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타계…日 사죄 더는 미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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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 타계…日 사죄 더는 미루지 마라


(서울=연합뉴스) 11살의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당했던 김외한(81) 할머니와 2년 반 동안의 위안부 생활로 두 차례나 자궁수술을 받고 평생을 지병에 시달려야 했던 김달선(91) 할머니가 11일 30분의 시차를 두고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50명으로 줄었다. 김달선 할머니는 생전에 "길거리에서 일본 경찰에 끌려가 미얀마로 가는 배에 태워져 온갖 고초를 겪고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는데, 일본놈들은 우리가 가고 싶어서 간 것이라고 하네. 죽기 전에 그놈들 사과를 꼭 받아야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김외한 할머니 역시 "그 죽일 놈들이 어린애를 데려다가 무자비하게 능욕했어. 사람도 아니다"라며 당시의 고초를 회상하곤 했다고 한다. 식민지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죄만으로 여자로서 최악의 고초를 겪고도 그 억울함을 제대로 치유받지 못하고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한 위안부 할머니들. "부디 저세상에서는 평안하시라"는 애도의 글이 SNS를 달구고 있다.

 

우리는 한 분 두 분 우리 곁을 떠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영정 앞에서 "미안하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아베 정권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의 공식 조사를 통해서도 일본 정부와 군의 강제동원 증거가 명백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아베 정권의 핵심인사들은 여전히 위안부를 성매매 여성 정도로 인식하는 망언을 일삼아 왔다. 기껏 양보한 발언이라는 것이 '인신매매'라는 표현이다.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숨기기 위해 역사 왜곡도 서슴지 않고 이웃국가와의 외교적 단절 상황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마도 아베 정권은 남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뜨게 되면 "살아 있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할는지 모르겠다. 보다 못한 전 세계의 역사학자들과 일본 내 양심 있는 지식인들까지 나서 과거를 인정하고 잘못을 사죄하라고 촉구하지만 아베 정권은 귀를 막고 있다.


그런 이웃 나라 정권과 그래도 관계 정상화를 꾀해야 하는 것이 우리 외교의 현실이다. 정권 차원의 꼬인 매듭이 한일 국민 간 적대적 감정으로 확산하는 불행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식에 양국 정부 고위인사가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서울과 도쿄의 기념행사에 각각 참석하게 된다면 양국 관계 개선에 더 없는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조건이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뚜렷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양국 정부는 국장급 실무 회의를 가동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 두 분이 세상을 떠난 그날도 도쿄에서 이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아직 어떤 해결방안이 도출됐다는 소식은 없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아베 정권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명예교수도 일본 자민당 의원 연구모임 연설에서 "잘못을 인정하면 중국, 한국과의 관계는 좋아질 것"이라며 "전후 70년 아베 담화에 위안부 문제를 확실히 인정하라"고 주문했다. 보겔 교수는 '재팬 애즈 넘버원'이라는 책을 쓴 대표적인 지일파 학자다. 그의 말은 일본이 진정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선진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충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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