 줄었다. 이 기간 청년 인구는 1991년(1천212만1천명)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며 2005년(992만명)부터 1천만명을 밑돌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954만8천명이 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지난해 2~11월에 잠시 증가세를 보였지만 그 후로는 다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지난 7월(949만6천명)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명 줄며 950만명 선을 밑돌았다. 취업자 증가에 따라 7월 청년 고용률은 42.2%까지 올라갔다.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42.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 고용률은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등의 영향으로 대체로 7월에 연중 고점을 찍는 계절성이 있다는 점에서 42%를 넘는 고용률이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런 청년 고용 지표의 호전에 대해 경기 회복세와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 정부의 청년 취업 대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적 회복세에도 일자리의 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통계청 청년층 부가조사(매년 5월 기준)의 최종학교 졸업·중퇴 후 취업 유경험자의 '첫 일자리'를 보면 도소매·음식숙박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5.8%에서 올해 27.6%로 상승했다. 직업별로도 같은 기간 관리자·전문가(26.3→25.2%)와 사무종사자(25.7→25.0%)의 비중은 축소된 반면 서비스·판매종사자(28.0→29.7%)는 늘었다. 근로형태별로는 시간제 비중이 지난해 11.5%에서 올해 12.1%로 상승했다. 첫 일자리로 시간제를 택한 졸업·중퇴 후 취업 유경험자가 같은 기간 45만명에서 47만1천명으로 4.7% 늘어난 영향이다. 이직 경험자가 첫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 가운데 근로여건 불만족(보수와 근로시간 등)이 차지하는 비중도 45.1%에서 47.0%로 늘었다. 여자는 45.9%에서 45.1%로 소폭 감소했으나 남자의 경우 44.0%에서 49.8%로 뛰었다. 이 비중은 남녀 모두 10년 전인 2004년에 39%대였으나 해마다 대체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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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이야기> 천년 고도 경주에 박물관은 왜 하나?국가가 유물 독점, 국립경주박물관은 미어터져"경주박물관이 죽는다"며 사사건건 박물관 신축 반대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경주 분황사 동편 일대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999년 이후 2004년에 걸쳐 대대적인 발굴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이곳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정원 유적인 원지(苑池)를 확인했다. 안압지(雁鴨池), 그리고 용강동 유적에 이어 세 번째로 드러난 원지였다. 인공섬 두 개를 갖춘 원지는 동북쪽 모서리가 줄어들어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전체 모양이 장방형이다. 규모는 남북 46.3m, 동서 26.1m, 둘레길이 193m, 면적 1천49㎡로 안압지의 15분의 1 정도로 드러났다. 이곳에서는 배수로를 비롯한 각종 부대 시설이 발견됐으며 각종 기와·벽돌류와 토기·자기류, 금속류 등 1천330여 점에 이르는 유물이 수습됐다. 한데 이런 조사성과는 애초 이번 발굴의 목적을 무색하게 하는 아이러니를 빚었다. 문화재청이 산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를 통해 이곳을 발굴하려 한 목적은 황룡사지 전시관을 건립하기 위함이었다. 유적 전시관은 해당 유적 내부나 그 인접 지점에 위치해야 하지만, 황룡사지전시관은 황룡사터 경관과 지하 유적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현장에서는 다소 동떨어진 분황사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그곳에다 세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시관 건립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그리하여 신라뿐만 아니라 한국 고대 불교문화를 대표할 만한 간판스타 격인 황룡사가 우리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를 교육하고 전시하기 위한 공간은 계획 단계에서 허무하게 좌초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과연 전시관 건립 계획은 정말로 유적 보호를 위해 무산되었을까? 