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음식> 쫄깃하고 달콤한 보령 천북 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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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음식> 쫄깃하고 달콤한 보령 천북 굴구이

(보령=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겨울 별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굴이다. 충남 보령의 ‘천북 굴’은 맛 좋기로 유명하다. 요즘 살이 통통하게 오른 굴을 즐기려는 미식가들로 포구와 가게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천혜의 어장이자 동북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과 맞닿은 천북면 장은리 ‘천북 굴단지’ 역시 찬바람이 불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굴을 즐기려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보통 굴하면 경남 통영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굴구이’하면 ‘천북 굴’을 떠올린다.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에 위치한‘천북’이 굴구이 원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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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진욱 기자

오래전 한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 굴을 캐던 아낙들이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바닷가에 장작불을 피웠고, 허기를 달래보려 그 불에 굴을 껍질째 구워 먹었다. 의외로 짜지 않고 고소한 굴구이 맛이 지인과 인근 주민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그러다가 몇 집이 비닐하우스를 쳐놓고 굴구이를 내놓았고, 이것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20여 년 전부터 굴구이 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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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진욱 기자

한자어로 모려(牡蠣)ㆍ석화(石花) 등으로 표기하는 굴은 8월 산란기를 끝내고 찬바람이 날카로워질수록 맛이 더욱 깊어지는데,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맛이 가장 좋다. 40여 년 전 경상도 경산에서 천북으로 시집온 이순조 ‘원조후계자굴구이’ 사장은 “장은리와 사호리 일대에서 채취한 천북 굴은 일조량이 많은 개펄에서 자랐을 뿐 아니라 바닷물과 민물이 적당하게 섞여 짠맛이 덜하고 살이 쫄깃쫄깃하다”며 “천북 굴은 석화밭에서 주로 양식되지만 자연산과 맛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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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진욱 기자

요즘 천북 굴단지에는 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장은리 포구와 접해 있는 단지에는 굴구이 가게 100여 곳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가게 입구에는 바다에서 막 따온 굴이 망태에 가득 쌓여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바닥에는 가스불에 오른 석쇠들이 즐비하다. 굴을 씻고서 큰 굴과 작은 굴을 선별하던 아주머니는 “큰 굴은 구이용으로, 작은 굴은 밥이나 파전 등 요리용으로 사용된다”고 말한다.


굴구이와 돌솥굴밥을 주문했다. 주인아주머니가 크기가 작은 굴 개체가 따개비 등과 함께 붙어 있는 천북 굴이 가득 담긴 고무 대야와 목장갑, 칼 한 자루, 집게를 건네준다. 빨간 고무 대야에 담긴 굴은 4인분으로 3만원이다. 택배도 가능한데 택배비(4천원)를 부담하면 2만원이다. 불이 켜진 석쇠 위에 굴을 소복이 얹어본다. 주인 아주머니는 이따금 연탄이나 숯탄을 찾는 손님이 있는데 지금은 모두 가스불이라고 일러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움을 참지 못한 굴이 마침내 조금씩 입을 벌리기 시작했고, ‘탁’, ‘탁’경쾌한 소리를 낸다. 노르스름한 회색빛을 띠는 속살만 봐도 입에 침이 고인다. 목장갑 낀 손과 뾰족한 칼로 뜨거운 굴 껍데기를 확 벌려 가며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속살을 발라낸다.


익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먹음직한 하얀 속살을 입에 넣으니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쫄깃하고 담백하고 달콤한 맛이 그만이다. 파래무침에 초고추장을 살짝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담백한 굴 맛과 맛있게 어울린다. 그 묘한 맛에 굴까는 손길은 바빠진다. 굴 맛도 맛이지만 대여섯 개가 붙어 있는 굴을 까먹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파먹고 난 굴 껍데기가 수북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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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진욱 기자

뚝배기에 굴을 넣고 지은 돌솥굴밥도 빼놓으면 안 되는 제철 별미다. 대추, 호두, 은행, 굴 등을 넣어 만든 굴밥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굴밥에 달래간장양념을 적당히 넣고서 비빈 후 한 숟가락 가득 입안에 넣으면 싱싱한 굴과 양념장이 한데 어우러진 깊은 맛이 뱃속을 뜨겁게 채워준다. 김과 함께 먹어도 좋은 돌솥굴밥은 1만원이다. 굴로 시원하게 맛을 낸 굴회와 칼칼한 국물이 입맛을 돋우는 굴 칼국수도 별미다.


천북 굴단지에 가면 미각 만족 그 이상이 있다. 천수만에 떠 있는 고깃배와 노을, 바닷바람이 일상생활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준다. 겨울 바다의 쓸쓸함도 있겠지만 그게 또 매력이다. 물론 천북 굴단지로 가거나 오는 길에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인 만해 한용운 선생의 생가, 청산리 전투의 영웅 백야 김좌진 장군의 생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한 간월암 등을 둘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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