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사이비 언론> ③ '언론자유' 핑계로 만연…이제는 근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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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사이비 언론> ③ '언론자유' 핑계로 만연…이제는 근절해야

14359387175804.jpg광고주협회, 유사언론행위 피해실태조사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기사를 무기로 기업과 기관을 협박하고, 끊임없는 베끼기와 제목 낚시질을 일삼는 사이비 언론이 활개를 치지만, 대책은 마땅찮다. 사이비 언론의 공갈과 협박 탓에 온국민이 피해를 보는 만큼 더는 방치하지 말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한국광고주협회 홈페이지)
인터넷신문 창간 쉬운데도 당국은 관리감독 불가능
"정부·포털 노력은 한계…시민이 사이비 언론 척결해야"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기사를 무기로 기업과 기관을 협박하고, 끊임없는 베끼기와 제목 낚시질을 일삼는 사이비 언론이 활개를 치지만, 대책은 마땅찮다. 이들의 횡포를 막을 법적, 제도적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형 포털은 만연한 사이비 언론에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는데 모두 공감한다. 그럼에도 '언론 자유'를 제약하고 '언론 통제'에 나선다는 오해와 비난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몸을 사린다.

 

사이비 언론의 공갈과 협박 탓에 온국민이 피해를 보는 만큼 더는 방치하지 말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 쉬워도 너무 쉬운 인터넷신문 창간  

사이비 언론이 범람한 것은 현행 단순 '등록제' 탓이다. 인터넷 신문의 창간·운영 관련 기준이 너무 허술한 것이다.  

 

현행 신문법으로는 상시 취재인력 2명을 포함해 취재·편집인력 3명만 확보하면 관할 시·도에 '인터넷 신문사'로 등록할 수 있다. 등록한 인터넷 매체가 충족해야 할 조건도 '한 주 동안 게재한 기사 가운데 30% 이상 자체 생산' 정도다.  

 

시·도는 시행령을 근거로 정당한 사유 없이 등록 후 6개월 안에 기사를 발행하지 않거나, 1년 이상 기사 발행을 중단한 인터넷 언론사의 등록을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 신문법상 필요한 게재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 체계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약 6천개나 되는 인터넷 신문들의 현황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현 충남도 홍보협력관실 주무관은 "인터넷 언론사의 등록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직원 명단에서 해당 직원이 실제로 일을 하는지 조사할 법률적 근거조차 없다"며 "인터넷 신문사 등록 매체가 워낙 많기에 홈페이지에서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신문법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2년 단위로 인터넷 신문의 등록·운영 실태 결과를 시·도에 통보하는 것 외에 달리 인터넷 신문을 관리할 법적 권한이 없다.

 

그 결과, 단순 등록제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인터넷 매체들도 언론사 간판을 버젓이 내걸고 영업을 한다.  

 

문체부의 2013년 실태 조사로는 실제 운영 중인 인터넷 신문 3천66곳 가운데 신문법 21조의 필수적 게재사항 8개(명칭·등록번호·등록연월일·제호·발행인·편집인·발행소·발행연월일)를 모두 충족한 언론사는 35.2%(1천80곳)에 불과했다.

 

◇ 정부, 등록 요건 강화 등 검토해 7월께 개선안 마련

사회 각계에서 사이비 언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 역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인터넷 매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주도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견해를 보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에 인터넷 신문사를 관리·통제할 권한을 주면 언론을 탄압한다는 오해가 불거질 수 있다"며 "정책 이슈가 정치 이슈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언론계나 학계로부터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하고서 인터넷 신문의 난립과 사이비 언론 증가의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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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상시 고용인력 3명 이상'인 현행 인터넷 신문사 등록 요건을 '5명 이상'으로 고치는 등 기본적 진입 장벽만 조금 높여도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이런 견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르면 이달 중 기본적 개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에 사이비 언론에 대한 자료 요구권이나 조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등록 기준만 고쳐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창호 인터넷신문협회장은 "등록 요건 강화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민간의 자율적 규율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포털, "언론계가 사이비 언론 가려달라" 공 넘겨

사이비 언론 억제에 필요한 실질적 핵심 열쇠를 쥐는 것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이다.  

 

2014년 말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간행물로 등록된 매체는 인터넷 신문사 약 6천개를 포함해 모두 1만 8천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1천개가 네이버·다음과 제휴를 한다. 무려 1천개 매체의 기사가 주요 포털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이들 매체는 '포털 노출'을 무기로 사이비 언론 행각에 나설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이 때문에 한국광고주협회는 최근 네이버와 다음에 "일부 사이비 매체와의 검색 제휴를 해지하고, 뉴스 어뷰징(같은 기사 반복 전송)의 제재 기준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무분별한 인터넷 언론 제휴로 사이비 언론 폐해를 부추긴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언론계가 주도하는 독립적 제휴평가기구로서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칭)' 구성을 제안했다. 

 

이 방안을 보면 언론 유관기관들이 주도해 구성한 위원회는 포털의 신규 제휴 매체의 자격을 심사한다. 기존 제휴 언론사의 계약 연장 및 해지 여부도 판단한다.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일부러 낚시성 기사를 올리는 어뷰징 행위나 협박성 기사를 빌미로 광고비를 요구하는 사이비 언론 행위의 기준도 정한다. 양대 포털은 기술적 문제가 없는 한 위원회의 결정을 최대한 수용할 방침이다. 

 

언론계 내부에서 의견이 순조롭게 모이면 이르면 9월께 평가위원회가 실제로 구성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제재·처벌 방안과 법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언론계가 위원회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내놓더라도 구속력과 실효성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포털이 사이버 언론 문제에 대한 관리 책임을 언론계에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광고주협회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2일 "포털은 유사언론에 대한 검색 제휴를 먼저 해지해야 한다"면서 "독립기구의 구성 때까지 제휴가 연장되면 기업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시민들이 사이비언론 척결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위권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사이비 언론을 정의하는 문제부터 규제하는 방법까지 결국 시민이 나서지 않으면, 정부나 포털만으로는 결코 근본적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충고했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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