이 분황사 동편 원지가 한창 발굴조사가 이뤄지던 무렵,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국립중앙박물관장 출신 한 지도위원은 아예 공공연히 이런 말을 했다. "황룡사지전시관이 들어서면 국립경주박물관이 죽는다. 누가 (황룡사 유물을 보러) 경주박물관을 찾겠는가?" 그는 당시 문화재위원이었다. 당시 문화재계에 영향력이 막강했던 그는 문화재위원이기도 했다. 국립경주박물관 보호를 위해 발벗고 나선 이런 논리는 유적 보호라는 그럴 듯한 명분과 결합해 경주에 제2의 국립박물관(전시관)을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리게 만든다. 2004년, 당시 경주시는 역사문화도시환경 조성 사업 일환으로 경주 역사문화도시문화관을 설립하려 하면서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충남 부여에 들어선 백제문화재현단지 비슷한 문화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현재도 여전히 추진 중이다. 한데 이날 공청회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인사가 나서 제2의 박물관 전시계획을 공개적으로 반대한다. 국립박물관이 내세운 논리는 정리하면 이렇다. "경주박물관과 유사한 박물관이 될 우려가 크다." 이처럼 국립박물관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조금이라도 손해를 끼칠 만한 제2의 경주지역 박물관 건립계획은 한사코 반대하고 나섰던 것이다. 경주는 동로마제국 수도인 콘스탄티노플과 더불어 한 왕조가 줄곧 천년 동안이나 수도로 기능한 두 곳 중 한 곳이다. 세계사를 통틀어 단 두 곳뿐인 수도 유적이다. 그에 어울리리만치 경주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다. 한데 이런 경주에 국공립박물관은 달랑 한 곳에 지나지 않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콘스탄티노플을 계승한 이스탄불에 수십 곳에 달하는 박물관이 있다. 그에 버금가는 중국의 고도(古都)들인 시안(西安)과 뤄양(洛陽)에도 무수한 박물관이 있다. 각종 박물관이 적어도 10곳 이상은 있어야 정상인 경주에 왜 국공립박물관이라곤 오직 경주박물관 한 곳에 지나지 않을까. 그 원인으로 경주지역 인사들과 문화계에서는 한결같이 국가(중앙정부)에 의한 유물의 독점을 지적한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을 산하에 거느린 국립중앙박물관의 과욕이 이런 사태를 일으켰다는 의견이 많다. 근자에 들어 유물 관리 방침에 변화가 있어 국립박물관 아닌 다른 기관에서도 발굴조사를 통해 발견된 유물을 위탁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든 출토 유물은 일단 국립중앙박물관이 독점했다. 그 어떤 기관에서 발굴했건, 모든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권을 독점했다. 그중 일부를 박물관이 다른 공립박물관, 혹은 대학박물관에 관리를 '위탁'해주곤 했다. 이렇게 되자 경주지역 출토품은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아니면 국립경주박물관이 독점했다. 그러면서 국립박물관은 다른 국공립박물관 증설 움직임이 일 때마다 내리눌렀다. 황룡사지전시관과 경주역사문화전시관 건립 계획은 이런 반대 움직임에 희생됐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국립경주박물관의 과포화를 불러왔다. 유물 욕심 내다가 스스로 동맥경화를 초래한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국립경주박물관이 취하는 움직임에서 읽어낼 수 있다. 박물관은 발굴 이후 40년 동안 한 번도 공개하지 않던 황남대총 발굴유물을 최근 전면 공개했다. 비단 황남대총뿐만 아니라 천마총 유물도 이런 방식으로 특별전 형태를 빌려서 외부로 모습을 드러냈다. 공개된 유물은 우선 그 수량이나 질 모두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천마총박물관, 황남대총박물관을 따로 세워서 전시해야 할 압도적인 유물 컬렉션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물은 쌓이고, 보관할 장소도 모자라게 되자 경주박물관은 최근 현재의 박물관 뒤편 세계유산 남산을 바라보는 지점에다가 유물보관동 건립 계획을 세우고 이 사업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보관동 건립에 앞서 실시한 발굴조사 결과 그 자리는 신라시대 유적 유물로 바글바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유물보관동 설립 계획은 일단 무산되었지만, 최근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에 지하 유적에 가하는 압력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건립계획이 다시 제출돼 승인받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유적 보호를 위해 각종 규제 정책을 실시한 경주시에서는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경주시 관계자는 "다른 건축 계획은 문화재 보호를 명분으로 힘겹게 막고 있는데, 다른 곳도 아닌 국가기관인 경주박물관에 저렇게 나오면 우리가 어떻게 유적을 보호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국립박물관이 대표하는 중앙정부의 유물 독점과 관련해 현행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이 유물의 중앙집권화를 더욱 조장한다는 비판이 많다. 