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극 도전 카이 "두렵지만, 하고 싶고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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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첫 연극 도전 카이 "두렵지만, 하고 싶고 해야 할 일"

2인극 '레드'에서 마크 로스코 조수 '켄' 역 맡아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카이가 연극을?

성악을 전공하고 팝페라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로 주로 활동한 카이의 연극 출연 소식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대중에게는 카이에 대한 이미지가 연기보다는 노래 쪽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9일 서울 성북구의 연습실 근처 카페에서 만난 카이는 자신의 첫 연극 출연을 "가야만 했던 길"이라고 표현했다.


"두려운데…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이 있잖아요? 제게는 '레드'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온 카이는 연기에 더욱 가깝게, 세밀하게 다가가고 싶은 갈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뮤지컬이란 장르가 연극보다 연기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뮤지컬은 화려한 무대 장치, 음악 등 쇼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이런 부분을 배제한 배우의 표정 하나, 숨소리 하나도 세세하게 잡히는 연극을 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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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전치고 '레드'는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이미 3차례 공연된 바 있는 '레드'는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가 1958년 뉴욕 씨그램 빌딩에 있는 '포시즌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를 의뢰받아 40여점의 연작을 완성했다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그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연극은 중년의 로스코와 가상의 인물이자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조수 '켄'이 벌이는 논쟁만으로 극을 채운다.


'켄' 역의 카이는 '마크 로스코' 역의 강신일, 한명구 등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쟁쟁한 중견 배우들과 무대 위에서 정면으로 맞부딪혀야 한다.


카이는 2인극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듯하면서도 "고통은 나라는 인간, 나라는 배우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100% 확신이 있었다"고 이 작품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대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배를 가르치거나 지적하려 들지 않고 의견을 맞추고 조심스럽게 조언해주곤 한다"고 감사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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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5일 첫 공연을 앞두고 카이는 매일같이 연습실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그는 "말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수단이지만, 언어가 무대에서 예술화가 됐을 때는 그것만큼 어렵고 부자연스러운 것이 없다"며 "이것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이만의 '켄'은 어떤 모습일까?

'켄'을 방황하는, 고뇌하는 신세대라고 표현한 카이는 "그는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지만 패기가 있고 열정적으로 예술에 접근하는 사람"이라며 "30대 중반의 성악을 전공한 배우인 나에게 '켄'은 공감이 되면서도 닮고 싶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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