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조선족 '워킹맘'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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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조선족 '워킹맘'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도전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오는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조선족 이주여성이 비례대표 의원직에 출사표를 냈다.

주인공은 서울의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워킹맘' 이홍(45) 씨.


한국인 남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그는 지난달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내고 비례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비례대표인 이자스민 의원을 보며 나도 한국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비례대표 공모가 시작되는 대로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씨의 도전은 중국 관영통신사인 신화통신과 공영방송 CCTV 등에 소개되면서 중국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린시 출신인 이 씨는 20년 전인 1996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며 서울로 와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남편을 만나기 전 그는 중국 명문 베이징이공대학교에서 화공학을 전공한 인재였다.


대학원에 진학해 학자의 꿈을 키워가던 이 씨는 1993년 여름방학 때 교수의 소개로 학교를 방문한 지금의 남편을 알게 됐다. 이후 2년간의 교제 끝에 꿈을 뒤로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하지만 이주여성으로서의 삶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자신을 안 좋게 보는 시선에 상처받기도 하고, 기혼자에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마땅한 직장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는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에는 결혼이민자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며 "지금 돌아보면 내가 중국에서 외국인을 봐도 그렇게 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3년 전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이 씨는 "'워킹맘'의 고충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라며 "일과 육아를 같이하다 보니 오히려 소통하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비례대표 의원직에 도전한 이유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기 때문. 가족의 든든한 지지도 큰 힘이 됐다.


그의 남편은 바둑계에서 '중국통'으로 알려진 김경동 씨다. 한국기원에서 근무했던 그는 현재 IT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여당에 지원했지만 특별한 정치색은 없다"며 "이주민과 사회적 약자를 도우면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 증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다 할 정치 경험은 없지만 한국의 '워킹맘'으로 살아온 지난 20년을 발판 삼아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이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에는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존재합니다.


이주민에게는 금전적인 지원보다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가 더욱 중요해요. 제 경험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됐으면 해요. 결과가 어떻든 한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도전은 멋진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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