이 법 제2장을 보면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속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둔다고 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역할을 ▲ 국내외 문화재의 보존·관리 ▲ 국내외 박물관자료의 체계적인 보존·관리 ▲ 국내 다른 박물관에 대한 지도·지원 및 업무 협조 등으로 규정한다. 이 중에서도 '국내 다른 박물관에 대한 지도·지원 및 업무 협조'는 대표적인 악법 조항으로 꼽힌다. 여타 국공립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 혹은 사립박물관에 대한 국가박물관의 독점적 우월권을 명문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근거로 국립박물관은 여타 박물관에 대한 사실상의 감독기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하지만 법인화 이전 국립 서울대학교가 다른 국립대학이나 사립대학에 대해 지도·지원한다는 말은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국립중앙박물관이라도 해도 여타 다른 국공립, 혹은 대학·사립박물관에 대해서는 같은 박물관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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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개코 "힙합 인기, 시대와 대중이 선택해준 덕"다이나믹듀오의 개코와 리쌍의 개리(우측) '힙합계 쌍두마차' 리쌍 개리·다이나믹듀오 개코, 첫 합동 인터뷰 "래퍼에게 정답은 없어…때론 '먹통 힙합' 그립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리쌍(개리, 길)과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는 자타 공인 '힙합계 쌍두마차'다. 두 팀은 경쟁도 하지만 격려도 하는 끈끈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1999년 허니패밀리로 데뷔한 뒤 2002년 리쌍을 결성해 활동 중인 개리(본명 강희건·36), 2000년 씨비매스로 데뷔해 2004년부터 다이나믹듀오로 활동 중인 개코(김윤성·33)는 후배 래퍼들이 '리스펙트'(Respect) 하는 형님들. 이들의 음악을 자양분으로 꿈을 키웠다는 래퍼도 다수다. 2002년 리쌍의 첫 앨범에 씨비매스가 참여하며 개리와 개코는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13년 지기인 두 사람을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어이, 개투다~!" 개리가 먼저 온 개코를 이렇게 부르며 반겼다. '개투다'는 별 뜻 없이 개코를 부르는 닉네임이라고 한다. 인터뷰 전날도 하하와 별 부부의 아기 돌잔치에서 만났다는 둘은 함께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라며 흥미로워했다. 눈매가 맹견 느낌이어서 '개리', 코가 개처럼 생겼다고 '개코'란 별명으로 불렸다는 둘은 예명뿐 아니라 선글라스를 낀 외모 등 여러모로 닮은꼴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랩의 전달력과 표현력에 있어서 '클래스가 남다르다'는 점은 두드러진 공통점이다. 이들과 요즘 힙합계의 흐름, 중견 래퍼들이 겪는 음악적인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봤다. ◇ 요즘 힙합계는…"랩 스타일·캐릭터 등 정체성 강한 래퍼 많아" --첫 만남을 기억하나. ▲ 리쌍 첫 앨범에 피처링하며 정식으로 인사했지만 개리 형을 처음 본 건 우리가 공연하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허니패밀리가 왔을 때다. 마치 '한국의 우탱클랜' 같은 느낌이었다. 또 한 번은 백화점 행사에서 허니패밀리 무대를 봤는데 길 형이 관객석으로 '다이빙'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개코) ▲ 하하하. 그때 무대가 충격적이어서 나도 기억난다. 2m 높이 무대에서 길이 뛰어내려서 관객이 다쳤을까 봐 진짜 걱정했다.(개리) -- 힙합이 몇 년 새 대중적인 장르로 떠올랐다. 버벌진트, 빈지노 등 수많은 래퍼의 노래가 음원차트 1위를 장식하고 랩이 안 들어간 음악이 없을 정도인데. ▲ 잠깐 주춤하다가 확실히 올라왔다. 래퍼들의 인기가 많아지며 여성 팬들도 생겨났다. 예전엔 공연하면 많아야 500~600명 규모였는데 요즘은 몇천 석짜리 공연장도 꽉 찬다.