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대례복으로 이탈리아 눈길 잡은 디자이너 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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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대례복으로 이탈리아 눈길 잡은 디자이너 박지우

11월 27일까지 밀라노 '팔라조 모란도'서 작품 전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젊은 한국인 의상 디자이너가 명성황후 대례복을 변형한 작품으로 패션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에서 호평을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이탈리아에서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활약 중인 박지우(35) 씨.

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패션 박물관인 팔라조 모란도(Palazzo Morando)에서 열린 '실과의 대화' 전시에 자신이 제작한 의상을 선보였다.


이 행사에 초대된 디자이너 5명 중 유일한 외국인인 박 씨는 자신의 의상 3벌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 2벌은 명성황후의 대례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왕비가 특별한 행사에 입는 적의(翟衣)를 모티브로 한 푸른빛 겉옷, 그 안에 입는 한복을 변형한 검은색 상의와 흰색 치마로 구성된다. 두 벌이 한 세트를 이루는 형태다.


박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학에서 최고 예술가 과정을 밟으면서 명성황후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궁중의상을 주제로 한 졸업 논문을 냈는데 반응이 좋았다"면서 "여기에서 착안해 이번 전시에서도 명성황후의 궁중의상을 주제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박 씨는 이탈리아 브레라 국립예술대학에서 무대미술·의상디자인 전공으로 최고 예술가 과정을 마쳤다. 20대 후반에 디자이너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2008년 이탈리아에 간 그는 이탈리아의 유명 패션 디자인 학교인 마랑고니 학교를 졸업한 뒤 이 예술대학에 진학했다.


박 씨가 전시에서 선보인 의상은 명성황후가 입었던 대례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다. 색깔부터 디자인까지 다양한 변형을 가해 현대적인 의상으로 재탄생시켰다.


일례로 명성황후가 생전에 입었던 적의는 붉은색 '치적의'지만, 의도적으로 심청색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그는 "명성황후는 생전에는 황후라는 칭호로 불리지 않아 황후에게만 허락된 심청색 적의를 입을 수 없었다"면서 "명성황후가 생전에 입어볼 수 없었던 옷이지만 사후인 지금이라도 황후에 걸맞은 옷을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색상을 바꿔 제작한 배경을 밝혔다.


디자인에도 서양식 패턴을 접목, 한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현지인들이 좀 더 쉽게 의상의 용도를 이해하고 한국 문화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치마 색깔로 흰색을 고르고, 중세 유럽의 귀족이 입는 드레스처럼 폭을 부풀린 것도 이런 의도에서다.


그는 "치마는 마리 앙투아네트 초상화에 나온 드레스에서 차용했다"고 덧붙였다.


졸업 전부터 다수의 오페라 공연에서 무대의상 기획을 맡아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활약 중인 박 씨지만 이번 전시에 선보일 작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궁중의상에 관한 역사 고증부터 시작해 명성황후에 대한 역사 공부도 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1600∼1900년대 복식을 고증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후원사이자 세계적인 원단회사인 알칸타라의 제품으로 만든 18세기 서양 여성 승마복도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박 씨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전시는 이탈리아 일간지인 라 레푸블리카와 일 지오르날레 델아르테 등에 소개되고, 박 씨의 작품 사진도 크게 실렸다. 관람객들의 호응 덕에 애초 9월 25일까지이던 전시 기간은 11월 27일까지로 연장됐다.


최근 귀국한 박 씨는 국내에서도 무대의상 디자이너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것처럼 무대의상 디자이너로서도 동서양의 접목을 실현해 보고 싶다. 특히 국내외 교류가 이뤄지는 작품에서 양 문화 간 다리 역할을 하는 그런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지우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상. 명성황후의 대례복에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레스를 접목한 형태다. [박지우 디자이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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