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석의 통일시대> 김정은이 미국의 무기 세일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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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석의 통일시대> 김정은이 미국의 무기 세일즈맨?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이 있다. 요즘 북한과 미국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김정은은 제4차 핵실험이란 전략적 도발을 감행했다. 그런 북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내심 반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다. 왜냐하면,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미국의 이익은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허리가 휘어지는 것은 우리다. 국민의 피 같은 혈세로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펑펑 구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는 무기 수입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영예를 안았다. 미국 의회 조사국이 발간한 연례 무기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세계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이 구매한 무기는 모두 78억달러(9조1천300억원)어치였다. 구입한 무기 중 70억달러어치는 미국산이다. 전쟁도 하지 않는 나라가 내전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보다 더 많은 무기를 샀다는 것이다. 경제발전과 복지 확충에 써야 할 세금이 이렇게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많은 돈을 퍼붓고도 우리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북한이 오는 2020년 수소폭탄을 배치할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4년 뒤에 수소폭탄을 실전 배치한다는 마당에 우리가 확성기만 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쪽에선 가공할 수소폭탄으로 위협하는데 미국의 재래식 무기만 구입한다는 것은 고비용 저효율의 안보전략이다.


현실이 이렇게 비참한데도 우리는 아직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만 외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오래전 물 건너갔다. 중국에서 북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보았다. 이들은 6자회담이 아니라 그 어떤 회담을 하더라도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평화는 기도만 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힘이 있을 때 지킬 수 있다. 북한 핵무기에 맞서 생존을 지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적극적인 대응법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루자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맞먹는 핵무장에 나선다면 북한도 비핵화 협상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핵실험을 통한 공포의 균형이 이뤄진 이후 국경분쟁이 잦아들었다고 한다. 소극적인 대응법으로는 자위적인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며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가 대표적인 경우다.


오죽하면 야당에서도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14일 당 정책조정회의 석상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의장의 주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론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 등을 이유로 사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의 이번 주장은 당 안팎에서 쏟아질 비난을 각오하고 내뱉은 소신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의장은 "북한의 핵 보유가 완성돼 가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구책 마련은 절실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그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은 빨라야 7년"이라며 "완성이 돼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장이 목전에 다가온 지금, 핵미사일이 넘어오기 전에 격파할 사드 배치는 뜨거운 감자가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자위책"이라고 주장했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다.


우리 정부도 사드 배치를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담화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가며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입장 변화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를 냉전 시대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북한의 핵 공격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절박성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는 중국의 탓도 크다. 중국은 말로만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면서 북한의 핵무장에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자고 한다. 북한이 제5차, 제6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중국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은 뻔하다. 이제 북한의 핵무기 실전 배치가 멀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한테 뒷짐 지고 있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제 중국도 한국의 자위적인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 그것이 싫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발벗고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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