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반발 확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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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반발 확산(종합)

14491586892367.jpg내년 예산안 국회 통과(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국회 여야 의원들이 3일 새벽 본회의에서 올해 예산보다 11조 원(2.9%) 늘어난 386조3천997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총지출 기준)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제출한 386조7천59억 원보다 3천62억 원 순삭감된 규모다.
교육감들 "우회예산 3천억원 지원해도 턱없이 부족"
학부모·어린이집 보육대란 우려…"근본대책 마련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국회가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우회 지원하기로 한데 대해 일선 시·도교육청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세운 대구·경북·울산을 제외한 14개 교육청은 일제히 "누리과정 예산을 세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3일 보도자료를 내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시도교육청의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2016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교육청이 내년 예산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세우지 못함에 따라 자칫, 보육대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세운 3개 교육청도 유치원 지원 예산을 쪼개 책정해 부족분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예비비 3천억원으로 우회지원…사업비용 2조1천여억원에 못 미쳐

새누리당은 보육대란을 피하고자 국고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예비비 3천억원으로 우회 지원하는 수단을 택했다.


야당과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무상보육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주장에 누리과정 예산 부담주체는 교육청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예비비는 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 지원 명목으로 편성돼 재래식 변기 교체, 찜통교실 해소 등에 쓰게 돼 있다.


교육청은 환경개선에 쓰고 남은 예산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돌려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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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장휘국 교육감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내년에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은 2조1천274억원으로 3천억원이 지원되더라도 1억8천여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부족한 예산을 교육청에서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빚을 내야 하지만, 이마저도 교육청이 거부할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고에서 지원이 되는 만큼 당연히 편성해야 한다"면서 "개별 교육청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무상보육은 국가에 책임이 있는 만큼 중앙정부가 의무지출경비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누리과정 예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편성 않겠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부의 우회 지원 방침에 대해 "누리과정 예산으로 인한 갈등과 혼선을 또다시 반복하게 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라며 "한 달 후 다가올 보육 대란의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겨 발행한 지방채는 한계치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는 발행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학교운영지원비 삭감, 열악한 교육환경 등으로 초·중등교육의 황폐화가 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선 교육감들도 일제히 국회의 누리과정 예산 우회지원에 우려하는 모습이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내년에 필요한 충북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824억원인데 충북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0억원 남짓 될 것이다. 그 외에는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편성하라는 것 같은데 그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더욱이 국회가 편성한 예산의 용도는 누리과정 지원이 아닌 학교시설 개선인데 우리가 이런 예산을 누리과정에 쓰는 것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대현 경기도교육청 대변인도 "누리과정은 전액 국고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정부에서 우회 지원한다고 알려졌는데 편법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기도에서만 편성하지 못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만 5천억원이 넘는데 정부가 우회 지원하겠다는 3천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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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충북교육감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누리과정 우회 지원을 위한 예비비가 편성됐지만, 그 정도 금액이 각 시·도교육청 별로 나뉘어 내려온다고 했을 때 경남이 실제 받게 되는 돈은 누리과정 예산에 필요한 1천444억원 가운데 15% 정도밖에 안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결정 내용은 수용할 수 없고 중앙정부가 의무지출 경비로 재편성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대구·경북·울산 등 3개 교육청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세웠고 14개 시·도교육청은 예산 편성을 하지 못했다.


◇ '보육대란 오나'…학부모들만 발 동동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우회 지원하기로 했지만,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세우지 않아 학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학비 부담이 적고 교육환경이 좋은 국·공립유치원은 '로또 추첨'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아이를 옮기는 부모도 늘고 있다.


어린이집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갈등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특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누리과정 예산이 중단되면 많은 아이들이 유치원으로 옮겨갈 것이 뻔하다"며 "정부가 책임을 지든, 교육청이 예산을 주든 죄없는 어린이집이 피해를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최찬흥 심규석 황희경 형민우 김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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