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첸 "연주는 연기 같아…음악 속 감정 100% 전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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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레이 첸 "연주는 연기 같아…음악 속 감정 100% 전하고파"

대만의 '신성' 바이올리니스트…김대진 지휘 수원시향과 내달 협연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연주는 연기와 같아요. 음악에 담긴 감정을 100%로 느끼고 그걸 관객에 온전하게 전달해야 하죠."


내달 한국을 다시 찾는 대만의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중국어명 천루이·陳銳)은 한국 관객들에게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오롯이 들려주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 스물일곱 살인 레이 첸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연주자다. 2008년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와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탁월한 실력과 훈훈한 외모, 대중에게 다가가는 친근함 등 음악성과 실력을 두루 갖췄다.


그는 최근 수년간 몇 차례 내한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다. 2010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호흡을 맞췄고 지난해 4월 한국에서의 첫 리사이틀에서는 현란한 기교와 호소력 있는 표현, 넘치는 카리스마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내달 4일 지휘자 김대진이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세 번째로 한국 무대에 서는 레이 첸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앞서 방문 때 만난 한국 관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재회를 고대했다.


그는 "한국 청중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최고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드물게 젊고 쿨하며 힙해(세련되고 멋져) 너무나 사랑스럽다"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 클래식 음악 관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레이 첸은 한국 오케스트라, 연주자와 맺은 인연도 끄집어냈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듬해인 2010년 아시안게임이 열린 중국 광저우에서 지휘자 정명훈이 이끌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적이 있다.


그는 "지휘자 정명훈, 서울시향과의 연주 경험은 정말 대단했다. 내가 막 커리어를 시작할 때였는데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그렇게 놀라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데에 완전히 압도당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국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음악가들을 배출하기로 유명하고 미국 커티스 음악원 시절 많은 한국 연주자들을 만났지만 직접 경험하니 정말 놀라웠다"며 "마에스트로 김대진이 이끄는 수원시향과의 협연이 아주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 리사이틀에서 고전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다룬 레이 첸은 흡사 배우처럼 각각의 곡에 맞는 감정상태로 강하게 몰입해 관객까지 함께 음악에 빠져들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빠르게 음악에 녹아들어 가는 비결을 묻자 "연주는 연기와도 같다"고 답했다.


악기 소리를 통해 작품 안에 담긴 감정을 완전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연주자 역할이고 이를 위해 자신을 음악 속의 인물로 느끼려 노력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레이 첸은 "뮤지션들은 음악이 요구하는 감정을 100% 느껴야 한다"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그런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팬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관객층에 다가가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연주자들의 본분은 과거의 음악을 현재의 삶으로 가져오는 것이지만 어떤 경우 수백 년 전 작곡가들은 쉽게 이해하면서 우리 앞에 살아 숨 쉬는 관객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그런 면에서 소통 능력은 연주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레이 첸은 이번 연주회에서 '요아힘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G단조 Op.26'을 연주한다. 헝가리 태생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1831∼1907)이 초연한 곡들이다.


그는 "현재 사용 중인 악기인 1715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요아힘'이 바로 요제프 요아힘이 사용하던 것인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각 세대의 재능있는 연주자들의 손을 거친 이 악기로 위대한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드리게 돼 영광"이라고 내달 내한 무대의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이번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브람스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앞서 베토벤의 '에그먼트 서곡'을 연주한다.


관람료는 6만∼12만원. 문의 ☎ 02-541-3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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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마스트미디어 제공, Julian Hargreaves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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