(개리) ▲ 한때는 힙합계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 못해 주춤했는데 요즘은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스타들이 많아졌다. 시대와 대중이 힙합을 선택해줬고 이에 맞춰 색깔이 강한 친구들이 많이 나오면서 지금은 트렌드가 된 것 같다.(개코) -- 예전엔 무브먼트, 부다사운드 등 대표적인 힙합 크루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아메바컬처, AOMG, 일리네어레코즈 등 레이블 중심으로 크루가 형성되는 분위기인데. ▲ 국내 힙합 태동기의 래퍼들은 크루 안에서 음악적인 품앗이를 했지만 지금은 레이블 차원의 크루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레이블이 달라도 음악적인 친분, 비즈니스 관계로 콜라보레이션(협업) 하는 사례는 더 많아졌다. 초기 크루 문화가 발전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것 같다.(개코) -- 각자 생각하는 매력적인 래퍼란. ▲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진부한 가사를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하는 래퍼도 있고 패션과 캐릭터까지 멋진 래퍼도 있다. 요즘은 랩 실력에, 패션, 예능감, 캐릭터까지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랩에 메시지까지 담는다면 '베스트'다. 다소 아쉬운 점은 과거엔 힙합 팬들이 래퍼의 생각과 사상에 공감했다면 요즘은 캐릭터에 더 영향을 받고 좋아하는 것 같다.(개리) ▲ 형 말처럼 래퍼의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 언어유희를 잘하거나 평범한 가사도 색다르게 표현하는 등 개성이 한층 뚜렷해졌다. 힙합 팬들이 디테일한 감정선을 살린 개리 형의 랩을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개코) -- 그래도 실력 있는 MC(Microphone Controller: 랩을 하는 사람)라면 라임(랩의 운율)과 플로우(목소리 톤, 박자를 밀고 당기는 스타일 등 랩의 흐름) 등의 스킬이 중요하지 않나. ▲ 비트를 듣고 '랩을 어떻게 구성하고 표현할 것인가'란 점에서 총체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랩 가사를 쓰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어 구사력이 다양할 것이고, 영화와 그림을 좋아하면 장면이 연상되게 표현할 것이고, 일상의 언어도 사용할 것이다.(개코) ▲ 난 랩 가사를 이야기처럼 풀어쓰는 스타일이다. 라임이 랩의 재미이긴 한데 그것보다 주제를 정하고 서술적으로 1절, 2절, 3절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글을 먼저 써서 플로우를 많이 신경 못 쓰는 편이다. 방식을 바꿔보려 하는데 수년간 버릇이 돼서 안 되더라. 개인적으로 리쌍의 '러시'(Rush) 가사를 쓸 때 나의 경험과 의지가 잘 표현된 것 같다.(개리) -- 유독 힙합에선 '19금' 가사가 많은데 래퍼들은 심의에 크게 구애받지 않나. ▲ 고려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심의 걱정을 덜 하는 편이다. 현실에선 아름다운 사랑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하하. 어떤 곡은 말을 돌리기 어려워 거침없이 쓰는데 그럴 땐 콘셉트를 잡고 시작한다.(개리) -- 근래 '감성 힙합'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후렴구에 말랑한 가사와 대중적인 멜로디가 담긴 랩 음악을 뜻하는데 이러한 곡들이 잇달아 히트했다. 마치 힙합의 생존 방식처럼 느껴지는데. ▲ 그런 흐름을 '좋다, 나쁘다' 단정 짓기 어렵다. 리쌍도 1집 때는 반항심이 있어 '러브 송'을 안 했는데 2집 때 둘 다 여자 친구가 생기자 사랑 얘기가 80%가 되더라. 이때부터 사랑 노래가 타이틀 곡이 됐으니 대중적으로 빨리 갔다. 요즘 다른 래퍼들도 그러한 흐름의 음악으로 잘 돼서 좋다. 사실 한 곡을 차트에 올리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대중적인 요소, 반복적인 펀치 라인 등 생각할 게 무척 많다. 차라리 비트 하나 주고 랩하라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우리와 달리 다이나믹듀오는 랩의 농도가 진했고 그 힘이 단단해진 케이스다. 이들의 '불면증'이란 곡을 좋아하는데 가사에 젖어들게 된다. 마니아가 단단한 이유다. 나도 요즘 다른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개리) ▲ 하루 살기도 빡빡하니 시대가 심각한 노래, 영화, 드라마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예술 영화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각박함에서 탈출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완전히 신나거나 달콤한 음악이 쉽게 소비되는 이유다. 