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안무 돋보인 '해적'…오래 기다려온 객석은 박수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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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화려한 안무 돋보인 '해적'…오래 기다려온 객석은 박수갈채

국립발레단 올해 첫 정기공연…'노예' 설정 없애고 해피엔딩

전막 발레 '해적'의 막이 오르자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발레리노들의 강렬한 해적단 군무(群舞)가 펼쳐진다. 배 위에서 일사불란하게 칼을 휘두르는 이 첫 안무는 관객들을 압도했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한풀이를 하듯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무대 위에서 마음껏 뽐내며 가을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지난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에서 해적단 두목인 콘라드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의 바리에이션 역시 객석을 사로잡기 충분했고, 발레리나들의 고전적이면서 우아한 군무는 발레 팬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주역인 김리회(메도라)와 박종석(콘라드), 구현모(알리)2막에서 함께 춘 파 드 트루아(pas de trois·3인무)는 이번 무대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들은 최고의 테크닉으로 꼽히는 '32회전 푸에테'도 안정감 있게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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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해적' 프레스콜에서 단원들이 해적단 군무를 시연하고 있다

 

'해적'은 여러 갈라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인기 레퍼토리지만, 전막 공연으로 만나보기는 어려웠던 작품이기에 관객들이 이번 해적 공연에 거는 기대가 컸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쉴 틈 없이 안무를 이어가며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가득 제공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명품 발레 공연을 감상한 관객들은 공연 중간마다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인천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이병욱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무대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해적'은 영국의 낭만시인 바이런의 극시를 바탕으로 한 원작을 각색한 작품으로, 정의로운 해적이 아름다운 노예 소녀들을 구출하는 게 줄거리다. 원안무인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송정빈이 재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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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해적' 프레스콜에서 단원들이 해적단 군무를 시연하고 있다

 

원작인 3막에서 2막으로 각색되면서 빠른 전개와 다이내믹한 무대 연출이 이루어졌다. 노예시장에서 파샤에게 팔려 가는 메도라와 궐나라의 캐릭터에서 '노예' 설정을 없애고, 플로리아나 섬의 '아름다운 소녀 메도라''마젠토스 왕국의 대사제 귈나라'로 설정한 것도 특징이다.

배가 난파되면서 비극으로 끝을 맺는 원작과 달리 국립발레단의 '해적'은 배신자 비르반토를 처단한 콘라드가 메도라와의 아름다운 사랑을 지키며 새로운 모험을 향해 나아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6'해적'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잠정 연기하면서 11월에서야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3월부터 계속된 공연 취소와 잠정 연기로 '해적'이 올해 첫 정기공연이다.

국립발레단의 간판인 박슬기·김리회·박예은, 이재우·허서명·박종석, 김기완·하지석·구현모 등이 총출동해 무대를 이끈다. 공연은 오는 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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