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민 필요한 대법관 전관예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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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민 필요한 대법관 전관예우 논란

 

(서울=연합뉴스)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변협은 23일 상임위원회를 얼어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변협은 이에 앞서 차 전 대법관에게 개업 신고를 자진 철회하도록 권고했으나 그가 받아들이지 않자 이런 결정을 한 것이다.

 

차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익재단인 동천에서 공익적인 법률 지원 활동을 하려고 개업 신고를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변협은 전관예우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개업에 반대하고 있다.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이 동료 대법관이나 후배 법관에게 사건처리에서 심리적 부담을 주고, 때로는 부당한 압력으로 보여 전관예우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변협 하창우 회장은 앞으로 모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 단계에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도록 국회의장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 공문을 보내겠다고도 밝혔다.

 

법률적으로 변협이 차 전 대법관의 개업을 막을 근거는 없다. 변호사법에는 변협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차 전 대법관은 이미 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마쳤고 등록한 변호사의 개업 신고를 막을 규정은 없다. 이런 점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일을 변협이 고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 나아가 대법관 출신이라고 해서 변호사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도 침해하는 측면도 있다.

 

퇴임 대법관뿐 아니라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권력기관장 출신 등 다른 고위 공직자 출신의 재취업은 놔둬도 되느냐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전관예우를 근절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한 변협의 취지는 이해가 된다.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로 개업하면 큰 돈을 번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게는 수천만원의 도장값을 주는 게 관례라는 소문도 법조계에서는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다. 대법관이라는 명예를 갖고 퇴임 후에는 거액의 돈까지 버는 것에 대한 여론의 시각도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행법상 대법관은 퇴직 이후 1년간은 대법원에서 하는 상고심 사건을 맡을 수 없게 돼 있다. 지난해 3월 퇴임한 차 전 대법관의 경우 '금지된 1년'이 이제 지난 것이다. 물론 모든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고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출신이라고 해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법으로 막는 것도 맞지 않다. 그렇다고 그 판단을 대법관 출신들 개인의 도덕과 양식에만 맡겨놓을 문제인지는 깊게 고민해볼 일이다. 대법관 출신이 굳이 개업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그 지식과 경륜을 공익적 활동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법관들 스스로 전관 변호사를 우대하는 관행을 없애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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