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역사 기행> 이스라엘의 지하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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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역사 기행> 이스라엘의 지하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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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마레샤. (AP=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스라엘 중부의 베이트구브린(Beit Guvrin) 국립공원은 문화재의 보고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유대인, 로마인, 아랍인, 유럽인이 지은 건축물이 숨어 있다. 그중 마레샤(Maresha)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유대인의 고대 도시로 지하에 만들어졌다.


마레샤가 자리한 곳은 지반이 무른 석회암 지대다. 고대인들도 땅굴을 파기에는 좋은 조건이었다.


마레샤가 조성된 시기는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구약성서인 여호수아서에 지명이 나온다. 또 역대기에는 솔로몬의 아들인 르호보암 왕이 요새로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유대인만 마레샤에 머물지는 않았다.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한 뒤에는 은퇴한 그리스 군인들이 정착해 헬레니즘 문화가 이식됐으며, 기원전 2세기에는 로마에 대항하는 반란군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세기에 이르러 근처에 로마인의 도시가 새롭게 건설되면서 마레샤는 버려지고 황폐화됐다. 이후 아랍인들이 종 모양의 동굴을 만들면서 규모가 더욱 확장됐다.


그러나 한동안 잊혀 있다가, 1900년 팔레스타인 탐험 기금의 지원을 받은 영국인 고고학자가 발굴하면서 다시 세상에 공개됐다.


'도시 아래의 도시'인 마레샤는 본래 석재를 얻는 채굴장이었다. 하지만 지하 공간이 점차 넓어지면서 용도가 다양해졌다. 올리브유를 짜내거나 물을 저장하고, 유골을 안치하는 장소로 이용됐다. 또 종교적 의식을 거행하는 사원과 피신처로도 쓰였다.


점유하는 세력의 인구와 생활양식에 따라 마레샤의 기능은 무한 변신을 지속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마레샤를 '지하의 소우주'라고 지칭한 이유다.


약 2천 년 동안 건설된 마레샤는 정교하게 설계됐다. 각각의 공간은 통로로 연결돼 있으며, 쓰임새에 따라 구분돼 있다. 높이가 18m에 달하는 동굴에 서면 인간의 노력과 집요함에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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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마레샤. (AP=연합뉴스DB)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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