그래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개코) 리쌍의 개리 ◇ 중견 래퍼의 고민은…"프로듀서로서 고심 커, 실력에 한계 느낀다면…" -- 음악 방향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말로 들리는데. ▲ 우린 래퍼이면서 프로듀서이니 랩 스킬보다 앨범 전체의 흐름을 봐야 한다. 또 '먹통 힙합'(미국 동부 힙합 스타일로 단순한 비트와 반복적인 루프의 힙합)인 우탱클랜의 음악으로 입문해 마치 첫사랑처럼 그리움도 있다. 가사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도 고민이다. 거침없이 랩을 뱉는 친구들을 보면 그 자신감이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난 예전과 달리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지도가 생겼고 돈도 좀 벌었고 나이도 찼다. 옛날에는 삶의 애환을 썼지만 누가 봐도 배가 불렀으니 요즘 추세로 자랑처럼 가사를 쓰면 비호감 아닌가. 경제력, 인기 등 개선된 상황을 모두 떠나 마치 1집 때처럼 정신적으로 힘들다.(개리) ▲ 개리 형 얘기에 공감한다. 프로듀서이다 보니 한 줄 언어유희, 16마디 안의 랩 스킬보다 앨범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고민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곡이 쏟아지는 현실이지만 자극적인 음악보다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10년 넘게 하다 보니 어떤 테마와 표현을 좋아하는지 감은 좀 생겼는데, 음악이 점차 부드러워져서 오는 괴리감도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영향받은 음악은 힙합 본연의 심플한 비트에 특별한 구성없이 랩을 신나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다행인 건 음악과 패션은 20년에 한 번씩 유행이 돌아온다는데 요즘엔 한층 미니멀한 스타일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 있다.(개코) -- 서로의 음악을 들으며 감탄할 때도 있을 텐데. ▲ 형의 랩은 거칠고 야한 단어를 뱉어도 공감되는 힘이 있다. 형이 지금 '예전에는 힘들고 이겨냈다는 얘길 썼다면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무척 진솔한 것이다. 음악에 진정성을 담기에 감동을 준다.(개코) ▲ 개코는 랩의 발음, 전달력, 후렴구를 만드는 구성 능력까지 빠질 게 없는 래퍼다. 특히 개코는 외유내강 형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음악에 정곡을 찌르는 진지함과 해학적인 재미를 함께 담는다. 랩 톤도 날카롭다. 다이나믹듀오는 이제 믿고 듣는 팀으로 보증이 됐다.(개리) -- 다듀에게 리쌍은, 리쌍에게 다듀는. ▲ 리쌍은 좋은 형들이다. 음악적인 능력은 이미 검증됐으니 우리가 논할 문제는 아니다. 기분 나쁘면 바로 얘기해주는 솔직한 형들, 그래서 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고마운 형들, 한결같은 형들이다. 선의의 경쟁도 하지만 음악 모니터도 해줘 든든한 선배다.(개코) ▲ 다이나믹듀오는 좋은 동생들이다. 하하. 성격이 모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편하다. 음악적으로는 가장 인정하는 팀이다. 솔직히 리쌍은 대중적이고 소프트한 음악을 해서 내가 힙합을 얘기하는 게 애매할 수 있는데 이 친구들은 다르다. 어린 친구들 중 다이나믹듀오의 랩을 교과서처럼 연습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한국 힙합계의 든든한 기둥이다.(개리) -- 성공한 중견 래퍼이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나. ▲ 어제 비트를 하나 받아서 7~8시간 동안 듣다가 밤 11시에 귀가 먹먹해졌다.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마시니 취하더라. 가사가 안 써져 '여기까지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운동선수라면 체력이 다하는 지점에서 은퇴하는데 음악은 기준이 없다. 내 실력에 한계를 느껴 그만둔다면 돈의 행복을 뛰어넘는 슬픔일 것이다. 최근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영혼의 편지' 상권을 읽었는데 '닥치고 그림이나 그리자'는 예술 정신은 마치 '또라이' 같았지만 그랬기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난 평범한 사람이니. 하하.(개리) ▲ '서칭 포 슈가맨'이란 다큐 영화를 봤는데 공전의 히트를 한 뮤지션 슈가맨은 돈, 명예를 다 버리고 사라져 다른 삶을 택했다. 멋있고 위대하다고 여겼지만 그렇게 사는 건 어렵다. '나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봤다.(개코) -- 예명도 비슷한 두 사람이 함께 콜라보레이션(협업) 해도 재미있겠다. ▲ 언젠가 할 수도 있겠지만 계획이 잡힌 건 아니니 비밀에 부치겠다.(개리, 개코) 다이나믹듀오의 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