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북한 놓고 '기싸움' 팽팽…내주 전략대화서 격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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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북한 놓고 '기싸움' 팽팽…내주 전략대화서 격돌(종합)

북한 주요 협상 카드 부상…남중국해 등 현안 산적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를 놓고 제재와 화해 카드를 꺼내며 격돌하고 있다.


내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 대화(6월 6∼8일)를 앞두고 북한 핵 문제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영유권, 무역 불균형 등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각종 현안에 대해 기선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북한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발 빠른 움직임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중국이 북한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자마자 미국이 곧바로 북한에 대한 초강경 제재로 맞받아쳤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중국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은 미·중 전략대화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져 시진핑이 만나줄지에 관심이 쏠렸다. 북한은 그동안 미·중간 주요 고위급 회의가 열릴 때마다 중국을 통해 자신들의 관심사를 의제화하려는 하려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20∼30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 주석이 북한 고위급 인사와 면담한 것은 2013년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방중한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시 주석은 리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북한과 함께 노력해 북·중 관계를 수호하고 돈독히 하고,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제4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한 북한을 향해 '도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북한과의 전통우호 관계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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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과 리수용 부위원장

시 주석이 리 부위원장을 만난 것이나 우호 관계 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실 발사시도를 두둔하기보다는 미국을 견제하는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시진핑과 리 부위원장의 회동이 이뤄진 지 불과 몇 시간 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공식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지난 2월 18일 발효된 첫 대북제재법에 따른 후속 조치로, 북한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미 재무부는 특히 성명을 통해 이런 내용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에도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차단할 것을 공식으로 촉구, 북한과의 금융거래가 절대적으로 많은 중국을 대놓고 겨냥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수사 당국은 북한이 마카오를 주 무대로 '슈퍼노트(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유통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재무부의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이 전세계 은행간 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시스템망에 대한 북한의 접속을 더욱 차단되게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사설에서 평가했다.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조치가 북한의 최대 무역 상대인 중국의 은행들에 특히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번 조치가 중국은행들에 북한과 관계를 단절하는 추가적인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미·중 전략 대화에는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도 참석한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번 조치는 금융 제재에 있어 '핵 선택'과 동등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은행들이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북한 금융 기관들뿐만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과 같은 다른 금융 기관들과도 거래를 끊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커스 놀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의 소형 은행들을 겨냥해 "만약 북한과 금융 거래를 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축출시킬 수 있는 미 은행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애덤 수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라면서 "다른 나라의 모든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사한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중 전략대화에서 북한 제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다시 한 번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안이 미·중 전략대화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내주 미·중 전략대회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른 것은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영유권을 비롯한 각종 이해 지역의 패권 다툼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연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동남아시아 이해 당사국들과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인공섬 건설, 각종 첨단무기 배치 등을 통해 영유권 강화 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에 항행의 자유를 수호한다며 항공모함, 전투기 등 첨단무기를 동원한 순찰 등으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남중국해 상에서 중국이 유례없는 군사적 확장조치를 계속함으로써 스스로 고립되는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식 패권을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친중국 성향인 베트남을 찾아가 과거 전쟁으로 얼룩진 양국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선언한 데 이어 일본도 방문해 안보 연대도 강화했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및 일본 방문과 관련해 대중 포위전략을 강화하는 포석이라며 중국 내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군사와 안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의 과도한 무역 흑자와 환율 조작 논란 등도 이번 전략대화에서 깊이 있게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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